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3 21
"새로운 자원개발 사업은 사실상 올스톱입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할 여력이 있겠습니까."
에너지 공기업 모 임원은 긴 안목에서 추진해야 할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정권 방침에 따라 널뛰기하는 요즘 세태를 무척 안타까워했다.
주력 에너지 공기업인 A사는 이달 초까지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았다. 예년 같으면 5~6명 정도에 그칠 감사원 인력이 20명 넘게 투입됐고 고강도 감사가 진행됐다. 이명박정부 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부실하게 추진해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는 쪽으로 결론이 날 것 같다고 A사 관계자는 귀띔했다.
물론 이명박정부 때 일부 공기업들이 실적 올리기 차원에서 무리한 인수ㆍ합병(M&A)과 자원 투자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자원개발 사업 분위기가 박근혜정부 들어 180도 달라졌다는 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스공사ㆍ석유공사ㆍ광물자원공사 등 주요 에너지 공기업의 자원개발 사업이 얼어붙으면서 민간 에너지 기업의 신규 자원개발 투자도 위축되는 양상이다.
한국광물자원공사는 총 20억달러 규모 중남미 동(銅)복합광 탐사사업을 추진해 자원 프로젝트 전문 운영사로 도약하려는 목표를 세웠다가 이를 보류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교적 투자비가 적게 드는 탐사단계인 유망 사업을 발굴해 운영권 확보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자원개발 역량을 키울 생각이었지만 공기업 정상화 계획에 맞추려면 신규 투자를 전면 보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가스공사에는 200명에 달하는 자원개발 전문인력이 포진해 있지만 신규 발굴 사업이 향후 2년간 중단되면서 이들 경력 단절이 염려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5월부터 `에너지 공기업 해외 자원개발 내실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이 TF가 28차례 회의를 거쳐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명박정부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유전이나 가스전 탐사보다 M&A와 자산 인수에만 주력해 재무건전성이 나빠졌으므로 신규 탐사와 개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약 6개월이 지난 지금 에너지 공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자산 매각 방침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신규 자원탐사 사업마저 줄줄이 접고 있다. 또 외국 현지인력을 줄여 경비를 절감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강도 높은 공기업 정상화의 후폭풍이다. 문제는 해외 자원개발이 단기간 투자로는 성과를 낼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이정환 전남대 교수는 "이미 자원을 생산하고 있는 유전이나 가스전에 참여하는 건 고비용이 소요되므로 신규 탐사광구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들에 비해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난 정부에서 자원개발 시동만 걸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현돈 인하대 교수는 "탐사 이후 자원개발에 성공하는 비율은 약 5%로 글로벌 회사들은 100개 프로젝트 중에 95개가 실패하고 5개만 개발에 성공해도 사업이 이어진다"며 "자원개발에 시동을 걸었다가 연착륙하기도 전에 정권이 바뀌면서 흔들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우 동아대 교수는 "메이저급 회사들은 수익이 없는 광구라도 꾸준히 보유하면서 탐사 작업을 진행한다"며 "부채 감축 탓에 무리하게 매각하거나 탐사작업을 중단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공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 신규 사업을 각 공기업이 책임질 수 있는 선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해외 자원개발 사업은 부채비율 감축이라는 방향성 속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황인혁 기자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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