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5월 07일 (수) 데일리뉴스와이드
한때 브라질 최대 부호였던 에이케 바티스타 EBX그룹 회장이 그룹의 중심추 역할을 했던 석유회사 OGX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흥시장의 호황을 업고 중남미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하는 등 ‘X-제국’을 형성했던 바티스타가, 이제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파산신청을 하며 몰락한 것. 바티스타 회장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던 세계적 부호였다.
유전 실패로 47조원 부채 상환못해
한때 브라질 최대 부호였던 에이케 바티스타 EBX그룹 회장이 그룹의 중심추 역할을 했던 석유회사 OGX에 대한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신흥시장의 호황을 업고 중남미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하는 등 ‘X-제국’을 형성했던 바티스타가, 이제는 중남미 최대 규모의 파산신청을 하며 몰락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바티스타 회장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법원에 EBX그룹의 주력 계열사 OGX에 대해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OGX는 올해 10월 초 450억 달러(약 47조7225억 원) 규모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주주 및 채권단과 36억 달러 규모의 채권에 대한 조정에 들어갔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스타 회장은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하는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서 7위를 차지했던 세계적 부호였다. 지난 2008년 무려 41억 달러 규모의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중남미 사상 최대 규모라는 기록을 세웠다. 바티스타의 보유자산은 34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되며 세계 최고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텔맥스텔레콤 회장의 자리를 위협하기도 했다.
바티스타 회장이 이끌던 EBX그룹은 지난해까지 브라질 대표 기업으로 시가 총액은 50조원을 넘기도 했다. 이러한 거대 그룹을 배경으로 바티스타 회장은 포브스 선정 세계 1위인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 회장에 대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슬림을 반드시 제칠 것”이라며 “오른쪽이 될지 왼쪽이 될지는 모르지만 어떤 방향으로든 슬림을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세계 최대 규모 태양에너지 생산시설 준공
바티스타 회장은 야심차게 브라질 동북부 세아라주(州) 타우아에 태양에너지 생산시설을 마련했는데, 이는 몰락의 시초가 되었다. 1만2000㎡ 부지에 조성된 태양에너지 생산시설 ‘MPX 솔라 타우아’는 집열판 4680개를 자랑한다. 바티스타 회장은 “태양광 발전량을 1메가와트(MW)에서 시작해 외국 기업과 손잡고 2015년까지 1000MW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우 컨설팅 서비시스의 조너선 켄들 에너지 컨설턴트는 “재생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전환할 MPX가 에너지 관련 사업이라면 규모와 상관없이 무엇이든 손대려 하는 것은 지난 몇 년 사이 브라질 풍력발전 부문의 투자수익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조너선 켄들은 바티스타가 깨끗하고 재생가능한 첨단 발전기술에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브라질의 방대한 물길 위에 세워질 소규모 수력발전소가 좋은 예다. 대규모 수소 기반 에너지 저장시설을 브라질 곳곳에 설치해 전력소비의 정점과 저점 사이에서 균형도 맞출 계획이다.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의 전형
자수성가형 억만장자인 바티스타 회장이 이끄는 EBX 그룹은 MMX(광산), OSX(조선), OGX(석유·가스), MPX, LLX(물류) 등으로 구성돼 있다. EBX 그룹이 흔히 ‘X그룹’ 또는 ‘X제국’으로 불리는 것은 기업명 속의 X라는 스펠링 때문이다.
바티스타 회장은 미신을 믿고, 숫자 63, 태양, 스펠링 X를 선호하는데, 부동산, 스포츠 마케팅, 전기자동차에도 관심 갖고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바티스타 회장은 1957년 브라질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을 주로 유럽에서 보냈다. 1969~80년 독일에서 거주한 바티스타 회장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에 있는 RWTH 아헨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다 중퇴했다.
1980년 브라질로 돌아간 바티스타 회장은 아마존 지역에서 금광사업에 손댔지만 곧 접고 캐나다의 금광업체 TVX 골드에 합류해 돈을 좀 만졌다. 그러던 중 2000년 자신의 TVX 지분을 10억 달러에 매각했다. 바티스타 회장이 엄청난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설립한 석유·가스 탐사 업체 OGX 덕이다.
