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dge,멀티에셋펀드

“퀀트펀드, 컴퓨터가 120개 지표 분석해 종목 찍어 … 장기투자 적격”

Bonjour Kwon 2011. 5. 16. 06:18

 2011.05.16 00:29 /

홍융기 삼성자산운용 본부장이 말하는 퀀트펀드의 매력

질문 하나. A펀드는 40%의 수익률을 올린 뒤 다음 해 20%의 손실을 보는 패턴을 반복한다. 반면 B펀드는 매년 10%씩 꾸준히 수익을 낸다. 얼핏 보면 A펀드와 B펀드의 연수익률은 10%로 같은 듯하다. 하지만 1억원을 투자했을 때 30년 뒤 더 많은 수익을 돌려주는 펀드는 B펀드다. 수익 차이가 엄청나다. A펀드는 30년 뒤 5억4735만원, B펀드는 17억4494만원으로 불어난다. B펀드가 A펀드의 세 배나 된다.

 삼성자산운용 홍융기(42) 퀀트운용본부장은 “B펀드가 바로 퀀트펀드가 추구하는 모델”이라며 “대박은 어렵지만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돌려주는 게 퀀트펀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퀀트펀드는 ‘계량분석’의 영어 표현인 ‘Quantative Analysis’에서 나왔다. 금융공학 기법을 활용해 컴퓨터가 투자 종목을 계산해 낸다. 펀드매니저가 종목 선정과 매수 시점을 결정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는 차이가 난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예보관이 날씨를 예상하는 것이라면 퀀트펀드는 기상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해 일기예보를 받아 내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에 주목받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전성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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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 본부장은 “국내 퀀트펀드 시장은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요즘처럼 증시의 방향성을 예측하기 힘들 때는 주관적인 판단을 배제하고 계량적인 시스템을 활용하는 퀀트펀드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는 손꼽히는 퀀트 전문가다. 2009년 대히트를 친 ‘삼성그룹밸류인덱스펀드’가 그의 작품이다. 이 펀드 역시 퀀트 전략을 사용한다. 그는 빌 게이츠 부부가 만든 ‘멀린다 게이츠’ 재단 장학생으로 케임브리지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4년 졸업과 함께 입사해 금융공학에 기반한 다양한 상품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다음은 홍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컴퓨터와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게 생소하다.

 “금융이 발전할 수록 투자대상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펀드매니저 한두 명이 전 세계 수백, 수천 개의 투자자산 움직임을 꿰뚫는 게 불가능하다. 고려해야 할 각종 경제 변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결국 효율적이고 정확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불확실성을 분석하고 손실 확률을 줄이는 게 퀀트펀드다.”

 -계산해야 할 변수도 많을 것 같다.

 “영업이익·주가수익비율(PER)·거래량 등 120개 지표를 활용한다. 지표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실시간으로 가중치가 달라진다. 이런 방식으로 수백 개의 자산을 스크린한 뒤 투자대상을 정한다. 다만 종목·비중을 계산하는 방식은 자산운용사가 각기 개발한 모델에 따라 다르다.”

 -퀀트펀드의 장점은 무엇인가.

 “일반 주식형 펀드에 비해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작다. 증시는 장기적으로 상승한다. 손실을 줄이면서 장기 투자한다면 수익을 남길 수 있다. 통계적으로 살펴보면 3년 이상 장기 수익률은 퀀트펀드가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나은 편이다.”

 -수익률 방어에 신경을 쓰다 보면 대박을 내기는 힘들 것 같은데.

 “맞는 말이다. 소수 종목에 집중해 큰 수익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동성을 분산시키는 게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평균 수익률을 나타내더라도, 해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내는 펀드가 수익률 편차가 심한 펀드보다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수익을 돌려준다. 퀀트펀드는 꾸준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우리의 목표도 수익률 1등 펀드가 아니라 상위 30%의 성과를 매년 유지하는 것이다.”

 -최근 동일본 대지진 때 퀀트펀드의 수익률이 나빴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는데.

 “퀀트펀드는 동일본 대지진 같은 돌발 이슈에 대한 대응 속도가 늦다. 또 현재 개발 중인 상품이 크게 히트할 것 같은 기업은 투자 대상으로 선정되지 않는 등 단기적인 운용상의 약점이 있다. 모두 계량분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나온 결과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요즘 퀀드펀드 시스템을 운용하는 매니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 생소한 퀀트 쪽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어려서부터 숫자를 좋아했다. 승용차 앞자리에 앉아 앞차 번호판의 숫자를 조합해 공식을 만들곤 했다. 그래서 학부 때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수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했다. 박사 과정 때 자산 가격결정 모형을 연구했고, 이런 전공을 살리고자 증권사에 입사해 퀀트 쪽을 분석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