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요즘 오피스빌딩 건립에 한창이다. 2008년 삼성그룹이 서초동에 대규모 삼성타운을 건립하며 포문을 열었다. 올 하반기에 LG그룹이 신문로 사옥을 완공하고 트윈타워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LG전자, 화학, 디스플레이, 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들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현대그룹도 현정은 회장 체제 이후 처음으로 서울 연지동에 신사옥을 마련해 계열사를 집합시킨다.
↑ 70년대 최고 연면적 빌딩인 대우빌딩(왼쪽)과
↑ LG트윈타워.
↑ 2008년 완공한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 / SKT타워.
기업들이 신사옥을 짓고 재배치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지독한 오피스 부족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매경이코노미가 주요 그룹별 오피스 사용실태와 관련한 세 가지 궁금증을 점검해봤다.
삼성·LG·SK 1~3위 금융·통신 계열사 비중 높아
매경이코노미가 2008년 2분기 기준 그룹별 오피스 사용면적을 조사한 결과 삼성그룹이 93만5920㎡(28만3116평)로 1위를 차지했다. 자사 사용면적은 44만6280㎡(13만5000여평), 임대는 49만㎡(15만평)로 임대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대표적인 자사 소유 건물은 삼성전자 서초타워, 삼성생명 서초타워, 삼성라이프빌딩 등이었고 삼성카드빌딩 동관·서관 등은 임대빌딩이다.
개별기업으로는 삼성생명이 22만2277㎡(6만7239평)로 가장 많은 오피스면적을 쓰고 있고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이 뒤를 잇는다. 최근 삼성그룹 소유의 빌딩 건립 역사를 살펴보면 2002년 삼성생명 수송동 사옥이 준공해 제일모직이 입주했고 2003년 삼성화재 서초타워가 준공돼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이 들어섰다. 2008년에는 수원 등 서울 오피스 권역 밖에 있던 인력이 서초동 삼성타운으로 대거 입주하면서 사용면적이 급증했다. 종합해보면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들이 전체 면적의 절반을 넘었다.
LG그룹 오피스 사용면적은 약 59만㎡(18만평)로 삼성그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자사 사용비율이 80%에 달해 다른 그룹에 비해 임대 비중이 낮았다. 2006년 LG CNS 상암IT센터가 개관했고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LG 가산R & D센터, LG텔레콤 상암DMC사옥, LG 서초R & D센터가 개관해 사용면적이 급증했다.
SK그룹은 LG그룹에 16만㎡(5만평)에 못 미치는 총 43만6363㎡(13만2000여평)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사건물로는 SK T-TOWER 규모가 가장 컸고 임대로 사용하는 서린빌딩이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SK커뮤니케이션즈 등 커뮤니케이션 계열기업 비중이 40%로 가장 높았다.
현대차그룹은 매출 규모에 비해 빌딩 사용면적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피스를 많이 쓰는 금융·통신 계열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체 오피스면적은 27만4892㎡(8만3155평)로 자사 사용면적은 70%를 넘었다. 현대자동차 본사 14만8760㎡(4만5000평)를 제외하면 3.3만㎡(1만평)에도 못 미치는 빌딩이 대부분이다.
2004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한 GS그룹은 총 17만9411㎡(5만4274평)의 오피스를 사용 중이다. 자사 사옥은 본사로 사용 중인 GS강남타워, 건설 부문이 쓰는 GS역전타워, 유통부문이 입주한 GS강서타워가 대표적이다. 공평빌딩, 코스모타워, YTN타워 등은 임대로 쓰고 있다.
한화그룹은 기업 규모에 비해 오피스 면적이 넓은 게 특징이다. 금융계열사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총 오피스 면적 26만㎡(8만평) 가운데 대한생명을 비롯한 금융기업들이 70% 이상 점유했다. 주요 자사빌딩으로는 한화장교빌딩·63빌딩 등이, 임대빌딩으로는 역삼동 A타워·코스모타워 등이 있다.
