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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시장 활기? '말로만 매각'ㆍ'시간 끌기 거래' 투자업계 " SPC 설립 통한 자산매각에도 부정적 딜 많지만 원매자 없는 상황 이어질듯

Bonjour Kwon 2014. 2. 20. 14:10

02월 13일 인베스트조선

 

오비맥주 매각이라는 초대형 인수합병(M&A) 거래를 제외하고도 2014년초 국내 M&A시장은 꽤나 활기를 띠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동부그룹, 현대그룹 등이 산업은행과 협의하에 자산매각을 한창 진행 중이고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 관련 매물도 이래저래 쏟아지고 있다. STX유럽 말고도, 팬오션이 조만간 시장에 등장할 전망이고 대한전선 매각에 대한 기대감도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또 한껏 관심을 받은 LIG손해보험이 조만간 티저(Teaser Letter)배포가 예상되고 있고, 최근에는 KDB생명보험 매각도 주관사 선정을 기점으로 본격화됐다. 이밖에 전진중공업, 포스코에너지 등 사모펀드(PEF)들의 수익확보(Exit)를 위한 매각 거래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조단위 거래이자, '거물' PEF들의 각축장인 ADT캡스 매각도 2월 중순 본입찰로 분위기를 띄워가고 있다.

 

공개되지 않은 프라이빗 거래를 제외하고도 대기 중이거나 한창 진행 중인 거래가 이 정도로 넘쳐난다. 자연스레 M&A시장 호황으로 비춰질 수준이다.

 

그러나 정작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소문난 잔치만 무성하다"는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하나하나 따져보면 '매각하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데 급급하거나, 아니면 '잠시 맡겨놓겠다'는 의미의 파킹(Parking) 의도가 엿보이는 거래들만 즐비하다는 것. 그러니 시장 값어치를 인정하면서 자산ㆍ계열사 등을 진성매각하거나 인수하는 진짜 거래, 혹은 성공이 예상되는 거래는 많지 않다는 평가들이 많다.

 

일례로 LIG손해보험이나 효성그룹 페트병 사업부 매각처럼 그룹 오너 일가의 개인적인 사정이나 세무조사 등으로 인해 시작된 거래를 향후 진행방향이 모호하다. LIG손보에 대해서는 "팔기는 팔 것이냐"는 의구심이 아직 여전하다. 이는 "팔겠다고 해놓고 팔지 않는다"라는 단순한 의미가 아닌, 시장에서 마련될 가격을 매각자들이 수용할 의지가 있느냐로 연결된다. 주주구성이 워낙 복잡한데다 향후 증자 부담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후보들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효성그룹 페트병 사업부의 경우도 국세청의 대규모 법인세 추징이 매각 동기로 작용했다. 하지만 조세심판원에 제출한 불복청구가 받아들여지거나 하는 등의 상황변화가 있으면 매각동기가 사라진다. 본입찰조차 추진하지 않고도 사모펀드(SC PE)에 3개월에 달하는 배타적 협상권을 제공한 것 역시 '시간 끌기'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투자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한 그룹사들의 자산매각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만만치 않다.

 

어차피 자산ㆍ계열사 매각을 통해 현금유동성을 높일 목적이라면 굳이 SPC가 아닌, 개별 인수자에게 '진성매각'을 시도해도 별달리 차이가없다. 그럼에도 SPC가 선호되고 있는데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비호' 아래 빠른 매각 진행과 단기간내 현금확보라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기 때문.

 

하지만 가장 큰 문제인 '투자자' 확보가 걸림돌이다. 이런 SPC를 통한 자산 매각의 '원천'이자 '개발자' 평가되는 두산그룹은 애당초 미래에셋과 IMM PE라는 지분투자자를 미리 확보해 구조를 마련했다. 그리고 충분한 현금을 보유한 그룹내 다른 계열사를 끌어들이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진행되는 SPC거래의 경우 이런 지분투자자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러다보니 시장에 "SPC를 통해 매각하겠다"라고 선언만했을 뿐, 진도가 나가지 못한다는 것. 동부그룹의 경우 결국 동부하이텍은 노무라증권을 선정해 별도 매각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

 

이러다 보니 이런 SPC 활용 방식이 '시장안정용' 또는 '보여주기 거래'라는 비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펀드 만기를 앞두고 진행되는 M&A거래도 걸림돌이 많기는 마찬가지. 진행은 하고 있지만 마땅히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일례로 KDB생명 매각의 경우, 최초 산업은행이 인수할 당시 의도, 즉 산업은행의 자회사로 남기겠다는 목표가 뒤바뀌면서 시작된 거래다. 게다가 대규모 증자까지 준비해야 하는 터라 업계 내부적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즐비하다.

 

이 같은 시장상황이 연출되는 데는 투자업계, 특히 PEF 분야에 넘쳐나는 유동성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IB업계 관계자는 "시중에 PEF자금이 많으니 가격이 높고 낮음을 떠나 받아줄 곳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른바 '착시현상'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투자기간 만료를 앞두고도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한 일부 펀드들이 이런 매물을 받아주는 모양새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유동자금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앞둔 기업들도 "잠깐 PEF에 맡겨놓으면(파킹)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가지기 쉽다는 지적인 셈이다.

 

이로 인해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시장에 딜은 많지만 원매자가 없거나, 아니면 진성매각이 의심되는 거래만 넘쳐나는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