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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증권 겸업검토" 현오석 발언에 비판 쇄도 김기식의원 "국제추세 역행, 금융이해 부족" 지적, 금투업계도 "은행종속, 모험자본 공급위축"비판

Bonjour Kwon 2014. 4. 2. 22:40

2014.04.02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현오석 경제부총리의 은행·증권간 겸업허용 검토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가 즉각 자본시장활성화에 역행하는 발언이라며 성토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현부총리가 금융업 체계에대한 이해부족을 드러내고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브라질에서 열리는 미주개발은행(IDB) 연차총회에서 기자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업 분야 직역의 높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칸막이’로 대표되는 경쟁제한적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라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 은행과 증권업 간 겸업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은행과 증권업의 겸업을 허용하는 것은 국제 금융추세에도 역행할 뿐 아니라 우리 금융체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저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은행과 증권업의 겸업을 허용하는 것은 국제금융추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발상"이라면서 "현 부총리의 발언은 현행 금융체계에 대한 이해부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유럽과 미국은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의 분리를 적극 추진하고, 은행들의 무분별한 자기자본 투자를 금지하기 위해 볼커 룰(Volker Rule)을 도입하는 등 은행과 증권업 간의 고유업역을 분리하고, 금융산업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제고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과 관계 법령은 은행과 증권이 겸업을 하게 되면 투자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고,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크게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의 직접적인 증권업 겸영을 금지하고 있다.

 

반면 금융지주회사제도를 통해 지주회사가 전업 자회사의 형태로 은행과 증권사를 각각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김의원은 은행과 증권의 겸업을 무리하게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안그래도 은행중심으로 성장해오면서 자본시장의 발전이 제약을 받았는데 은행과 증권의 겸업을 허용할 경우 업황부진에 신음하는 증권업은 결국 은행에 종속돼 설자리를 잃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금융당국이 그동안 자본시장활성화와 위험자본, 모험자본의 공급 확대를 부르짖어왔는데 금융당국의 최고수장이 다시 과거 은행 중심체제로 회귀하는 발언을 내놓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은행이 증권을 겸업하면 이해상충 문제가 불가피하게 대두되며 국가경제에 심대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도 "발언의 정확한 배경을 살펴봐겠지만 사전에 금융위와 협의된 발언은 아니다"고 당혹감을 내비쳤다.

 

또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미국도 과거 은행규제를 완화했다 2008년 금융위기이후 혼쭐이난 뒤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업권간 칸막이는 정부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마도 뭔가를 혼동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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