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L 투자

가능성 보인 민간 배드뱅크

Bonjour Kwon 2010. 11. 19. 10:31

국내 금융권배드뱅크 시장에 불만을 터트린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터다.

당시 금융사가 보유한 상당수 자산은 외부 충격으로 부실화했고 속속 정부자산에 편입됐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정부가 이를 인수해줘 부담을 줄일 수는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헐값에 팔아야 하는 억울함도 느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 연합자산관리(유암코). 국민·우리·신한·하나·기업·농협 등 6개 금융기관이 공동출자해 만든 유암코는 이들 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정상화한 뒤 해당 채권을 회수하는 업무를 맡는다.

덕분에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독점에 따른 헐값 매각을 막는 것은 물론, 부실채권을 자의적으로 조기에 정리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
 
유암코의 등장으로 금융사는 구조조정을 상시 진행할 수 있게 됐고, 이에 따라 입찰시장도 형성됐다. 새로운 구조조정 시장이 열린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배드뱅크 시장에 민간 참여자가 생기면서 부실 가능성이 있는 채권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할 수 있게 됐다"며 "법정관리기업의 조기회생을 통해 경제효율성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하듯 유암코는 올 들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유암코는 올 들어 진행된 부실채권 공개매각 6곳 중 4곳의 단독 투자자로 선정됐다. 현재 진행 중인 입찰에 참여한 매각 규모만도 1조7862억원. 낙찰 규모는 6개 금융기관에서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존속기간이 오는 2014년까지로 제한된 기관이 이처럼 활약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민간 배드뱅크에 대한 수요를 증명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금융사별로 독립된 정리금융기관을 보유해 시장을 키우는 등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야 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예컨대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 우리F&I와 같은 금융사별 NPL처리 전문 기관을 만들어 시장을 형성하자는 것이다.

전용식 우리금융 연구위원은 "각 금융회사가 부실채권 처리 기관을 갖고 있으면 공적기금의 역할은 축소되고 자연스레 시장 논리가 득세할 것"이라며 "NPL 처리 전문 회사를 키우는 것이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민간 배드뱅크 시장이 형성될 경우 효율성 제고는 물론 기업금융(IB) 시장의 활성화와 구조조정 전문가 육성도 가능해질 수 있다.

기업 구조조정과 채권 양도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인수·합병(M&A) 및 기업공개(IPO), 경영자 인수(MBO),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매각 등이 매우 활발해진다. 

한편 국내 배드뱅크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한 외국자본은 이미 지난 2008년부터 진출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현재 미국 AIG의 계열사인 American Life Insurance Company가 98% 이상 출자한 펀드 '파인트리가 100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에 투자했다. 일본계 신세이뱅크와 도이체방크·GE캐피탈·안젤로 고든 코리아 등도 부실채권 거래에 참여하고 있다.

앞으로 오릭스캐피털과 스탠다드차타드·맥쿼리·크레티움캐피털·글로벌 에셋 리서치 등의 투자도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