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B의 비용 :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① MB 자원외교, 71건 MOU 중 계약은 딱 1건!
Ⅰ 국민에게 빚만 남긴 자원외교
MB 자원외교는 실속 없는 대국민 정치 이벤트였고 대부분 부실덩어리였다. 그러나 자원외교가 단지 정치 이벤트, 대국민 홍보용으로만 끝난 것은 아니다.
MB 정권은 집권 5년 동안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무려 43조 원을 투자했다.1)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의 2배에 육박하는 자금을 썼다. 1977년부터 우리나라가 추진한 해외 자원 개발 총 투자 금액의 75%가 MB 정권 때 집중됐다. 그 정도로 MB 정권은 해외 자원 확보에 큰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그런' 일이 결실을 보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MB 자원외교는 국가의 부를 흥청망청 쓰고 국민에 엄청난 빚만 남긴 사건이기도 했다. MB 자원외교 사례를 통해 그 실태를 살펴보기로 하자.
1. 석유공사, 캐나다 하베스트社 인수 : 1조5775억 원~2조2675억 원 손실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이하 하베스트) 인수 프로젝트는 MB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사업으로, 정부가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선,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었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하베스트 에너지는 매장량 2억 배럴 규모의 석유/가스 생산광구와 10억 배럴 규모의 오일 샌드(oil sand) 광구를 보유한 회사로 2009년 9월 22일 한국석유공사가 생산광구와 정유시설을 합쳐 무려 40억6500만 캐나다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표 3-1).
그런데 이 프로젝트가 이제는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재앙'이 됐다. 이 재앙은 캐나다 하베스트의 생산광구 인수 시 자회사인 부실 정유시설(NARL)을 9억30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320억 원)에 동반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하베스트의 정유시설은 1973년 완공된 이후로 가동중단, 화재 등을 거듭해 온 문제의 시설로 캐나다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 캐나다(Petro-Canada) 사가 1986년에 단돈 1달러에 팔아 치운 정유시설이었다(<중부일보> 2013.10.25 ). 과거 매매기록만 살펴봐도 한눈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는 이런 시설을 인수한 데서 이미 재앙은 싹트고 있었다.
이 정유시설은 석유공사 인수 이후에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화재와 고장, 보수 등으로 매년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 그 결과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유시설만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영업손실 3억8000만 캐나다 달러2), 자산가치 감소 5억6300만 캐나다 달러, 이자비용3) 9600만 캐나다 달러 등, 총 10억3900만 캐나다 달러의 손실을 보았다(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보도자료. 2013.10.23). 정유시설 매입가가 9억3000만 캐나다 달러임을 생각하면 이미 투자액 전부를 탕진한 셈이다.
전망도 어둡다. 2013년~2017년간 하베스트 정유시설에서 발생할 영업손실은 무려 4억6200만 캐나다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현재 새누리당 의원 보도자료. 2013.10.23). 게다가 이 손실은 정유시설(NARL)에서 발생할 손실만을 계산한 것이고 그중에서도 영업손실만 계산한 것이다. 따라서 손실규모는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고기영
하베스트社는 애초부터 부실기업
하베스트 인수사업은 애초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할 프로젝트였다. 먼저, 인수가격이 너무 비쌌다. 하베스트는 2009년 상반기에 2341억 원의 손실을 내고 있었으며 부채 규모가 상반기 매출액(1조4500억 원)보다 1조 원 이상 많은 부실기업이었다(<머니투데이> 2009.10.29.).
그래서 인수 초기부터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는 지적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지 언론인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은 2009년 10월21일자 기사에서 “한국 기업이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했다”고 기사화하고 캐나다 일간지 캘거리 헤럴드(Calgary Herald)는 ‘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석유공사가 47%의 프리미엄을 주면서까지 왜 부실덩어리를 인수했는지 모르겠다”고 기사화했을 정도였다.
특히 하류 부문인 정유시설 공장은 보기만 해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입지(캐나다 동부 섬에 위치)‧규모 측면에서 볼 때 내륙에 위치한 다른 정유공장에 비해 경쟁력도 떨어졌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또한 하베스트 광구에서 생산되는 저질의 원유도 문제였다. 이런 원유가 국내 유가 안정이라는 인수 목적에 적합한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었다.
