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2
]
1년전에 잘나가던 중견그룹들 재무상태 나빠지며 3강 체제로
포스코, 석탄화력으로 앞장… 플랜트서 계열사 시너지 강해
GS, STX 인수하며 몸집 키워… SK E&S, 천연가스에 전력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와 동양파워는 별개 사안이다. 독립적으로 검토하겠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제15회 철의 날' 행사에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동양파워를 인수하면 동부발전당진 인수는 접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와는 별개로 동부발전당진 인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그동안 '철(鐵) 없는 사업'은 구조조정 대상이라고 밝혔지만, 에너지 사업만큼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발전 사업은 차세대 성장 사업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사업"이라며 "다른 분야는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에너지 분야에서는 크고 작은 인수가 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웅할거에서 3강 체제로
포스코에너지가 잇따라 석탄화력발전소 인수에 나서면서 민간 발전업계 지도도 다시 그려지고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STX·동부·동양 등 중견 그룹들이 잇따라 석탄화력 사업을 추진하며 민간 발전업계가 군웅할거(群雄割據) 시대를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 경기도 안양에 있는 GS파워의 안양복합화력발전소. 최근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중견 대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단행함에 따라 국내 민간 발전 사업이 GS, SK, 포스코 등 3강(强)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GS파워 제공
작년 초 동부그룹이 강원도 강릉에서 추가로 발전 사업권을 확보했고 동양그룹이 강원 삼척에서 사업권을 따냈다. STX그룹도 강원도 동해에서 발전소 건립에 들어가는 등 중견그룹들의 약진이 뚜렷했다. 포스코에너지와 SK·GS 등 기존 3강(强) 업체들은 발전소 사업권 심사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포스코에너지·SK E&S·GS그룹 등 기존 3강(强) 체제로 굳혀져 가고 있다. STX·동부·동양이 모두 경영난을 겪으면서 관련 발전소를 매물로 내놓자 기존 3강 업체들이 치열한 인수 경쟁을 벌이며 몸집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민간 발전 3강(强) 간의 1라운드는 이미 지난해 STX에너지 인수전에서 벌어졌다. STX전력이 강원 동해에 짓는 1190㎿(메가와트)급 석탄화력발전소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당시 STX에너지 쟁탈전에선 SK E&S가 막판에 입찰을 포기하고 GS가 LG상사와 극적으로 컨소시엄을 이루면서 승리했다. 여기에 동양파워와 동부발전당진이 포스코에너지로 넘어가게 되면 석탄화력발전 사업권 5개 중 3개가 3강의 손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추진하는 강릉화력 1·2호기(2120㎿), SK건설의 신삼천포발전소(2000㎿) 등도 향후엔 이들 3개사로 흡수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회사들은 설계·시공 능력 향상과 일거리를 위해 사업권을 따낸 경우가 많다"며 "결국 건설이 끝나면 발전 전문 기업들에 넘기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코, 1위 자리 굳힐 듯
대기업들이 민간 발전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장기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수십 년간 일정한 이익이 기대되는 발전 사업의 매력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메이저 3사가 각각 내세우는 강점도 뚜렷이 차별화된다.
포스코에너지는 규모의 경제가 강점이다. 1160㎿ 규모인 동부발전당진(2016년 12월 가동 예정)과 2000㎿(2020~2021년 가동 예정)인 동양파워를 통해 다른 민간 발전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계열사인 포스코건설·포스코엔지니어링 등과 함께 발전 플랜트 시공 분야에서 시너지도 강하다.
석탄화력 분야에서 뒤진 SK E&S는 상대적으로 강한 천연가스발전소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대규모 발전소인 장문천연가스발전소(1821㎿)와 여주천연가스발전소(1000㎿)를 2017년부터 가동한다. 인도네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직도입하며 높은 수익을 올린 노하우가 장점으로 꼽힌다.
GS그룹은 2016년 GS동해전력(옛 STX전력)의 북평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한다. 민간 업체로서는 가장 먼저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