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

[色있는 자문사가 뜬다]① 기관자금에 특화된 유리치투자자문

Bonjour Kwon 2014. 9. 16. 07:27

2014.09.16

전오종 유리치투자자문 대표

 

160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에 등록된 투자자문사 수다. 최근 1년 동안 22개사가 신규 등록했고 19개사가 폐지됐다. 투자자문업계는 그야말로 전쟁터다. 실력을 검증받지 못하면 도태된다. 살아남기 위해 자문사들은 자신만의 전공을 살려 특화된 투자 기법으로 수익을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뚜렷한 개성을 갖고 생존의 길을 만들어내고 있는 자문사를 찾아 그들의 전략을 들어봤다. [편집자주]

 

지난 2009년 설립된 유리치투자자문은 운용자금의 대부분을 은행, 연기금, 보험 등 기관으로부터 받고 있다. 전체 운용 자산 6000억원 중 5500억원 가량이 기관자금이다. 사실 기관 자금은 운용하기가 까다롭다. 개인투자자들의 자금과 달리 지켜야할 규칙이 많다. 일부 기관의 경우 3개월 단위로 수익률을 평가하고 업종 및 종목 선택에도 제약을 둔다. 기관 자금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뜻이다.

 

전오종 대표는 “기관 자금 위주로 운용을 것은 일단 실력부터 인정을 받자는 취지”라며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만족할만한 수익을 안겨주는 것인데, 우선 기관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후 개인투자자들의 자금도 본격적으로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유리치투자자문은 하반기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 국내 투자자문사 가운데 보기 드물게 해외주식에 발을 들여놓을 예정이다. 이대우 멀티전략운용본부 상무가 중심이 돼 준비는 거의 끝났다. 시스템트레이딩을 통해 전 세계 시가총액의 약 36%를 차지하는 미국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중국 주식시장에도 투자한다.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난다면 유리치투자자문은 또 한번의 도약을 맞이할 수 있다.

 

◆ ‘은행금리+알파(α)’ 절대수익 추구

 

“20~30%의 고수익도 좋지만 안정적으로 은행금리 두 배 정도의 수익을 목표로 합니다. 펀드, 파생상품 그리고 부동산 등 재테크에 실망한 투자자들을 위해 최대한 원금을 지키면서 1년에 6~8% 정도 수익을 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 대표는 올해 창사 이래 최고의 실적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큰 욕심을 버리고 ‘은행금리+알파(α)’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증권사와 운용사를 두루 거친 그는 “30년 넘게 주식시장과 동거동락하면서 느낀 점은 단기간 성적이 좋을 수는 있지만 결국 길게 보면 평균에 수렴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크게 욕심을 내지 않고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운용역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은 확실한 보상체계를 마련한 점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전 대표가 만든 ‘두드림(Do Dream)’은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계량화해 이에 대해 합당한 보상을 주는 프로젝트다. 자기가 일한만큼 평가를 받고 보상을 받게 되자 직원들의 능률도 향상됐다고 전 대표는 설명한다.

 

 

유리치투자자문 전오종 대표, 이수창 주식운용본부장, 이대우 멀티전략운용본부 상무(왼쪽부터)

 

◆ 기관자금 운용 전문 투자자문사로 발돋움

 

유리치투자자문은 처음부터 기관자금을 받는데 역량을 기울였다. 시작은 삼성생명 자금을 위탁받으면서였다. 처음 50억원의 자금을 받아 운용한 뒤 성과가 나오자 예비 운용사로 선정돼 300억원의 자금을 운용했다. 이 후 성과가 뛰어나자 최종 운용사로 들어가 1000억원의 자금을 받게 됐다. 투자자문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자금을 받는게 일종의 꿈으로 여겨진다. 그만큼 위험관리에 대한 통제가 엄격하고 가이드라인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유리치투자자문은 삼성생명을 시작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해 연기금, 보험, 은행 등의 기관자금을 본격적으로 유치해 운용하고 있다.

 

전체 주식운용을 총괄하고 있는 이수창 자산운용본부장은 “연기금 운용사로 선정될 때 2년 6개월간 18%의 초과수익을 거두며 경쟁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도 했다”며 “중국 소비 관련주와 내수주에 초점을 맞추면서 주식시장의 흐름과 일치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투자의 원칙으로 ‘근거있는 투자’와 ‘위험관리’를 들었다. 그는 “정확한 기업분석 없이 소문에 따라 주식을 사고 파는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몰빵’ 투자 역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치우침 없는 적절한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관 자금을 운용하면서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이 본부장은 “기관의 경우 책임자가 임기 동안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 수익률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며 “아모레퍼시픽이 14년 전 2만5000원에서 최근 210만원대까지 올랐는데 단기 수익률에 집착하면 이런 종목을 어떻게 발굴하겠냐”고 말했다.

 

◆ 해외상품으로 제2의 도약 준비

 

유리치투자자문은 빠르면 이달 말 해외투자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투자 대상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이다. 원자재, 국가별 채권 뿐만 아니라 각 국가별 거래소에 상장된 모든 종목이 대상이다.

 

운용전략은 헤지펀드에서 사용하는 전략을 시스템적으로 지수화해 투자하는 방식이다. 시가총액 및 거래량 기준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대우 멀티전략운용본부 상무가 개발한 시스템트레이딩 툴을 사용한다. 시스템트레이딩은 과거 데이터로 검증된 일정한 매매규칙을 사용해 일관성 있게 매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 상무가 개발한 툴은 예컨대 100종목을 기준으로 버튼을 누르면 1분 후 투자 종목의 우선 순위를 알려준다. 언제사서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유리치투자자문은 한국투자증권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해외상품 투자 유치를 할 계획이다.

 

이 상무는 “최근 증권업계 이슈가 해외 주식시장과 시스템쪽에 쏠리고 있다”며 “전 세계 종목을 데이터로 분석해 적절한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적은 인력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