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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원 버는 대신 수억원 아끼는 국민연금 위탁운용 수수료 정책 불만 팽배, 수수료율 오히려 더 낮출 계획도

Bonjour Kwon 2013. 11. 26. 07:45

2013.11.26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수수료 수억원 아끼려다 위탁운용 수익률 저하로 수천억원을 날리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수수료 정책에 대해 익명을 요구하며 이같이 평했다. 공모펀드 판매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운용 수수료를 적용하면서 매년 수수료 인하 압박을 가하고 있는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였다. 수수료를 '낭비'로 보지 말고 정당한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2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내 순수주식 유형에서 가장 많은 자금을 위탁받은 운용사는 코스모자산운용으로 2조4530억원을 받았다. 이어 트러스톤자산운용이 2조4500억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1조8420억원 순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내주식 유형별 자산규모에 따라 0.15~0.35%의 기본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위탁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경우 수수료율은 0.15%다. 이를 미뤄봤을 때 코스모운용과 트러스톤운용은 37억원, 신한BNPP운용은 28억원 규모의 위탁 수수료를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운용사들은 국민연금 위탁 수수료에 대해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수조원대의 자산을 굴리는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리서치 및 사무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수익성이 극히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이나 국회는 "국민연금의 수수료가 지나치게 비싸다"고 압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수수료 깎기에 나서기보다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하고 수익률을 높이는데 주력하는게 더 이익이라고 지적한다. 예컨데 국내 순수주식 '빅3' 위탁사들의 기본 수수료율을 0.15%에서 0.10%로 0.05%포인트 깎는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이익은 각 운용사사별로 10억원 내외에 그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10억원은 국민연금이 볼 때 얼마 안 될지는 몰라도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큰 돈"이라며 "수수료가 더 떨어진다면 비용 절감을 위해 현재 국민연금 위탁운용을 위해 유지하고 있는 인력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수수료 인하가 운용사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고 결국 국민의 돈을 운용하는데 장애물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영업담당 임원은 "대부분 공모펀드 판매 수수료가 1% 이상인 점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위탁운용에 대한 애정이 작을 수밖에 없다"며 "쥐꼬리 수수료를 받고 국민연금 자산을 위탁하기보다 리테일 확장에 신경쓰는 게 나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수수료 불만은 증권사도 가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직접 운용하는 자금은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는데 증권사에 주는 중개 수수료율이 0.15%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이 수수료율을 향후 0.10%까지 낮출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난감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대표는 "국민의 노후자산을 어떻게 증식시킬 수 있을지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수수료 절감과 같은 단편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외국계 기관과 거래할 때는 0.20~0.30% 수준의 수수료를 받고 있어 국민연금과 비교할 때 증권사 수익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수수료 인하가 운용사와 증권사의 수익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자본시장 발전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도 많다. 국민연금 역시 감사원 등의 수수료 인하 지적과 시장의 요구 사이에서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지난 6월에 대형주·중소형주 위탁운용사를 모집할 때는 최대 0.30%까지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기본 수수료율을 제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오히려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했다.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제시한 수수료율이 위탁 선정과정에서 평가항목으로 고려됐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위탁운용은 기본보수와 별도로 성과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수익률에 따라 자산운용사가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수수료 체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감사원과 업계의 입장을 모두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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