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연기금·공제회, 해외투자 전투체제 갖춘다 국내 벗어나 수익률 극대화 노려…국민연금 작년 4.19% 수익 거둬

Bonjour Kwon 2014. 3. 9. 06:41

2014.03.07

 

[팍스TV 이승종 기자] 국내 자본시장을 대표하는 '큰 손'인 연기금ㆍ공제회들이 잇달아 해외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저금리 국면에 접어든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수익률을 끌어올려 보겠다는 입장이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교직원공제회는 내달부터 해외투자부를 신설하고 해외투자 강화에 나선다. 교직원공제회는 기존에 금융투자부와 대체투자부, 2개 부서에서 기금운용을 담당해 왔다. 해외투자부를 독립 부서로 신설한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투자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규택 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은 "자산운용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해 올해를 공제회 혁신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곳들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투자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사학연금은 올해 안으로 해외투자팀을 신설할 계획이고, 공무원연금은 이미 연초 해외투자팀을 만들었다.

 

이들 기금 자금이 앞 다퉈 해외투자를 확대하는 건 수익률 때문이다. 기금은 가입자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입장이라 수익률 유지가 중요한데, 최근 국내 자본시장이 저금리로 접어들며 연초 목표 수익률을 맞추는 것조차 버거운 상황에 처했다. 기존에 하던 것처럼 국내 자산 위주로 운용해서는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어렵자 해외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상윤 사학연금 위탁운용팀장은 "해외투자를 작년부터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며 "올해도 전체 자산 배분에서 해외투자를 늘리기로 계획했고, 투자를 계속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4.19%로 3대 연기금 중 유일하게 4%대를 기록했다. 해외주식 수익률이 21.6%를 기록하는 등 해외투자 부문에서 성과를 낸 덕이 컸다. 국민연금은 3년 내 해외투자 인력을 2배로 확대할 계획이고,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무원연금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무원연금의 지난해 수익률은 3.5%로 6년째 3년 연기금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했다. 안양호 공무원연금 이사장은 지난달 부진한 수익률을 이유로 사의를 밝혔고, 유승록 자금운용단장도 지난달말 연임을 포기했다. 공무원연금은 해외투자팀장을 포함해 해외투자 전문가 3~4명을 이달 말까지 외부서 영입한 뒤 해외투자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금은 아직 해외투자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부족한 만큼 속도 조절에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현대 해외 대체투자는 부동산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데, 현지 네트워크가 약하면 알짜 매물은 놓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문가와 네트워크 두 가지가 중요한데 모두 짧은 시간에 확보되지 않는 것"이라며 "이들 두 가지가 없는 상태서 해외 비중을 급격하기 늘리다 보면 사고가 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는 기금이 해외투자를 강화하며 국내 증권사나 운용사와 협업할 것을 강조하지만, 이를 두고는 섣부른 애국론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국내 금융투자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업은 필요한 것이지만, 이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 보장을 위해 운용하는 기금인 만큼, 국내 금융사의 경쟁력 강화를 투자 고려 요인에 넣을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남 연구위원은 "실질적인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고 국내 운용사를 키우기 위해 국민연금 등이 함께 나아가라고 할 수는 없다. 적어도 외국계가 주는 만큼의 수익률을 국내 운용사가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팍스TV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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