게다가 인수할 경우 자금이 얼마가 더 추가 투입되어야 할지도 불투명했다. <캘거리 해럴드>(Calgary Herald)와 <글로브 앤 메일>(The Globe and Mail) 등과 같은 캐나다 현지 언론은 하베스트 인수 후에도 대규모의 자본 투입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의 석유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2억500만 캐나다 달러가 필요한데 현금 보유는 1억7000만 캐나다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머니투데이> 2009.10.29.).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캐나다 증시에서 거래되던 가격보다 47%를 더 줬고 부채 22억 캐나다 달러도 떠안았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는 것도 모자라 부채까지 떠안은 것이다. 한 언론은 “너무 퍼준 해외 M&A”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머니투데이> 2009.10.29).
ⓒ연합뉴스
졸속으로 진행된 인수 과정
하베스트 인수 과정은 한마디로 졸속이었다. 석유공사는 2009년 9월 생산광구만을 인수할 목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협상을 개시했다. 최초 인수제안 가격은 24억 캐나다 달러였다. 그런데 제안한 지 불과 열흘 만에 공사는 인수 가격을 무려 4억5000만 달러나 높인 28.5억 달러로 올려 수정 제안하는데 이를 하베스트 이사회는 거절한다. 그러자 공사는 단 하루 만에 정유시설(NARL)도 동반 인수하겠다는 수정 제안서를 제출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거절당하자 석유공사는 불과 일주일 만에 사실상 하베스트 측이 원하는 조건을 모두 받아주고 계약서에 서명한다(표 3-2).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는 부실덩어리인 정유시설을 떠안았을 뿐만 아니라 경영권 프리미엄(약 4000억 원)까지 챙겨주어야 했다. 4조 원이 넘는 대형 인수사업을 추진하면서 상대방이 제안을 거절한다고 불과 하루 만에 사실상 백기를 드는 수정제안을 하는 것도 모자라 프리미엄까지 주었다.
ⓒ고기영
5일 만에 이루어진 부실 경제성평가
협상 가격의 근거가 되는 경제성 평가도 엉망이었다. 애초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의 상류부문(upstream) 즉, 원유의 탐사와 생산을 전담하는 생산광구 부문만을 인수할 계획이었다.4) 그런데 협상과정에서 하류부문(downstream)인 정유시설까지 인수하게 되면서 부랴부랴 하류부문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메릴린치에 의뢰하였다.
그런데 메릴린치 보고서는 의뢰받은 후 단 5일 작업하여 나온 부실한 것이었다.5) 게다가 하베스트의 실제 설비 이용률이 73.9%에 불과함에도 설비를 단 한 번도 정지하지 않았다고 가정하여 91.8%로 과대 산정하는 등 하베스트의 가치를 무려 3086억 원이나 과다하게 평가한 것이었다.6)
석유공사는 정유시설을 운용한 경험도 없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신중히 검토 작업을 수행했어야 했다. 그런데 석유공사는 부실하게 이루어진 메릴린치의 경제성 평가에 대해 아무런 검증도 자체 현장 실사도 없이 그것도 메릴린치 보고서가 나온 다음 날 인수를 감행했다(김한표 새누리당 의원 보도자료 2013.10). 한술 더 떠서 석유공사는 인수 협상과정에서 메릴린치 평가 금액(4조44217억 원) 보다도 741억 원 많은 금액에 합의하였다.
법과 내부지침, 절차를 무시
석유공사의 사업범위를 규정한 ‘한국석유공사법’과 ‘해외개발 사업법’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석유자원의 탐사 및 개발’을 하는 기관으로 정유 사업을 할 수 없다. 따라서 석유공사가 정유시설을 인수하는 것은 현행법상 위법 소지가 있었다.7) 또한, 하베스트 정유시설은 순 현재가치(NPV)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공사 내부 지침에 의하면 공사는 이 시설의 인수를 추진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현행법도 무시하고 내부지침까지 어겨가며 인수를 추진했다. 이렇게 처음부터 문제소지가 많은 사업이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더욱 신중하고 면밀한 계산을 통해 사업을 진행했어야 했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단 1회의 자체 현장 실사도 없이 확인도 안 된 평가 자료에 근거해 자산 가치를 판단하고, 게다가 상대가 원하는 대로 가격을 올려 주는 부실한 협상을 거쳐 부실덩어리 정유시설을 1조 원이나 주고 매입했다.
원래 하베스트사 인수는 이런 문제도 있고 해서 이사회 사후승인을 조건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석유공사는 인수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이사회 승인도 거치지 않았다.