금융그룹의 오피스 면적은 KB·우리·신한·하나 순
4대 금융그룹들도 대기업 못지않은 오피스면적을 사용하고 있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2008년 총면적이 27만7679㎡(8만3998평)였다. 국민은행 본점과 동서여의도본점이 자사빌딩이고 나머지는 모두 임대로 쓰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은 2008년 총 사용면적이 26만㎡(8만여평)로 우리은행 본점빌딩과 우리투자증권빌딩이 자사 소유고 나머지는 모두 임대로 사용 중이다. 2002년 말 우리증권, 2004년 LG투자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해 자사 소유 비중이 늘어난 한편 2007년에는 올리브타워(명지빌딩) 4만2975㎡(1만3000평)를 신규 임대로 쓰게 됐다.
GS칼텍스, 오피스 증가율 650%로 1위
여기서 궁금증 하나. 기업 매출 증가율과 오피스 사용면적은 비례할까. 대체로 정비례하는 관계를 보였지만 그 정도는 제각각이었다. 2001년과 2008년 수치를 비교해보니 삼성, 한화, CJ그룹 등을 제외하면 대체로 매출액 증가율이 사용면적 증가율보다 높았다. 오피스 면적이 매출액 증가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일단 그룹별 매출액 증가율 순위를 보면 신한금융그룹이 1041%로 1위였고 GS, 한화, 하나금융, 포스코그룹 순이었다. 신한금융그룹은 2004년 조흥은행 인수 후 영업수익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사용면적 증가율 순위는 매출액 증가율과 다소 달랐다. 금융계열사가 많은 한화그룹의 사용면적 증가율이 429%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 2003년 대한생명(63빌딩), 신동아화재(한화손해보험)를 인수해 점유면적이 급증했다. 이어 CJ, 신한금융, LG, 삼성그룹 순으로 사용면적 증가율이 높았다. CJ그룹은 2005년 CJ투자증권 2만6446㎡(8000평)를 신규 임대해 사용면적이 급증했다.
주요 계열사별로도 따져봤다. 사용면적 순위를 보면 GS칼텍스가 650%로 가장 높았다. 또한 삼성생명, 삼성전자,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삼성그룹은 서초동 삼성타운 입주로 사용면적이 크게 늘어난 게 특징이다. 여기서 눈에 띄는 점은 그동안 오피스면적이 줄어든 계열사는 한 곳도 없었다는 점. LG화학이 106%로 면적 변화가 거의 없는 가운데 국민은행, 대한생명, SK가스·에너지 등도 200%에 못 미치는 등 증가율이 낮았다.
한편 기업별 오피스빌딩 사용비용 개념인 '점유비용(Occupancy Cost, 잠깐용어 참조)'도 대체로 기업 규모 순위와 비슷했다. 삼성그룹은 7년 동안 점유비용이 3배가량 치솟아 3793억원을 기록했다. LG그룹은 점유비용이 2368억원이었고 SK, 현대차, 한화, 포스코, GS그룹 등이 뒤를 이었다. 4대 금융그룹 중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108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 신한, 하나금융그룹 순이었다.
