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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케어, 버블인가? 투자의 기회인가?

Bonjour Kwon 2014. 5. 1. 06:20

기사입력 2014.05.01 오전 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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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스(Sisyphus) 신드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끝없이 무거운 바윗돌을 굴리는 시지프스처럼, 수명 연장이 의료비 지출 증가를 유발하고 의료비 지출 증가가 수명 연장을 유발하는 순환구조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약, 복제약, 바이오, 의료 등 헬스케어산업이 장기적으로 ‘빛’을 발할 것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제기하는 전문가는 없다. 문제는 헬스케어업종의 주가가 너무 급하게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지수의 헬스케어 섹터(Health Care Sector)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2009년 4월23일 276.07이었다. 이후 5년이 지난 4월23일 현재 670.12를 기록했다. 5년간 142.74%나 상승한 것. 특히 지난 한해 동안 36.22%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헬스케어에 속하는 전반적인 산업들이 모두 급상승하는 모습을 보이자 버블 논란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들어 헬스케어의 하위산업 중 하나로 분류되는 바이오주가 제2의 닷컴버블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 거품 논란에도 미래 먹거리로 주목

 

지난 2월 초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즈는 바이오주가 두번째 닷컴버블의 주인공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오 거품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바이오 관련주의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나스닥 바이오텍 지수(NBI)는 지난해 60% 급등했다. 이는 S&P 500 지수의 상승률인 29.6%의 두배다.

 

라이언 데트릭 섀퍼스인베스트먼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바이오주는 버블에 가장 근접한 종목”이라며 “거품은 대다수가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 지속된다”고 경고했다.

 

반면 헬스케어 전문운용사인 섹트랄자산운용(Sectoral Asset Management)의 제롬 펀드 대표는 지난 4월17일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헬스케어는 장기투자에 적합한 메가트렌드산업”이라면서 “선진국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고, 일부 바이오회사의 경우 가격이 높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헬스케어업종 전반을 놓고 보면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강변했다.

 

제롬 대표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이머징국가도 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UN에 따르면 전세계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6년 5억명에서 2030년에는 1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자산운용에 따르면 특히 아시아에서는 중국에서만 65세 이상 인구가 2010년 1억110만명에서 2025년에는 1억9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한국,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에서의 65세 이상 인구는 2025년에는 1억5200만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이머징국가들이 선진국화되면서 세계적으로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헬스케어산업의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헬스케어산업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그룹도 바이오제약사업을 미래를 대비하는 신사업으로 육성중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1년 세계 톱 바이오제약서비스업체인 퀸타일즈와 바이오의약품생산사업합작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했다. 지난 2012년에는 글로벌 바이오제작사인 바이오젠 아이덱과 합작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 바이오시밀러 제품개발과 사업화에 나서기도 했다.

 

 

 

◆ 장기적으로 ‘긍정적’… 차별화 전략이 주효

 

장기적으로 봤을 때 헬스케어산업이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멀리 가지 않고 국내만 놓고 봤을 때도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령화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7%)에서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14%)로 넘어가는데 2018년까지 18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2026년에는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1%)로 진입이 예상되기 때문에 향후 국내에서도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기침을 하면 몸살을 앓는 국내 증권시장의 특성상 IT를 비롯해 바이오테크업종이 나스닥지수의 하락을 주도하면서 우리나라 헬스케어 섹터에 대한 조정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현실이다. 국내 또한 올 들어 헬스케어 관련주들의 강세가 있었다는 점 또한 조정 가능성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4월22일까지 헬스케어 관련 총 140개 종목 가운데 113개의 종목이 올랐고, 27개는 하락했다. 이들의 평균 등락률은 18.05%.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967.19→2004.22)인 1.88%를 16% 넘게 상회하는 수치다.

 

한지형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차별화한 투자를 권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헬스케어사업의 리딩국가가 미국임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도 그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보다 선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섹터 내에서는 의료기기업종, 의료기기 중에서는 펀더멘털 개선이 뒷받침되고 이익증가율이 높은 종목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의료기기업종 내 프리미엄 반영이 본격화될 수 있는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익 가시성이 높은 반면 주가는 횡보해 프리미엄 반영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은 서흥캅셀과 뷰웍스를 추천했다.

 

또한 그는 올해 상대적으로 주가상승률이 높았던 바텍과 바이오스페이스는 차선호주로 제시하면서 “이들은 최근 상승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이 업종 평균에도 미치지 못해 가격 매력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교보증권 투자정보파트는 올해 제약·바이오부문에서는 신약개발 가능성, 해외진출, 양호한 임상결과 등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는 종목으로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종근당,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꼽았다.

 

의료기기부문에서는 고령화 이슈와 함께 원격의료의 수혜가 될 수 있는(예방·진단, 영상진단기기, 고령화 관련 의료기기업체)종목으로 아이센스, 엑세스바이오, 뷰웍스, 세운메디칼 등을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