진퇴양난에 빠진 하베스트 사업
이미 언급했듯이 하베스트 사업은 2013년~2017년 동안 무려 4억6200만 캐나다 달러(약 5313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하베스트 매각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매각하면 손실이 더욱 커진다는 데 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보고자료를 보면, 하베스트 전체(생산광구+정유시설)를 매각할 경우, 석유공사에 10억 캐나다 달러(약 1조 원)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해외 전문회사(Purvin&Gertz) 진단 결과8)에 따르면, 정유시설(NARL)을 매각할 경우 매각 가치는 2.48억~3.29억 캐나다 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정유시설 인수금액이 9.3억 캐나다 달러였으므로 인수금액 대비 약 5.1억~6억 캐나다 달러(약 5865억 원~6900억 원)의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매각하는 경우 손실이 더 커진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현재 석유공사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하베스트 정상화를 위해 투자하자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고, 매각하자니 헐값에 넘기지 않고선 살 사람이 없다. 운영을 지속하는 것도 매각을 추진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최대 프로젝트였던 하베스트 사업은 사실상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고위직 중 책임진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9)
인수에 따른 손실은 얼마나 될까? : 1조5775억 원~2조2675억 원
그러면 하베스트 인수사업은 우리 국민에게 얼마만큼의 손해를 끼친 것일까? 우선,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손실 10억3900만 캐나다 달러(약 1조1948억 원)가 있다. 이는 확정된 손실이다. 둘째, 보이지 않는 손실이 있다. 인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메릴린치의 평가보고서대로 과대 지급된 3086억 원과 졸속협상에서 과대 지급된 741억 원, 합계 3827억 원의 손실이 있다. 이 손실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정상적으로 협상했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비용이다.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손실규모는 1조 5775억 원에 이른다.
손실 규모는 앞으로 더욱 불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계속 운영하면 2017까지 약 5313억 원의 영업손실이 예상되고 있고 매각할 경우에는 약 5865억 원~6900억 원의 손실이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추정을 근거로 하면 손실규모는 계속 영업을 할 경우 2조1088억 원, 매각을 추진할 경우 2조1640억 원~2조2675억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 한국석유공사의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 4700억~1조2915억 원 손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08년 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2조 원짜리 이라크 쿠르드 유전개발사업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하였다. 원유매장량 72억 배럴, 21억 달러 규모의 사회간접 자본(SOC) 공사를 수주했다고 자랑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까지 했다(<에너지경제> 2011.9.19.)
그런데 이후 탐사과정에 3억3008만 달러나 투입하여10) 5개 광구 중 4곳을 시추했지만 상업적으로 유효한 유전은 발견되지 않았다. 5개 광구 중 애초 총 매장량 12억5300만 배럴로 하루에 15~20만 배럴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던 바지안(Bazian)광구는 탐사시추 결과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하루 200배럴에 불과했고, 추정매장량 7억9000만 배럴의 상가우 노쓰(Sangaw North) 광구의 경우는 물과 천연가스가 조금 발견되었을 뿐이다(<에너지경제> 2011.9.19.)
원유 매장량도 애초 주장과는 아주 달랐다. 석유공사는 2008년에 계약을 체결한 광구의 기대 매장량을 72억 배럴로 발표했지만 감사원 감사 시 공사가 제출한 수치는 20억 배럴에 불과 했다(감사원, ‘해외자원개발 및 도입 실태’, 2013). 실제로 매장량 3억3300만 배럴로 산정했던 바지안(Bazian) 광구의 경우 광구 면적의 최댓값을 임의로 늘리는 방식으로 기대매장량이 4억4400만 배럴로 부풀려지기도 했다.
결국 2012년 9월에 석유공사는 5개 광구 중 2개 광구(광구쿠쉬타파 Qush tappa와 상가우 노스 Sangaw North)의 지분 전부와 1개 광구(상가우 사우스 Sangaw South) 지분 절반을 반납했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는 계약변경(사업축소)의 대가로 1억 달러를 쿠르드 지방정부(KRG)에 지급해야 했다.
