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2
주식 40% 초과 금지..수익률 저조 요인
기업들, 추가 적립금 부담에 DC형 전환 발걸음
개인들, 선택권도 적은데 운용부담만 짊어져
[이데일리 경계영 김인경 기자] 6년 퇴직연금 수익률 12.26%에 짜증이 난 김모 차장(40). 정기예금 30%, 배당혼합형채권펀드 30%, 중소형주혼합형채권펀드 40%로 돼 있던 포트폴리오를 바꿔 보기로 했다.
5년 수익률이 100%를 넘는 연금저축펀드가 주식 비중이 높은 만큼 그도 이번에는 주식비중을 높이기로 마음 먹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선택할 수 있는 펀드는 30여개가 넘었지만 하나같이 주식비중은 40% 이하였다.
증권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안정성을 중시하는 규정상 40% 넘게 주식에 투자할 수 없도록 돼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장기 투자에서는 주식이 가장 성과가 좋다더니 막상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부동산이나 상장지수펀드 등은 아예 고를 수 조차 없었다.
◇기업들, 저조한 수익률에 DC형 전환 러시
지난 2007년 기업이 책임지고 운용하는 확정급여(DB)형의 비중은 66.3%였고, 근로자가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은 25.5% 정도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DB형 비중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증시는 급락하고, 금리는 치솟자 굳이 위험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퇴직연금 도입시 DB형을 선택한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75.2%에 달했던 2011년을 고비로 DB형 비중은 감소 추세로 접어 들었다.
출처:금융감독원, KG제로인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기업들이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원금보장형 상품 일색인 DB형 포트폴리오로는 오히려 근로자들과 약속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이 힘들어 지고 추가로 적립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올해 9월말 현재 DC형은 20.8%까지 회복됐고, DB형은 70.3%까지 떨어졌다. 특히 DC형 적립금은 6월 말 13조9023억원에서 9월 말 14조9601억원으로 1조578억원 증가한 반면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은 같은 기간 4032억원 감소했다. 새로 도입하는 곳은 물론이고 기존에 가입한 곳도 DC형으로 바꾸고 있다는 의미다.
9월말 현재 DB형은 원리금보장형이 98.3%에 달하고 있다. 향후에도 DC형 전환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도 사측이 퇴직금 지급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설사 퇴직금이 줄어 들더라도 직원 개개인에게 운용의 책임을 지울 수 있게 된다.
◇책임 지울꺼면 운용도 풀어줘야
문제는 현재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구성 규정으로는 개인이 운용 책임만 떠안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5년 수익률 평균 111%를 기록한 연금저축펀드의 유형별 연평균 수익률은 주식형이 9.6%로 가장 높고, 주식혼합형(6.4%), 채권혼합형(4.7%), 채권형(4.3%)이 뒤를 잇고 있다. DC형은 주식에 직접투자할 수도 없을 뿐더러 주식형 펀드를 담을 수 있는 비율도 40%도 제한돼 있다.
이는 아무리 공격적으로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짜더라도 채권혼합형 이상의 수익은 기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퇴직연금제도를 운영하는 호주, 미국 등 13개국이 주식 54.4%, 채권 26.9%, 예적금 1.3% 등으로 구성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략 이들 국가는 주식혼합형에 가깝다.
게다가 중위험 중수익 대표 상품으로 자리잡은 주가연계증권(ELS)은 물론이고, 최근 몇년새 급성장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실무적인 이유로 투자할 수 없다.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도 취급하는 곳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상품 구성을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어떤 자산에 투자할 수 없는지 일일이 나열돼있어 투자 풀 자체가 제한적이고 투자하려고 해도 비율이 정해져있다”며 “퇴직연금 관련 법이 포괄주의가 아닌 열거주의로 투자하기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이 계약형 제도라 애당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계약형 제도는 퇴직연금을 적립하는 기업과 퇴직연금사업자가 일괄적으로 계약해 근로자의 퇴직연금 관리를 맡긴다. DC형 가입자의 경우 자신의 퇴직연금을 관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업자 선정 등까지 관여하긴 쉽지 않다.
이승정 금융투자협회 연금지원실 차장은 “계약형 제도에서는 연금사업자 이해에 따라 연금자산이 운용될 수 있다”며 “기금형 제도를 도입, 산업별·금융기관별 등으로 기금 위원회를 구성한다면 근로자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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