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사장, 美서 대체투자(부동산·사모펀드 등) 거물들 (브리지워터, 킹스트리트, 레온 블랙, 스타우드….) 만나 가닭은?

안홍철 사장, 세계 흐름따라 대체투자비중 30%로 확대추진]

58조弗 세계자산운용시장서 대체투자 비중만 13% 달해
안 사장이 본 투자 트렌드는 '벤치마크 폐기·유럽 再부상'

▲ 최근 미국을 방문해 글로벌 투자회사 CEO(최고경영자) 16명과 면담한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은“요즘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벤치마크 투자 방식(평균 지수상승률과 대비해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것)을 버리고 있고, 유망 시장으로 유럽을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동진 객원기자

브리지워터, 킹스트리트, 레온 블랙, 스타우드….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안홍철 KIC(한국투자공사) 사장이 방문한 회사들이다. 다소 낯설게 들리는 이 회사들은 대체투자와 부동산, 기업구조조정 분야의 전문회사이다. JP모건, 골드만삭스 등 전통적인 투자은행 가운데는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만 만났을 뿐이다. 안 사장이 만난 16명 가운데 15명이 전통적인 상업·투자은행 경계 밖에서 활동하는 금융사인 것이다. 안 사장은 "제이미 다이먼 회장과 빌 그로스 핌코 회장을 비롯해 블랙스톤, 블랙록 등 전통적인 강자도 만났지만 대체투자 분야의 강자를 만나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가치투자 강자 잇따라 만난 KIC 사장

안 사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헤지펀드 분야에서 데이비드 매코믹 브리지워터 회장, 브라이언 히긴스 킹스트리트 회장을 만났고 사모펀드에서 레온 블랙 아폴로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을 만났다. 또 부동산 투자를 하는 스타우드의 베리 스턴리히트 회장도 면담했다. 이들 대부분은 국내에는 이름조차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회사들이다. 안 사장의 이 같은 면담자 선택은 최근 글로벌 투자 트렌드 때문이다. 보스턴 컨설팅에 따르면 2011년 기준 58조달러인 세계 자산운용 시장에서 대체투자의 비중은 13%에 이른다. 2003년의 8%보다 5%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에 맞춰 KIC도 현재 10%에 불과한 대체투자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30%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안 사장은 "앞으로 금리 인상 추세를 고려해 채권 투자를 많이 줄일 것"이라며 "주식 비중을 늘리되 부동산이나 사모펀드 같은 대체투자 비중도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회사들은 벤치마크 버리고 유럽에 주목하더라"

안 사장이 확인한 글로벌 금융사들의 최신 투자 트렌드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벤치마크(benchmark)의 폐기다. 그동안 투자 회사들은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판단할 때 종합주가지수 같은 벤치마크보다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거뒀는지를 살폈다. 코스피 지수가 1년 동안 8% 올랐는데, 10%의 연 수익률을 냈다면 잘한 것이고 8%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냈다면 못했다고 보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이 같은 벤치마크 정책을 속속 폐기하고 있다. MIT대 투자자문의 세스 알렉산더 회장은 안 사장과의 면담에서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벤치마크는 이제 의미를 잃었다"며 "벤치마크에 얽매이면 벤치마크가 떨어지는 만큼 우리 회사 수익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벤치마크를 참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레미 그랜튼 GMO 회장도 안 사장에게 같은 언급을 했다고 한다.

둘째는 투자 지역으로서 유럽의 부상이다. 최근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를 받고 있지만, 곧 충격을 딛고 자산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베리 스턴리히트 스타우드 회장은 안 사장과의 면담에서 "미국 부동산 시장이 지난해 많이 올랐는데 어느 정도 정점에 이르고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유럽을 다음 시장으로 보고 있으며 현장 확인을 위해 유럽 출장을 자주 간다"고 말했다. 스턴리히트 회장 외에도 여러 CEO가 유럽 투자를 추천했다. 대신 공통으로 신흥국 시장은 당분간 매력이 없다는 분석을 했다고 한다. 안 사장은 "이번 면담 결과를 토대로 KIC도 투자 정책을 바꿔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