석유공사는 애초 쿠르드 지방정부 측과 유전개발 계약을 맺으면서 19억 달러 규모의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사업을 연계하기로 MOU를 체결하였다. 이는 얼핏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탐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SOC 건설을 추진한다는 불리한 계약이었다. 실제로 쿠르드 지역 유전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원유탐사에 성공할 경우에만 원유의 일정비율을 SOC 건설비용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역시 문제가 생겼다. 건설사업을 맡은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불참했기 때문이다.10) SOC 건설은 이행되지 않았고 쿠르드 지방정부는 SOC 건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SOC 건설을 이행할 수 없었던 석유공사는 계약을 변경해야 했다. 당시 쿠르드 지방정부는 SOC 19억 달러를 SOC 7억 달러와 현금 12억 달러 배상으로 계약을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에너지경제> 2011.9.19). 결국 석유공사는 19억 달러 규모의 SOC 건설 의무를 면책받는 대신에 11억7500만 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11) 졸속으로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속 불이행에 따른 비용을 치른 것이다
석유공사는 이 비용에 대해 탐사 실패 시 보상받기로 한 원유 6500만 배럴로 벌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은 이 보상 원유를 조기에 확보해도 최소한 1800만 달러를 손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 ‘해외자원개발 및 도입 실태 2013).13) 게다가 쿠르드 정부는 보장원유 6500만 배럴 대신에 생산광구 2개와 교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환 대상인 2개 광구는 석유공사 지분이 2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이 요구대로 된다면 손해는 약 8000만 달러로 커진다.14)
한편, 보이지 않는 손실도 있다. 애초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이라크 중앙정부의 허가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라크 중앙정부는 한국의 유전개발 진출에 갖은 훼방을 놓고 있다. 석유공사는 2011년 이라크 중앙정부의 유전개발 사업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등록에 실패했는데 그 이유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에너지경제> 2011.9.19). 아직도 석유공사가 이라크 중앙정부와 관계개선에 성공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이는 앞으로 이라크 관련 사업에 먹구름을 예고하는 것으로, 이 점이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의 가장 큰 손실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던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애물단지로 변해 버렸다. 2014년 현재 쿠르드 유전 개발에서 얻은 성과는 없다.15)
그럼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얼마나 손실을 본 것일까? 우선, 계약변경(사업축소)의 대가로 쿠르드 지방정부에 지급한 1억 달러의 손실이 있다. 둘째, 탐사과정에 들어간 3억3008만 달러도 현재로선 손실이다. 아직 성과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계약 변경에 따른 위약금으로 지급한 11억7500만 달러가 있는데 이것이 최종적으로 얼마의 손실로 귀결할지는 보상받는 방법에 따라 다르다. 이 위약금을 원유로 보상받는다면 최소 1800만 달러의 손실을 보지만 이라크 지방정부 요구대로 2개 광구로 보상받게 된다면 그 손실은 약 8억 달러로 커진다. 이를 합산하여 정리하면 쿠르드 유전 개발로 인한 손실은 최소 4억4808만 달러(약 4700억 원)에서 최대 12억3008만 달러(약 1조2915억 원)가 된다.16)
1)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시사저널 2013.11.13).
2) 감사원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영업손실액을 3억 2800만 캐나다 달러라고 밝히고 있다(감사원 감사결과 보고서. 2013년5월. P111)
3) 생산광구에서 보전해주는 3년간 NARL 이자비용이다.
4) 미국 투자금융회사인 메릴린치에 경제성 평가를 의뢰한 상태였다.
5) 메릴린치는 2009년 10월 16일부터 10월 20일까지 불과 5일 만에 경제성 평가를 완료했다.
6) 메릴린치는 하베스트 에너지의 경제성 평가를 수행하면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의 하베스트 에너지의 실제 설비이용율이 73.9%에 불과함에도 설비를 단 한 번도 정지 하지 않는 것을 가정하여 산정한 예측 설비이용율(91.8%)을 반영했고, 법인세 및 배당소득세를 비용으로 반영하지 않는 등, 3,086억원상당을 과다평가 했다(김한표 의원 보도자료).
7) 이에 대해 석유공사 사장은 2013년 국정감사에서 관련법 상 “에너지 및 자원 관련 사업 법인에 대한 투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위법이 아니라고 항변하였다(국회 국정감사 보도자료 2013.10.24).
8) Purvin & Gertz 사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3월에 걸쳐 진단한 평가임.
9) 하베스트 측과 협상을 조율했던 부사장은 책임을 면책 받았고, 업무담당자만 ‘정직’처리하라는 가벼운 문책요구가 있었음에도 이마저도 불응하고 담당자를 감봉 1개월에 처하는데 그쳤다.
10) 서명보너스 2억 1140만 달러 + 탐사비 1억 1868만 달러, 계 3억 3008만 달러, 약 4000억원(에너지경제 2011.9.19).
11) 자금조달을 이유로 댔지만 진짜 이유는 수익성이었다고 보인다.
12) 이 양해각서에 쿠르드 정부가 요청한 현금 배상 외에 7억달러의 SOC 건설도 포함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만약 이 양해각서에 쿠르드 정부의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면 현금 배상 외에 7억 달러의 SOC 건설이 포함되게 되고 그러면 7억달러의 건설비용은 석유공사 측의 비용으로 남는다.
