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기업 매칭(코파)펀드

SKㆍ한화 코파펀드, 오너 부재 이어지며 투자 無…CJㆍ롯데는?

Bonjour Kwon 2014. 2. 21. 09:42

2014.02.14

 

최태원 회장ㆍ김승연 회장 부재로 신규투자 위축
CJㆍ롯데 등도 코파펀드 운용 앞 둬

[본 콘텐츠는 2월 14일 17:15에 인베스트조선(Invest.chosun.com)

 

SK그룹과 한화그룹이 연기금과 손 잡고 만든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Corporate Partnership Fundㆍ이하 코파펀드)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총수의 공백 때문이란 분석이다.

 

CJ와 롯데 등 이제 막 코파펀드 운용을 앞둔 그룹도 비슷한 상황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와 한화그룹이 결성한 코파펀드는 현재까지 단 한 건의 투자 실적도 올리지 못했다. 투자 최종 결정권자의 부재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코파펀드는 국내 기업이 해외 인수ㆍ합병(M&A)을 위해 연기금 등 투자자들과 함께 조성해온 펀드다. 주로 국민연금이 기관투자가를 맡아 자금의 절반을 댔다. 기업이 대상을 물색해오면 운용사가 심사를 거쳐 펀드 투자자산으로 담게 된다. 

SK그룹은 지난 2012년 11월 국민연금과 5000억원 규모 ‘SK KDB 글로벌투자파트너쉽’을 결성했다. 매칭 형식으로 최대 1조원까지 투자가 가능하지만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코파펀드를 통한 적극적인 투자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법정구속된 후 1년 이상 자리를 비우고 있다. 이 기간 SK텔레콤과 SK E&S는 각각 추진하던 ADT캡스와 STX에너지의 인수전에서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5월 바이오시밀러 등 신성장동력산업 투자를 위해 3000억원 규모의 코파펀드 ‘KDB HWI 글로벌 M&A’를 결성했다. 업황이 부진하던 태양광 투자를 제외하는 한편 6000억원으로 계획했던 펀드 규모도 줄였다. 당시엔 규모를 줄였기 때문에 펀드 소진도 빠를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한화 역시 오너의 공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2012년 횡령ㆍ배임 혐의로 법정구속 됐었고 지난해 1월부터 건강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됐다. 지난 11일 파기환송심에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다. 김 회장의 공백기간 중 한화생명은 ING생명 인수전에서 공격적인 가격을 써내지 못했고, LIG손해보험 인수도 일찌감치 포기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코파펀드의 투자처를 찾지 못했을 뿐더러 김 회장의 구속으로 신규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며 “김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야 신규투자를 진행할 수 있지만 당분간 계속 입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이 구속수감 중인 CJ그룹과 과세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는 롯데그룹도 조만간 코파펀드 운용을 시작할 전망이다.

CJ그룹은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5000억원 규모의 코파펀드 등록 신청을 했다. CJ그룹에서 5000억원을 출자하게 되면 최대 1조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이재현 회장이 14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CJ의 코파펀드 역시 SK와 한화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CJ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에 대비해 전방위적 대책을 세우고 있다”면서도 “이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았기 때문에 M&A 등 투자 집행 속도가 더뎌지거나 위축될 수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역시 5000억원 규모 코파펀드 설립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대 1조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의 경우 해외 진출 가능한 지역이 다변화 돼 있고, 물류ㆍ식품ㆍ소비재 등 투자 시 바로 현금이 창출되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어 투자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전방위적 세무조사를 받아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까지 발생하기라도 한다면 SKㆍ한화 그룹과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