LG그룹 2.6만㎡가량 모자랄 듯
기업들은 지금까지 근근이 오피스 수요를 맞춰왔다. 하지만 기업 규모가 더 커질 경우 오피스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기업별로 2001~2008년까지의 사용면적 증가율, 증가면적 등을 고려해 2020년 오피스 수급을 추산해봤다.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대기업들은 앞으로도 오피스 부족현상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면적 신규 필요량이 가장 많은 곳은 LG그룹이다. 현재 트윈타워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고 신문로 사옥을 준공할 정도로 오피스 부족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가운데 2020년에 가서도 2만6446㎡(17만평)가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계열사인 LG전자의 경우 R & D센터를 제외하고 16만1983㎡(4만9000평) 규모의 통합사옥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음은 삼성그룹이다. 사실 삼성은 서초동 삼성타운을 건립해 당분간 오피스 걱정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여유(?)는 3년 이상 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국계 컨설팅업체 임원은 "2008년 삼성 서초타운이 준공돼 그나마 공급에 숨통이 트였지만 3년 뒤인 2013년에는 사무실이 부족할 수 있다"며 "성장률 둔화에 따른 오피스 수요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10년 후 오피스 부족현상이 심각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10년 후인 2020년 122만㎡(37만평) 정도 오피스가 필요해 약 29만㎡(9만평)가 부족할 것이란 추산치가 나왔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SDS의 오피스 소요량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1년 공급 늘지만 수요 커버하긴 역부족
오피스 공급 측면에서도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연도별 오피스공급 예정물량은 올해 10만373㎡(3만363평), 내년 69만1114㎡(20만9062평)로 급증하다 2012년 다시 29만1186㎡(8만8084평)로 줄어든다. 내년 서울 여의도 서울국제금융센터와 파크원, 중구 글로스타센터원을 비롯해 2014년 제2롯데월드, 2015년 상암DMC 랜드마크타워 등 향후 5년간 도심 대형빌딩이 잇따라 들어선다.
하지만 이마저 기업들 수요를 모두 커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거 5년간 서울 도심 공실률이 1%대까지 떨어질 정도로 대형빌딩 공급이 거의 없어 기업들이 임대를 통해 오피스 수요를 겨우 충당해왔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보통 경제성장률이 5%일 때 수급을 맞추려면 매년 180만㎡의 사무실이 추가 공급돼야 한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국내 평균 경제성장률이 4.2%였던 걸 감안하면 매년 150만㎡가 공급돼야 맞다. 그런데 그 기간 공급된 오피스 면적은 100만㎡에 불과해 매년 50만㎡가 모자랐다.
안계환 세빌스코리아 부사장은 "전통 제조업에서 금융, 서비스 등 지식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곳곳에 흩어진 오피스를 한데 모으고 있고 기존 완공된 빌딩보다 신규 빌딩을 선호하고 있어 앞으로도 도심 대형빌딩 수요는 꾸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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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빌딩 연면적 경쟁
강남파이낸스센터 독주 끝, 내년 파크원 등에 밀려
우리나라에 산업화 바람이 분 70년대만 해도 서울역 옛 대우빌딩은 서울의 명물이었다. 77년 6월 완공돼 대우건설 본사이자 총 1만명이 상주하면서 대표 랜드마크 빌딩으로 자리 잡았다. 한층 규모만 약 4000㎡에 달해 최고 연면적을 자랑하던 건물이었다.
그러다 85년 여의도에 63빌딩(연면적 16만6430㎡)이 들어서며 1위 자리를 내줬다. 63빌딩은 총 높이만 264m로 당시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이 기록은 깨졌다. 2001년 7월 완공된 45층짜리 강남파이낸스센터(옛 스타타워, 연면적 21만2563㎡)가 최고 위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약 10년 동안 이어져온 연면적 기록도 조만간 깨질 전망이다. 내년부터 대형 오피스빌딩이 줄줄이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내년 서울국제금융센터(연면적 51만㎡)와 파크원(64만㎡) 등이 완공 예정이고 2014년 잠실 제2롯데월드(60만㎡(예상치)), 2015년 상암DMC 랜드마크타워(서울라이트빌딩, 72만㎡)가 연달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잠깐용어
점유비용(Occupancy Cost)
((보증금×보증금 이율/12)+임대료+관리비)/전용률. 세빌스코리아가 조사한 프라임 A, B 오피스의 임대료와 임대료 상승률을 자료로 해 추정한 수치임. 전용률은 프라임오피스의 전용률 평균 수치인 55%를 적용함.
[김경민 기자 kmkim@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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