13) 쿠르드 정부는 보장원유 6500만 배럴 대신에 생산광구 2개와 교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환 대상인 2개 광구는 석유공사 지분이 2000만 배럴에 불과하다.
14) 공사 주장대로라면 원유 6,500만 배럴은 현금 11억 7500만 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왜냐하면 그 원유로 현금 배상을 벌충할 수 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라크 지방 정부가 6500만 배럴의 원유 배상 대신 2000만 배럴의 가치를 갖는 광구 2개로 배상한다면 2개 광구의 가치는 11억 7500만 달러의 약 1/3, 즉 약 4억 달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2개 광구로 배상받는 경우 석유공사는 약 8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된다.
15) 최근 하울러(Hawler) 광구에서 원유가 발견돼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전체 매장량이 파악되지 않은 데다, 당초 계획보다 사업 규모가 절반으로 축소되었다(문화일보 2013.05.24)
16) 최소손실액은 1억+3억3,008만+1800만 달러=4억4,808억 달러=약 4,700억억원. 최대 손실액은 1억+3억3,008만+8억 달러=12억3,008억 달러=약 1조 2,915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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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6
[MB의 비용]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③
[고기영 한신대 교수]
4조5000억 원이 든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 인수 프로젝트는 이명박(MB)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자원외교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부실요인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들어간 재앙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렇다 할 사후 평가는 없다.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 정책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향후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한 정권이 추진한 정책에 대한 사후적 평가는 그 집권세력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국민 혈세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 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이런 문제 의식에서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이 기획은 추상적인 논쟁의 수준에 그치지 않고 정책이 끼친 영향이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비용을 추산했다는 점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첫 번째 기획이었던 4대강 사업의 비용에 이어 두 번째로 MB정부의 자원외교를 살펴보겠다. 편집자
<1> MB의 비용 :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① MB 자원외교, 71건 MOU 중 계약은 딱 1건!
<2> MB의 비용 : MB 자원외교의 虛와 實 ② MB정부, 자원외교에 43조 원 투자했으나…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광구 인수: 7112억 원 손실
2010년 2월 한국가스공사는 캐나다 엔카나(EnCana)사가 보유중인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에 지분 50%를 참여하고 공동 운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 투자금액은 27억8500만 달러였다. 2013년 12월까지 혼리버 광구에 6억7700만 달러, 웨스트컷뱅크에 2억5200만 캐나다 달러, 합계 9억2900만 캐나다 달러(약 9503억 원)가 투입됐다(<중앙일보> 2013.12.19.).
이에 대해 가스공사는 약 2000만 톤의 가스가 생산가능하며 생산은 2010년부터 시작하여 2017년에는 106만 톤을 생산하여 안정적인 수익은 물론 가스자주개발 물량이 3.5% 증대한다고 그 의미와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런데 투자한지 불과 몇 년 만에 이 사업은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광구를 인수하고 얼마 안 돼 곧바로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가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하던 때는 천연가스 가격이 고공행진을 할 때였다. 2008년 여름 천연가스 가격은 mmbtu1)당 14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런데 이후 미국의 세일가스 개발이 시작되며 천연가스 값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2012년 봄에는 2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2013년 들어 천연가스 가격은 다소 반등했지만 4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가스 값의 하락은 광구 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렇게 되자 결국 가스공사는 2013년 연간 실적 전망치를 정정 공시했다. 순이익은 애초 2993억 원 흑자에서 3422억 원 적자로 바뀌었다. 캐나다 혼리버 광구 등에서 발생한 3000억 원 이상의 평가손이 반영되면서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중앙일보> 2013.12.19). 결국 이들 광구는 수익성이 없다는 최종 판단이 내려지면서 2013년 5월 시추가 중단되었다. 사업을 계속할 경우 2013년에만 6415억 원의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 2012년 2월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성과 보고대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스공사가 대규모의 손실을 본 데에는 인수 시기가 좋지 않았다는 점도 작용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인수가치가 없는 광구를 무리하게 인수한 데 있었다. 엔카나(EnCana)사가 보유 중인 광구 중 웨스트컷뱅크 광구는 인수 시점에 석유공사조차 마이너스 자산가치를 예상할 정도로 인수가치가 없는 부실한 광구였다(표3-3). 또 인수 당시 자문사인 스코티아 워터러스社는 용역보고서를 통해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순 현재가치가 마이너스 2900만 캐나다 달러로 수익성이 없다며 2개 광구를 일괄 매수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다고 권고했다(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보도자료 2013.10.24).
