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9
적정 수준 이상 지급할 땐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키로
금융당국이 생명보험 업계 1위인 삼성생명에 배당을 낮추라고 권고했다. 제조업과 달리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보험사가 지나치게 배당을 많이 하면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당국은 나아가 보험사가 단기수익에 몰두해 적정수준 이상으로 배당을 하거나 고금리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를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2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을 비롯해 보험업계가 결산을 마친 후 올해 초 배당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배당성향을 평균 30% 이하로 하라고 지도했다. 배당성향은 주식회사의 이익금 가운데 주주에게 현금으로 주는 비율이다. 삼성생명은 35%의 배당성향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금감원의 권고에 따라 30% 초반으로 비율을 낮췄다. 다른 보험사 역시 배당비율을 내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외국인 주주가 많다 보니 높은 배당은 곧 국부유출을 의미했고 금융회사가 고객 자산을 굴리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일반 제조업과 달리 배당을 낮출 것을 지시해왔다"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보험사에 높은 배당을 하지 말라는 구두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재무건전성이 탄탄하지만 업계의 기준이 돼왔기 때문에 배당성향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20.76%)을 비롯해 삼성에버랜드(19.34%),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각각 4.68%) 등 삼성생명의 주요주주가 계열사 지배와 관련돼 있어 배당을 낮추기 어려운 게 아니냐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측은 외국인 주주가 배당을 강하게 요구해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인 수익보다 주주에게 단기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구조이고 고배당도 여기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있다. 임기가 2~3년에 불과하고 실적이 나쁘면 퇴출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대주주는 대부분 대기업의 오너 일가"라며 "저금리로 수익구조가 악화하면서 당장 돈이 되는 고금리 채권을 팔고 당기순이익을 올리기 위해 고객에게 고금리 상품을 팔아 주주 배당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자산으로 갖고 있던 고금리 채권을 팔면 당장은 돈이 들어오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보험사에 손해다. 고금리 상품 역시 당장은 고객에게 유리해 보이지만 보험사가 망하면 결국 고객이 피해를 본다. 이 때문에 금감원은 보험사가 장기수익을 추구하도록 경영실태 평가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보험사가 CEO의 성과급을 정할 때 장기성과에 대한 평가 비중을 70%까지 올리고 단기수익 평가 비중은 30%까지만 적용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보험업계의 '이차 역마진' 주장은 마진(이익)이 줄어드는 추세일 뿐 과장됐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보험업계는 자산운용에서 얻는 이자보다 보험금으로 주는 이자가 더 큰 역마진 상황이어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 생보업계의 자산운용 규모와 보험 적립금 규모를 반영해 분석한 결과 2010~2013년 자산운용에서 얻은 수익이 보험금으로 쌓은 돈보다 4조원 많았다. 자산운용 과정의 낮은 이자를 감안해도 운용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역마진이 아니라 4조원의 마진이 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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