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선박펀드/팬오션

공정위 5조넘는 PEF 대기업집단으로 규제하려 하자 금융위 반대. 다음주 관게부처 모여 정부안 조율

Bonjour Kwon 2014. 2. 15. 12:25

2014-02-15

 

공정위 "자산 5조 넘으면 재벌"금융위 "금융발전 막는 조치"올해 수조원대 기업매물 많아사모펀드, 인수 주저할 수도부실기업 가치 높여 되파는데규제 많으면 수익 내기 어려워

 

급성장하고 있는 사모펀드(PEF)를 '대기업 집단(재벌)'으로 지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정부 부처끼리 충돌하고 있다.

 

대기업 집단을 지정하는 공정거래위원회는 PEF를 대기업 집단 지정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PEF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이에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다음 주 기획재정부, 공정위, 금융위 관계자들이 모여 정부 안을 조율할 예정이다.

 

'재벌'로 불리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계열사의 자산 총액이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중에서 공정위가 지정한다. 작년 4월 기준으로 삼성·현대차그룹을 비롯해 62개 기업집단(모두 1786개 계열사)이 지정돼 있다. 그런데 최근 국내 PEF 산업이 급성장하자, 자산 5조원이 넘을 경우 이를 대기업 집단으로 간주해 규제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국내 M&A 시장에는 STX 팬오션(자산 6.7조원) STX조선해양(6조원) 현대증권(3조원) 동양시멘트(1.4조원) 등 수조원대가 넘는 매물이 숱하게 나와 있다. PEF가 이 중 1~2개만 사들여도 대기업집단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PEF에 대한 대기업 집단 지정 문제가 민감한 이유이다.

 

◇사모펀드(PEF)를 대기업집단으로 볼 수 있나

 

공정위는 "PEF도 하나의 기업군(群)을 이루기 때문에 일반 기업군과 마찬가지로 자산 5조원 이상이면 당연히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PEF를 관할하는 금융위는 "공정위가 PEF의 금융산업적인 특성을 간과하고 일반 제조기업과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데 이는 우리 PEF 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대기업 계열사끼리 부당하게 밀어주기를 하지 못하도록 1987년 만들어졌다. 계열사끼리 출자하거나 채무를 보증해주는 등의 행위가 제한된다. 금융위는 "PEF는 기업을 상속이나 증여를 전제로 사들이는 게 아니라 길어도 10년 이내에 되팔아 버리는 매각을 전제로 하는 기업으로 기존의 재벌과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PEF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PEF는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이 개정되면서 국내에 처음 도입돼 2005년 15개에서, 2009년 100개, 2012년 200개를 돌파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237개 PEF가 44조원의 투자를 받아 이 중 28조1000억원어치의 기업 지분을 사들였다.

 

◇속으로 끙끙 앓는 PEF

 

PEF 업계는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생기면 부실기업을 사들여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고, 구조조정을 할 수 없어 부실기업을 사들일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 투자에서 회수(매각)까지 15년이 허용되는 일반 PEF와 달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PEF는 5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특정 재벌이 PEF를 만들어서 문어발 확장을 하는 편법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나온 규정이지만, 일반 PEF에 적용하면 '5년내 매각'이란 시간표에 쫓겨 기업 개혁 등을 제대로 못해 PEF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얘기다. 또 대기업 집단이 되면 각종 공시(公示) 의무가 생기는데, 이럴 경우 외부에 전주(錢主)인 연기금 등이 자신들의 투자 내역이 노출될까 봐 투자를 꺼리게 될 것이란 점도 PEF 업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PEF 관계자는 "해외 PEF는 전혀 받지 않는 '대기업 집단' 규제를 받게 되면, 토종 PEF는 글로벌 자금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의결권 제한 등을 풀어주는 등 PEF의 특성을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Private Equity Fund)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장기로 조달한 뒤, 기업 경영권·부동산·부실채권 등을 사고팔면서 투자 수익을 남기는 펀드나 이를 운용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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