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L 투자

부실채권 시장 ‘황금알’은 옛말… 체계적 자산관리 뒤따라야 수익 보장

Bonjour Kwon 2014. 6. 2. 18:10

2014.06.02

 

요즘 많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투자상품이 NPL(Non-Performing Loan: 부실채권)이다. NPL은 금융기관 여신 중 무수익여신(無收益與信), 즉 ‘채무자가 변제 이행능력이 없음’으로 분류된 채권을 의미한다. 금융기관은 대출금의 자산 건전성을 채무자의 변제능력, 담보가치 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하고, 이에 따라 충당금 비율을 결정한다. 통상적으로 이 5단계의 건전성 상태 중 고정 이하의 여신이 NPL로 구분된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분기 말 현재 국내 은행의 총 여신은 약 1472조원이며, 그 중 약 1.8%(약 26조6000억원)가 고정 이하의 여신이다. 이는 미국 2.6%, 일본 2.1%와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며, 특히 1999년 말 IMF 외환위기 때 국내 은행의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인 12.9%에 비해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07년 말의 0.7%와 비하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정 이하 여신 비율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는 2013년 웅진, STX 등의 여신이 고정 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며 대기업 여신에 대한 부실채권 비율이 2.39%(2012년 말 1.66%)로 급상승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을 1.0% 이하로 권장하고 있고,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목표치를 산정하여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3년 말 기준 금융감독원이 설정한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 목표치는 1.3%로 실제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 1.81%와 약 0.5%포인트 차이가 난다. 금융감독원의 목표치를 충족하려면 금액으로는 약 7조원 이상을 정리해야 하는 것이다.

 

 

- 유동성 위기로 해체된 STX그룹 등 일부 대기업 부실 여파가 부실채권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 STX남산타워 모습.

 

연 평균 약 29조원 규모 부실채권 발생

2010년 이후 은행권은 매년 평균 27조원 이상의 부실채권을 매각, 상각, 담보처분 등의 방식으로 정리해왔기 때문에 7조원의 부실채권 정리는 언뜻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매년 평균 신규 부실채권 발생 규모가 약 29조원임을 고려하면 7조원의 추가 부실채권 정리는 향후 NPL 시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NPL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NPL 상품이 시장에 활발하게 나오는 시점이 전반적인 경제상황과 역행한다는 점이다. 과거 외환위기 때에는 NPL 증가와 함께 외국계 투자자들의 자본 유입이 활발하였고, 이후 주가가 급상승한 2006년과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찍은 2007년에는 투자자들이 주식, 부동산 등에 주로 투자하였고 상대적으로 NPL 시장은 외면당했다. 하지만 2008년 미국, 유럽 등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내수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했고 NPL 시장은 다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NPL 시장의 판도는 과거와 많은 차이점이 있다. 우선 1997년 외환위기 이후와 비교하면, 투자자들의 구성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은행권이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기 위해 대규모의 포트폴리오를 매각하였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NPL은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력과 경험을 갖춘 외국계 회사가 주요 투자자였다. 2002년 정도 되어서야 비로소 국내 투자자들이 나오기 시작했으나, 국내에는 부실채권이라는 사회적인 인식과 불안감이 만연했다. 또 외국계 투자자의 자금력, 운영 노하우 등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예방주사를 톡톡히 맞은 탓일까. 2008년 이후 NPL 시장은 국내 투자자들의 독무대로 변했다. 2008~2009년에는 저축은행이, 2010년 이후에는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우리F&I(현 대신F&I)가 NPL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게 되었다. 그뿐 아니라 막강한 자금력을 보유한 국내 연기금들도 NPL을 대체투자처로 인식하고 있고, NPL 펀드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근 자금력과 부실자산 관리 경험을 보유한 저축은행, 인터넷 경매정보 제공업체들도 NPL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도 변했다. 과거에는 특별채권, 워크아웃 채권 등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기 위해 진로, 대한통운 등 규모가 있는 회사의 특별채권이 수시로 포트폴리오에 포함되어 매각되었다. 그러나 현재는 은행이 소규모 여신에 대한 관리부담으로 인해 개인담보부 채권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간간이 중소형사 위주의 특별채권만이 매각물건으로 나오고 있다.

 

NPL의 급변하는 투자 수익률은 많은 투자자를 당황시키고 있다. 과거 NPL은 속칭 황금알을 낳는 투자로 인식되며 다수의 외국계 투자자들은 상상할 수 없는 막대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10여년이 지난 지금은 경제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우선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돌입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률도 달라졌고, 자기자본 조달 비용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다. 또한 NPL이 더 이상 위험한 투자가 아니라 부동산 가치가 내재된 안정적인 투자라고 생각하는 투자자 인식의 변화가 현 NPL 시장에 반영되었다. NPL 시장가격은 원금 대비 50% 수준에 낙찰되었던 과거와 달리, 2008년 약 70%에서 계속 증가 추세를 보여 최근 90%대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물론 채권의 담보 물건마다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절대 가격의 수치가 수익률로 직결된다는 가정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 확실한 것은 경쟁도 치열해졌고 그에 따라 수익률도 많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부실채권 투자수익률 많이 낮아져

많은 투자자들의 궁극적인 고민과 목표는 투자 수익률이다. 그렇다면 원금의 90% 이상을 주고 과연 원하는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까? 시중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원한다면 그 해답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자산관리에 있다. 과거에는 일단 싸게 매입하는 것이 중요했다. 모든 위험 가능성을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시켜 손실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동시에 높은 기대수익률로 할인하여 매입한 후 현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잠재적 이익 실현을 추구했다.

 

하지만 이제 치열한 경쟁, 낮아진 기대수익률, 복잡하게 얽힌 권리문제, 유치권, 소송 등을 자체적으로 해결하여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률을 충족시키는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자산관리도 경매 진행 및 이에 따른 자진변제 유도, 론세일(Loan Sale: 대출채권 매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다 높은 회수 가능성을 검토한 후 행해져야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자산관리와 전문지식이 없이는 물건을 매입할 수도 없고, 매입한다 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 됐다. 즉 정확한 예측으로 손실위험을 방지해야 하고 치밀한 자산관리로 시장의 평균 수익률보다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NPL 시장이 된 것이다.

 

부실채권 시장은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은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NPL 시장의 현실이다. 새로운 투자처인 NPL 시장은 투자, 관리, 회수에 명확한 계획과 전문적 지식이 밑받침되어야 성공을 보장받는 시장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