‘시그니처(signature)’란 본인 고유의 필체로 자기 이름을 적는 것, 즉 서명을 뜻하는 말이다. 레스토랑마다 시그니처 요리가 있고, 골프장마다 시그니처 홀이 있다. 그곳을 가장 잘 드러내는 요리와 홀을 뜻한다.
사람에게도 당연히 시그니처 특성이 있다.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그만의 대표적 특성이다. 오바마를 떠올리면 품격이, 충무공 이순신을 떠올리면 용기가, 테레사 수녀를 떠올리면 박애가 생각나는 이유는 그것이 그들의 시그니처 특성이기 때문이다.
시그니처 특성은 시그니처 질문으로 나타난다. 그 사람 하면 떠오르는 그 사람만의 질문이 있다. 어느 드라마 주인공이 던졌던 “이게 최선입니까?” 라는 질문이나, 故 정주영 회장이 습관적으로 던졌다는 “헤보기나 했어?”라는 질문처럼 자기만의 질문이 있다.
어머니는 평생을 “밥은 먹었니?”라고 물으신다.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은 이미 넘어섰고, 자식 역시 자녀를 둔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데도 그 질문을 쉬지 않는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그 질문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밥에 대해 질문하는 존재라면, 성직자는 영혼의 양식에 대해 질문하는 존재다. 그들의 정체성이 ‘육(肉’)이 아니라 ‘영(靈)’에 있기 때문이다. 한 사회에서 그 사회만의 시그니처 질문들이 있다.
갤럽은 각국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던졌다.
◎ 어제 하루,
당신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존중받았습니까?
◎ 어제 하루,
당신은 새로운 것을 배웠습니까?
◎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했습니까?
◎ 어제 하루,
당신은 믿을만한 사람이었습니까?
◎ 어제 하루,
당신은 당신의 사간을 어떻게 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습니까?
이 질문들을 던진 이유는 여기에 대한 답이 우리의 행복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고 존중받을 떄, 무언가를 배워서 성장했다는 느낌이 충만할 때, 열등감에 시달리지 않고 일을 잘 해낼 때,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믿을 사람이 있다고 안심할 때, 그리고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있을 때 행복을 경험한다.
행복은 존중, 성장, 유능, 지지, 자유와 같은 내면의 욕구에 의해 결정된다.
이 다섯 가지 질문들에 ‘예’로 답한 사람들의 비율을 토대로 각국의 순위를 정한 결과, 매우 충격적이게도 우리나라는 89개국 증 83위를 차지했다.
우리 사회가 주로 던지는 질문들은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에 관한 것들이다.
돈을 잘 버는 지는 묻지만 자율적으로 살고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는 묻지만 존중받고 사는 지는 묻지 않는다. 아파트 평수는 묻지만 외롭지 않은 지는 묻지 않는다. 내면에 대한 질문이 실종된 사회다.
자기만의 질문을 가져야 한다. 나라는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 주는 시그니처 질문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이건 사회건, 그것의 품격은 그가 던지는 질문의 품격을 넘어서기 못하기 때문이다.
최인철 著, 『아주 보통의 행복』, p. 166 ~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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