가스공사에 자금 여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사실은 그 반대였다. 투자결정 당시인 2009년의 가스공사의 재무상황을 보면2), 부채총액 17조 원, 부채비율 344%에 연간 이자로만 6821억 원을 지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김동철 의원 보도자료. 2013.10.24). 한마디로 빚을 내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가스공사는 스스로도 가치 없다고 인정하고 자문회사도 투자가치가 없다고 경고하는데도 불구하고 일괄 인수를 감행했다.
ⓒ고기영
가스공사는 인수에 따른 경제성 분석 결과를 이사회에 제대로 보고도 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혼리버 광구와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경제성을 따로따로 보고하지 않고 2개의 광구를 합친 경제성 즉, 통합경제성만을 이사회에 보고했다. 그래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웨스트컷뱅크 광구의 수익성이 없다는 것을 감추기 위한 꼼수가 아니었는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럼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 인수로 가스공사는 얼마나 손실을 본 것일까? 이 사업에 대해서는 영업손실 등 수치가 알려져 있지 않아 직접적으로 손실 규모를 확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미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는 시추가 중단된 상태로 사실상 조업 중단 상태에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할 경우 기준이 되는 것은 기업 가치다. 따라서 기업가치의 변화를 통해 손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2013년 10월 현재 캐나다 혼리버와 웨스트컷뱅크 광구 순현재가치는 5억600만 캐나다 달러이다(표3-4). 인수 당시 순현재가치는 1억8900만 캐나다 달러였다. 그 동안 순현재가치가 6억 9500만 캐나다 달러(약 7112억 원) 하락했는데 이만큼 손실을 본 것이다. 실제로 투자된 총 투자액이 9억2900만 캐나다 달러(약 9503억 원)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투자비의 75%를 날린 것이다.
ⓒ고기영
한국가스공사의 호주 GLNG프로젝트 지분 인수: 8040억 원 손실
2010년 12월 한국가스공사는 호주 GLNG사(Gladstone LNG)와 2015년부터 20년간 LNG 도입 장기계약을 체결하면서 이와는 별도로GLNG프로젝트에 참여하여 GLNG사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도 체결했다3). 인수 금액은 6억1000만 달러(약 6453억 원)였다.
GLNG프로젝트는 호주 퀸즐랜드 내륙에 위치한 석탄층 가스전을 개발해 호주 동부 커티스섬에서 LNG액화하여 수출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MB정부에서 캐나다 혼리버/웨스트컷뱅크 광구 개발과 함께 에너지 자립을 앞당기는 모범 사례로 MB정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되었다(중앙일보 2013.12.19.).
그런데 지분 인수가 끝나기가 무섭게 미국의 세일가스(sail gas) 개발이 시작되면서 2010년 이후 천연가스 값이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2008년경 톤(mmbtu) 당 14달러 하던 천연가스 가격은 2013년에는 4달러까지 급락했다. 그 결과 광구의 가치는 급속히 하락했다.
게다가 가스공사는 가스전 개발과 설립 투자금 명목으로 12억9400만 달러(약 1조4391억 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했다. 실제로 가스공사는 2013년 3월 지분 투자 형식으로 9636억 원을 추가로 투자했다(<한국경제> 2013.3.13).4) 이 투자금은 가스공사 자기자본의 13.07%에 해당한다.
결국 가스공사는 지분 인수 후 2년도 되지 않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5) 광구 투자가치가 떨어지고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손실이 앞으로 얼마나 불어날지도 알 수 없다.
이렇게 GLNG프로젝트는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에 대해 한치 앞도 모른 채 추진된 무모한 투자였다. 1조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제 용돈 쓰듯 간단히 투자한 결과는 역시나 대규모 손실로 돌아왔다. 가스공사가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순 현재가치는 투자금액 대비 7억6000만 달러(약 8040억 원)나 낮다(<이데일리> 2013. 10.24).