거침없이 질주하며 세계 최고 부자를 호언장담하던 바티스타 회장은 지난 여름 글로벌 경기악화와 유럽발 경제 위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데 상파울루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를 인용, 바티스타 회장의 위상에 변화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포브스는 최근 브라질만을 대상으로 부자 서열을 평가했는데 바티스타 회장의 재산이 302억6000만 헤알(한화 약 16조8000억원)로 감소되었다. AB 인베브(Inbev)와 버거킹의 대주주인 조르제 파울로 레만이 293억 헤알(약 16조2600억원)로 2위를 기록했고, 은행가 조제프 사프라가 259억7000만 헤알(약 14조4100억원)로 3위를 차지했다.
바티스타 회장의 재산 감소는 상파울루 증시에 상장돼 있는 EBX 그룹 자회사의 주식이 최근 들어 급락세를 계속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레만의 재산은 버거킹 지분 매각 등을 통해 140억 헤알 가량 늘었다.
통큰 기부로 유명한 괴짜 부자
바티스타 회장은 브라질의 인프라에 아낌없이 투자해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바티스타 회장이 개인의 사업과 브라질 사회의 발전을 함께 추구하는 바람직한 기업가로 평가하며 그의 행보를 집중 분석했다.
바티스타 회장은 최근 2015년까지 100억 달러(약 11조8200억 원)를 투자해 브라질의 도로, 항만, 철도, 정제소를 건설하겠다는 목표를 밝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바티스타 회장은 브라질의 풍부한 천연자원을 이용하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있으며 국가 인프라 투자는 물론 빈민 구제사업에도 아낌없이 재원을 출연하고 있다.
바티스타 회장은 또 지난해 브라질의 열악한 화물수송 환경 개선을 위해 26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대형 항구 건설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준비를 위해 1200만 달러(약 142억 원)를 기부했고, 빈민가 정비사업을 위해 5800만 달러(약 687억 원)를 희사했다.
바티스타 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 1위 부자가 되는 것과 리우를 세계 최고 부자 도시로 만드는 2개의 목표를 함께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중동 자금’ 유입으로 적극 공세 가속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최근 바티스타 회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국부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무바달라 펀드에 이어 다른 펀드들도 투자 제의를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바티스카 회장은 펀드 이름을 공개하지는 않은 채 “EBX 그룹은 10억달러의 투자 제의를 추가로 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무바달라 펀드는 EBX 그룹의 지분 5.63%를 36억4천만헤알(약 2조3천억원)에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남미 지역에서 이루어진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무바달라 펀드의 투자 자금은 에너지, 인프라, 부동산, 우주항공 등 분야에 투입될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이 은행권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의하면 카타르 국부펀드인 카타르홀딩스가 EBX그룹 산하 금광기업 AUX에 투자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데, 카타르홀딩스는 AUX의 지분 49%를 20억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양측간 협상은 상당히 진전된 단계이며 이르면 곧 타결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운용자산 약 1000억달러 규모의 카타르홀딩스가 브라질 투자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바티스타 회장은 다국적 급식업체인 뉴레스트(Newrest)와 공동으로 합작회사인 NRX를 설립했다. 뉴레스트는 15년 전부터 급식 사업을 해왔으며, 현재 46개국에서 영업을 하는 업체다. 바티스타 회장은 “앞으로 10년간 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사업 확장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NRX를 설립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티스타 회장은 스포츠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스포츠마케팅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바티스타 회장은 리우데자네이루 시에서 스포츠 전문 자회사 IMX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IMX 운영에는 미국의 다국적 스포츠·엔터테인먼트·미디어 기업인 IMG가 관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스타 회장은 지난해 11월 IMG와 합작회사 설립에 합의했다.
바티스타 회장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축구대회 및 2016년 리우 하계올림픽과 장애인올림픽을 겨냥해 IMX를 설립했으며, IMX는 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컨설팅에 주력할 것으로 전해졌다. 바티스타 회장은 리우 시를 근거지로 하는 프로배구팀 RJX를 창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