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1월 21일
존리(John Lee, 이정복 · 55세) 대표가 메리츠자산운용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벤치마크 모델은 그가 몸담아 왔던 100년 역사의 장기투자 철학을 가진 스커더인베스트먼트다. 선진 자산운용사의 문화를 이식해 5년 내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자리잡겠다는 것이 포부다.
연초 3년 임기로 선임돼 존리가 손을 댄 것은 펀드 수 줄이기였다. 대표펀드인 메리츠코리아 펀드만 주력으로 남기고 나머지 부수적인 펀드를 닫도록 시켰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펀드 수가 많은 것은 큰 문제다. 메리츠자산운용도 와서 보니 팔고 있는 펀드가 10개가 넘었다. 펀드는 하나면 충분하다. 그것도 한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라면 더더욱 그렇다. 똑같이 한국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A는 10% 수익이 나고 B는 5% 수익이 난다면 미국에서는 고소당할 일이다."
이런 식으로 국내 자산운용사 입장에서는 당연했던 점들이 존리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지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최고투자책임자(CIO) 위주의 모델 포트폴리오 시스템, 성의없는 자산운용보고서, 복잡한 직급체계 등이 그렇다.
"주식은 미래다. 생각하는 비즈니스다. 그러니 자산운용업은 저마다 달라야 하는 게 정상이다. 매니저들끼리 치고 받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지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 자기만의 독립적인 생각이 무엇보다 핵심이다. 그렇게 해서 고른 종목을 장기투자하는 것이 우리 철학이다. 주식을 판다는 것은 살 때 잘못 골랐다는 뜻이다. 한번 종목을 골랐으면 깔고 앉아야 한다."
존리의 관점에서 보면 리서치센터와 CIO 1인이 중심이 되는 모델 포트폴리오 시스템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그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이 자금을 집행하기 앞서 가장 많이 따지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독립성, 자율성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가 많아 운용사의 자율성이 훼손 되어서도 안되고 매니저들의 개별 역량이 무시당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최근 중소형 독립 자산운용사에 해외 기관투자가 자금이 모이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내다봤다.
존리는 펀드 운용 중에 매니저가 바뀌지 않아야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이 부분에서 당당하지 못하다. 여의도에서 펀드 매니저들의 인사이동은 어느 곳보다 자유로운 게 사실이다.
반면 존리는 스커더 인베스트먼트 시절부터 권오진, 김홍석 매니저와 20년 가까이 손발을 맞춰왔다. 나중에 도이치투자신탁운용, 라자드자산운용으로 중간중간 회사를 옮기긴 했어도 팀이 깨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 국내 유일한 케이스로 꼽히고 있다.
존리를 믿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해외 기관투자가들 중에는 벌써부터 실사를 하러 온 곳도 있을 정도다. 분기내 미국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 자산운용사를 세우는 것을 대단한 것처럼 보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등록절차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규제가 적고 돈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주요 고객으로 국내 개인투자자와 해외 기관투자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그들에게 파는 펀드 역시 메리츠코리아펀드다."
그가 온 지 한달이 채 안됐지만 조직 전반은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신뢰를 받기에 가장 적합하게 바뀌고 있다. 팀장과 본부장 직급을 없앴고 몇 줄에 불과했던 자산운용보고서를 직접 매니저 손으로 쓰게 하고 있다.
"미국은 분기마다 운용보고서를 쓴다. 고객과의 유일한 접점이라 공들여 써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너무 성의 없다. 태반이 미국 시장이 이래서 우리도 그렇다는 식이다. 매니저의 손으로 쓰는게 자산운용보고서다. 보유하고 있는 큰 주식이 있으면 이 주식을 왜 골랐는지 설명이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존리의 임기는 3년이다. 자산운용사 대표 임기치고는 꽤 길게 받았다. 그가 업계 18위의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장기투자 철학을 구현해낼 수 있을지 기대된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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