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07월 30일 14:44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실트론 인수금융 디폴트 사태를 맞이한 보고펀드 그룹은 상당기간 험로를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보고제1호PEF'의 엑시트 성과에 직접적 타격을 주게 돼, 남은 포트폴리오인 동양생명 투자 회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향후 몇 년간은 블라인드펀드 결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고, 상당기간 인수금융없이 투자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보고펀드는 최근 LG실트론 지분 인수를 위해 차입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결국 디폴트 사태를 맞이했다.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이래 인수금융 상환에 실패하기는 지난 2010년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의 코너스톤PE가 투자했다 실패한 대선주조 케이스에 이어 두번째다.
PE업계는 LG실트론 인수금융 디폴트 사태가 업계 전반에 끼칠 악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위험투자의 속성상 큰 이득을 내는 투자도 있고, 반대로 손실을 입는 투자도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직 PE 투자의 역사가 짧은 국내 시장에서 이번 케이스가 PE 투자업 자체에 대한 위험으로 과대하게 받아들여질 경우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펀드 그룹에 한정해서 보면, 무엇보다 시장의 신뢰 하락이 문제다. 국내 PEF 1세대로서 업계의 맏형 역할을 자임해오던 보고펀드였지만 당분간 시장의 따가운 눈총과 함께 어두운 터널의 시간을 보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 보고제1호PEF 최종 성적, 동양생명 회수에 달려
일단 LG실트론 지분을 담고있는 '보고제1호PEF'의 수익률 방어가 급선무다. 보고제1호는 LG실트론을 포함, 동양생명, 아이리버, BC카드, 노비타 등 총 5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는데, 이 중 아이리버, BC카드, 노비타 등 3개는 이미 회수가 완료됐다. BC카드는 펀드가 약 1200억원을 투자해서 27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회수했고, 규모가 크진 않지만 노비타도 펀드 출자금의 2배가 넘는 자금을 회수했다. 최근 회수를 완료한 아이리버의 경우 약 300억 원의 투자 손실을 냈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
이번 인수금융 디폴트 사태로 LG실트론에 대한 처분 권한을 채권단에 넘기고나면 보고제1호에 남는 것은 동양생명 하나다. 결국 동양생명 투자금을 얼마나 잘 회수하느냐가 '보고제1호PEF'와 보고펀드 그룹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제1호(위성펀드인 KGF 포함)가 5개 포트폴리오 자산에 투자한 원금은 약 5500억 원. 현재까지 회수한 원금은 3720억 원 정도다. LG실트론에 보고제1호가 투자한 원금인 2072억 원을 모두 날린다고 가정할 경우, 동양생명 매각으로 약 1800억 원이 넘는 금액으로 회수하기만 하면 펀드의 전체 투자 원금은 건질 수 있게 된다.
보고제1호의 동양생명 주식 평균 매입단가는 1만250원으로, 현재 대략 1만 원선으로 거래되고 있는 주가 수준과 엇비슷하다. 만약 동양생명을 현 주가 수준에서 당장 매각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금 손실 규모는 약 500억 원 정도에 그친다. 보고 제1호의 펀드 존속기간이 9년인 점을 감안하면 대략 연 -3%대의 손실율(내부수익률 기준)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
보고펀드가 LG실트론 투자 하나로 2000억 원이 넘는 투자금 전액을 날릴 처지에 몰린 것만 부각되다보니 펀드의 실제 성과가 그리 참담하지 않다는 점은 이목을 끌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만약 동양생명을 주당 1만 8000원 대 이상으로 매각하기만 한다면 보고제1호 펀드 전체 성과는 이익이 날 수도 있다. 실제로 2011년말 보고펀드가 동양생명을 공개 매각할 당시 한화생명 등 유력 인수후보들이 제시했던 가격이 주당 2만 원 전후였다. 또한 최근 완료된 LIG손해보험 M&A 거래의 가격이 시가의 2배를 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인 가정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두번째 블라인드펀드로서 현재 운용 중에 있는 보고제2호의 성과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는 시점이면 보고펀드 그룹의 운명은 보다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PE인 CVC의 경우 CVC아시아 2호가 중국 투자에 대실패하면서 향후 펀드레이징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었으나,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중국 이외 아시아 국가 기업에 주로 투자한 CVC아시아3호의 성과로 2호의 부진을 상당부분 만회했고, 이 덕분에 최근 CVC아시아 4호를 약 40억 달러 규모로 성공리 론칭한 바 있다.
보고제2호는 버거킹, 삼양옵틱스 광학사업부, 에누리닷컴 등 3개 기업을 바이아웃했고, 최근 이너웨어 전문업체인 '엠코르셋'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만약 보고제2호가 보고제1호의 부진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린다면 보고펀드도 CVC의 사례처럼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생각보다 빨리 얻을 수 있을 지 모른다.
◇ 환골탈태 노력…시장 신뢰 얼마나 빨리 회복할 지 '주목'
이와 함께 보고펀드 그룹은 분사, 사명 및 경영진 변경, 투자전략 수정 등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보고1호PEF' 외 나머지 펀드들을 운용할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Vogo Investment Group, 사명변경 예정)을 스핀오프한다.
보고펀드 창업 멤버인 변양호, 이재우 대표는 LG실트론 투자 등을 담당한 '보고제1호PEF'를 운영하는 보고인베스트먼트에 남아 1호 펀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아울러, 바이아웃 중심이었던 기존 PEF 투자와는 다른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자산에 대한 대체투자를 담당하기로 했다. 두 대표는 1호 펀드 외 펀드들의 핵심운용인력에서도 제외된다.
스핀오프되어 보고와 결별하는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VIG, 사명변경예정)은 박병무, 신재하 대표와 이철민, 안성욱 부대표 4인의 파트너를 중심으로 '중소·중견기업 바이아웃 전문' PEF로 변신한다. '보고'를 뺀 사명 변경은 물론 LP들과의 논의를 통해 기보유 펀드명 교체도 추진한다.
스핀오프돼 새롭게 출범할 VIG는 곧 동양생명 매각도 착수할 예정이다. 1호 펀드를 포함해 '보고2호의1', '보고2호의2' PEF' 등을 통해 총 1조 1000억 원 가량을 투자한 동양생명은 동양 사태에도 불구하고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긍정적인 엑시트가 기대되고 있다.
또한 버거킹, 삼양옵틱스 광학사업부 등 기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들의 인수금융에 대한 리파이낸싱도 추진 중이다. 우선, 2012년 버거킹 인수 당시 조달했던 약 35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통해 LP들에게 수익의 일부를 돌려줄 계획이다. 삼양옵틱스 광학사업부 인수금융 리파이낸싱도 내년 초 추진 예정이다.
PE업계 관계자는 "당장 대규모 펀딩이 어려운 VIG로서는 기보유 포트폴리오들에 대한 긍정적인 실적을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며 "동양생명 매각,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한 후 2016년께 새로운 펀드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 디폴트 사태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한편, 현재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들의 엑시트 실적 극대화를 통해 사모펀드로서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할 것"라고 제언했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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