기업 매각 협상에서 순 현재가치의 하락은 그대로 매매가격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초기 투자 6453억 원에 추가투자 9636억 원, 합계 1조6089억 원을 GLNG프로젝트에 투자한 가스공사는 적어도 8040억 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석유공사의 사비야 페루 인수: 1660억~3100억 원 손실
2009년 2월 한국석유공사는 콜롬비아의 국영석유회사인 에코 패트롤((Ecopetrol S.A.)과 5대5의 지분으로 페루 석유회사 패트로테크 페루아나를 총 9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석유공사가 외국 석유회사를 인수/합병(M&A)한 최초의 사례였다. 인수 후 사명을 사비야 페루(Savia Peru)로 변경한 이 회사는 향후 7년간 25억 달러를 투자해 2016년까지 하루 5만 배럴의 석유를 생산할 계획이었다(<아시아투데이> 2010.6.14). 이에 대해 당시 MB정부는 우리나라의 자원외교 전략 지역인 중남미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뉴시스> 2013.6.10.).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사비야 페루 인수에 숨겨져 있던 폭탄들이 터져 나왔다. 첫 번째 폭탄은 이해할 수 없는 계약 문제에서 터졌다. 석유공사는 인수 계약 당시 다른 나라 사례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유가변동 리스크 보전 방식을 적용했다. 인수 후 2년간 평균유가를 기준으로 유가가 70달러를 초과하면 1억5000만 달러의 추가 인수 대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인수 후 2년간 평균 유가는 72.98달러였고 그 결과 계약 조건에 따라 석유공사는 1억5000만 달러(약 1660억 원)를 지불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계약 당시 유가가 저렴했고(2009년 2월 유가는 38.78달러였다) 유가 폭등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지만(<중부일보> 2013.10.9), 광구를 매입하면서 유가변동에 따른 변동 리스크까지 부담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것으로, 세계적으로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면밀하지 못한 계약으로 손실을 초래한 것이다.
두 번째 폭탄은 세금이다. 페루 과세 당국이 8840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수입물품 부과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사실 사비야 페루는 인수협상을 할 때부터 문제가 많았다. 인수계약서 작성 일주일 만에 페루 정부의 세무조사를 받았다(<폴리뉴스> 2013.10.24). 석유공사는 이 과세 금액 중 사법절차에 따라 7530만 달러를 우선 납부했다(<뉴시스> 2013.6.15). 공사는 2013년 1월과 5월 승소함에 따라 환급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해명했지만 최종적으로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현재 이 문제는 쟁송 중인데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석유공사는 8840만 달러의 손실을 입는다.
세 번째 폭탄은 인수 후 5년이 지난 현재까지 석유공사는 석유처분권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비아 페루의 전신인 페트로테크 페루아나가 국영석유회사 ‘페루 페트로’와 1993년 맺은 광구개발권 계약에 따라 2023년까지 30년 간 석유처분권을 전혀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사는 사비야 페루는 생산광구 외에도 10개의 탐사광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한다(<뉴시스> 2013.6.15.).
그러나 문제는 간단치 않다. 탐사광구와 생산광구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 탐사광구에서 생산광구가 되려면, 즉 탐사광구에서 원유가 생산되기까지는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투자되어야 한다. 설사 매장량이 확인되어 생산이 가능해진다 해도 원유생산을 위해서는 페루 정부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또 이 원유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지도 알 수 없다. 만약 한국의 주요 수입처인 중동 원유보다 원유 가격이 비싸거나 품질이 떨어지면 국내 수입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탐사광구는 리스크가 크다.
이런 상황은 MB정부가 남미에 자원 확보의 거점을 마련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 사실은 원유생산도 할 수 없는 광구를 거액을 들여 인수해놓고 마치 원유를 확보한 것처럼 호들갑을 떤 것이다. 이는 국민을 호도한 것에 다름 아니며 사실상 대국민 사기이다.
네 번째 폭탄은 무려 2억7000만 달러 규모의 배상금 소송이다. 문제가 발생한 것은 ‘에스크로 계정’(Escrow Account)’의 예탁금을 정확한 예측 없이 배정했기 때문이다. ‘에스크로 계정이란 인수 후 발생할 수 있는 추가 비용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하는 안전정치로 은행 등에 설치하는 계정을 말한다.
이 배상금 분쟁은 석유공사가 2009년 사비야 페루를 인수할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6) 인수계약 성사 후 1주일도 안 돼 페루 의회가 세금 탈루 등의 의혹 조사에 나서면서 문제가 생겼다. 매도사인 미국의 개인투자회사 오프쇼어 엑스폴러레이션 앤드 프로덕션 LLC(이하 오프쇼어)가 매각 차익에 대한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제기된 것이다. 의회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졌고 결국 2억7000만 달러의 세금이 부과되었다.
