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30
‘작은 고추가 맵다.’
이 속담은 투자자문업계에도 꼭 들어맞는다. 타임폴리오투자자문, 라임투자자문, 페트라투자자문은 일반투자자에게 다소 생소한 회사다. 운용 규모도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업계에선 ‘운용의 선수들’로 정평이 자자하다.
이를 입증하듯 3인방은 최근 1년 수익률에서 자문사 1~3위를 기록했다(일반주식계좌 운용수익률, 제로인, 5월 말 기준). 1위를 기록한 타임폴리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7%에 달한다. 코스피가 1900~2000 박스권에서 헤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탁월한 성과다. 이들 3곳의 공통점은 투자 철학이 분명하다는 것. 젊은 CEO가 직접 운용에 참여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황성환 타임폴리오투자자문 대표(38)는 옥탑방 전세살이에서 출발해 200억원 자산을 모은 인물로 유명하다. 서울대 재학 중 주식투자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1999년 과외로 모은 300만원으로 주식에 입문했다. 1년 뒤엔 전 재산인 옥탑방 전세금 1600만원을 ‘올인’했다. 2000년 입사한 주식 콘텐츠 업체는 ‘주식을 알아야 한다’는 이유로 자유로운 주식매매를 허용했다. 그는 주식을 공부하며 2000년 말까지 3000만원으로 돈을 불렸다. ‘감(感)’을 익힌 이후 2001년부터 증권사들이 개최하는 각종 ‘주식투자 실전대회’에 뛰어들어 상을 휩쓸었다. 동원증권 실전대회 때는 주어진 종잣돈 3000만원을 두 달간 운용해 200%의 수익률을 기록했고 상금으로 6000만원을 거머쥐었다. 이후 코스닥에 투자해 20억원대로 자산을 늘린 그는 2004년 손복조 당시 대우증권(현 KDB대우증권) 사장의 권유로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손 사장은 대규모 딜링룸을 만들고 선물 출신, 투신권, 재야 등의 고수를 불러 모았는데, 그는 ‘재야고수’로 부름을 받았다. “홀로 주식 투자하면 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냥 ‘돈 많은 아저씨’로 그치고 싶지 않아 대우증권에 들어갔다”고 했다.
대우증권에서 1년 남짓 조직을 경험한 그는 2005년 타임폴리오를 인수했다. 이때가 28살이었다. 이후 운용 규모를 크게 키우지 않고 수익률을 높이는 데 매진했다. 꾸준하게 실력을 보여주면 돈이 모이는 건 금방이라는 생각에서다.
그의 운용 철학은 ‘시나리오 매매’다. 월요일 장이 열기 전인 일요일, 거시경제나 산업 변화 등 한 주간의 움직임을 미리 전망하고 투자에 임한다. 시나리오가 맞아 떨어지더라도 수급이 따라주지 않는 종목은 건드리지 않는다. 통계를 활용하는 ‘퀀트’ 기법도 쓴다. 환율 움직임, 실적 발표, 윈도드레싱(기관투자가의 월말 종가관리성 매매) 등의 변수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주식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장 나쁠 때도 수익 내는 전략
경제 분석·발로 뛰는 탐방 2박자
내수 회복 덕 볼 기업 찾는 중
최근 화두는 내수 경기 회복이다. 황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경제 정책이 내수 경기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관련 종목을 주시하고 있다”며 “내수 회복은 부동산이 살아나야만 가능한데, 국내 주택 분양 시장 호조, 각종 규제 철폐 분위기 등을 고려해 건설주를 눈여겨본다”고 덧붙였다. 개별 종목 중에선 현대백화점이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다. 내수가 살아날 때 가장 덕을 볼 수 있는 기업이라는 판단이다. 내년까지 김포, 판교 등에 대규모 아웃렛 매장이 들어선다는 점도 긍정적인 포인트다. 현재 타임폴리오의 전체 운용 규모는 3300억원대. 본인 자산도 펀드에 다 묻어 ‘책임경영’을 한다. 황 대표는 “돈을 크게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아직 없다”며 “헤지펀드 전략으로 장이 좋을 때나 나쁠 때나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라임투자자문도 전형적인 강소 자문사다. 원종준 대표는 황성환 대표보다도 젊은 35세다. 10여명의 임직원 역시 평균 30대로 젊다. 이제 설립 2년이 채 안 됐고 총운용 규모 1500억원대의 신생 자문사지만 실력은 남다르다. 최근 1년 수익률 13%로 타임폴리오에 이어 2위다. 이런 실적 덕에 주로 일임 규모가 큰 자문사와 거래해왔던 삼성증권은 예외적으로 라임투자자문을 운용자문사로 선정했다.
원 대표는 2012년 회사를 설립하기 전까지 운용 매니저로서의 실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우리은행 증권운용부에서 기초를 다진 그는 여의도에서 가장 ‘핫’한 운용사로 꼽히는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에서 실력을 쌓았다.
원 대표는 롱쇼트 전략(잠깐용어 참조)에서 성과가 좋다.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펀드, 마이다스거북이90펀드 등 대형 롱쇼트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제로(0)’에 맴도는 상황에서 10%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동일 업종 내에서 기업 가치 차이가 큰 종목을 대상으로 롱쇼트 전략을 펼치는 ‘페어트레이딩(pairtrading, 잠깐용어 참조)’ 전략이 맞아떨어졌다. 예를 들어 교육기업 중 구조조정 효과로 흑자전환한 웅진씽크빅은 매수(롱)하고, 수능 난이도 하락으로 이익 규모가 급감하는 메가스터디는 공매도(쇼트)하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롱쇼트 펀드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롱쇼트를 구사하는 것과 다르다.
그는 “임직원과의 자유로운 대화와 토론으로 투자 아이디어를 얻어낸다”며 “주식이라는 작은 나무만 쳐다보지 않고 사람들의 소비 형태 변화 등 큰 숲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일임 수탁고가 3000억원이 되면 더 이상 투자를 받지 않을 생각이다. 적정 규모의 자금을 운용해 성과보수를 받는 편이 투자에 집중하고 수익도 내는 일거양득의 전략이라 판단해서다.
페트라투자자문 역시 2009년에 설립된 역사가 길지 않은 회사다. 운용 규모도 3000억원대 수준이다. 그러나 수익률은 안정적이다. 지난해 수익률이 40%에 달하고 3년 수익률도 기복이 없다. 최근 자문사 수익률 랭킹 3위권 밖을 벗어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해외 연기금들이 항상 관심을 두는 회사다. 실제로 유럽계 연기금 운용사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용환석 페트라투자자문 대표는 “성공보다는 실패 사례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며 “10개 종목에 투자했다면 2~3개 종목은 확실히 올라야 하고 5개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트라투자자문은 2가지 면에서 색깔이 뚜렷하다. 첫째, 단순 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며 기업 가치를 높인다.
둘째, 가치투자자로 유명하다. 용 대표는 올해 미국 가치투자자 모임인 ‘밸류 인베스팅 콩그레스(Value Investing
잠깐용어 *롱쇼트 전략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롱)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을 공매도(쇼트)하는 전략.
잠깐용어 *페어트레이딩
비슷한 흐름으로 움직이는 종목의 가격 차이가 벌어졌을 때 싸서 오를 것 같은 종목을 사고, 비싸서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을 파는 전략. 롱쇼트 전략의 일종이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63호(06.25~07.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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