그에 따라 우선 한국석유공사와 에코 페트롤이 2001년부터 2007년의 부가가치세 약 2억1000만 달러를 납부했다.7) 원래 이 부가세는 매도사인 오프쇼어가 납부해야 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오프쇼어는 한국석유공사와 에코 페트롤에 동등한 금액의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지만 부가세에 따른 배상금 지급 요구를 번번이 거절했다.8) 그러다가 2013년 5월 오프쇼어는 에스크로 계정을 관리하는 은행에 에스크로 계정 잔액을 한국석유공사와 에코 페트롤에 나눠 지급하라고 요구했다.9) 이것으로 배상금을 대신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한국석유공사와 에코 페트롤이 납부한 부가세는 에스크로 계정 예탁금(1억2500만 달러)의 두 배에 가까웠다. 때문에 한국석유공사 등이 반발했고 이에 대해 오프쇼어는 미국 뉴욕 법원에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10)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떻게 결론이 날지는 알 수 없다. 만약 석유공사가 패소한다면 공사는 4250만 달러의 손실을 보게 된다.11)
이렇게 사비야 페루 사업은 온통 문제투성이였다. 현재 석유공사는 사비야 페루 인수 후 5년 여가 지난 현재 석유처분권은 전혀 행사하지 못한 채 거액의 ‘세금폭탄’만 안게 된 처지에 놓여 있다. 손실도 어디까지 확대될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다. 사실 이런 리스크는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했으면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사비야 페루 인수 사업은 자원외교 실적을 올리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가 실패한 자원외교였다.
그럼 석유공사는 사비야 페루 사업으로 얼마의 손실을 본 것일까? 우선 유가변동 보전금으로 지불한 1억5000만 달러(약 1660억 원)의 손실이 있다. 다음으로 세금과 배상금에 따른 손실이 있는데 이 손실이 얼마가 될지는 소송 결과에 달려있다. 두 건 모두 패소할 경우 세금 8840만 달러, 배상금 4250만 달러 합계 1억3090만 달러(약 1440억 원)의 추가 손실을 보게 된다.
MB의 비용 기획시리즈
▲ 4대강 사업, 22조 원 부은 '밑 빠진 독'
<1> MB의 비용 : 4대강 사업, 22조 원 부은 '밑 빠진 독' ① "박근혜 정부 5년 수질 관리 비용만 20조 원"
<2> MB의 비용 : 4대강 사업, 22조 원 부은 '밑 빠진 독' ② "4대강 사업 부작용 바로 잡으려면 65조 원!"
<3> MB의 비용 : 4대강 사업, 22조 원 부은 '밑 빠진 독' ③ "4대강 사업의 실체적 진실은 3년 반 후?"
1) Mmbtu란 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 양을 말한다.
2) 계약체결 시점은 2010년 2월이지만 투자를 결정할 것인가를 검토할 때 근거로 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2009년 말까지의 재무상황이다.
3) 운영사인 산토스(Santos)와 페트로나스(Petronas)로부터 각각 7.7%씩을 인수했다.
4) 호주 현지법인KAP(Kogas Australia Pty Ltd) 지분 약 8억 5500만주를 9636억원에 사들였다.
5) 2013년 초 가스공사는 삼성증권과 로스차일드를 금융 자문사로, 영국계 로펌인 애셔스트(Ashurst), 에니스트앤영을 각각 법률 자문사와 회계 자문사로 선정해 호주 현지 실사까지 진행했다(머니투데이. 2013.8.21).
6) 이하의 내용은 뉴시스 2013년 6월 10일자 뉴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7) 2010년부터 2011년에 걸쳐 모건 스탠리 프라이빗 은행에 납부했다
8) 뉴욕연방법원 소장 자료에 따르면 석유공사 등은 2010년 2월, 10월, 2-11년 1월 최소 3차례에 걸쳐 부가세 배상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오프쇼어에 의해 번번히 거절당했다(뉴시스 2013.6.15).
9) 한국석유공사와 에코페트롤은 1억5000만 달러를 ‘모건 스탠리 프라이빗 은행’에 설립된 ‘에스크로 계정’에 입금했으며 현재 1억2500만 달러 상당의 잔액이 남아 있다.
10) 미국의 개인투자회사 오프쇼어는 2013년 5월 24일 한국석유공사와 콜롬비아의 에코페트롤(Ecopetrol S.A.) 및 ‘모건 스탠리 프라이빗 은행’(Morgan Stanley Private Bank, N.A.)을 상대로 계약 이행 소송을 뉴욕 지방법원에 제기했다.
11) 총 손실액은 기 부가세 납부액 2억1000만달러에서 에스크로 계정 잔액으로 보상받는1억 2500만 달러를 뺀 총 8500만 달러이다. 이 중 석유공사 지분(50%)에 해당하는 손실액은 8500만 달러의 절반인 4250만 달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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