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8.31
국내 은행들이 건전성 규제 수위가 높아진 바젤3 도입을 앞두고 코코본드(CoCo bond·조건부 자본증권) 발행을 잇따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코코본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 보호 기능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코본드는 평상시에는 채권이지만 발행 업체인 은행이 위기를 맞아 금융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거나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상각되는 구조다. 상각되면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모두 날리게 된다.
이규복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31일 “최근 영국의 금융시장감독청(FCA)이 코코본드의 개인투자자 판매를 1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금융혁신 속도에 발맞춰 소비자보호 기능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영국 금융시장감독청은 오는 10월 1일부터 코코본드로 불리는 우발전환사채 또는 조건부자본증권의 판매대상을 기관투자자나 전문투자자로 제한하고 일반 개인투자자에 대해서는 1년간 판매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는 영국 금융시장감독청이 소비자보호와 관련해 내린 첫 행정제재 조치다.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은행권 자본규제인 바젤3가 도입되면서 등장한 신종 증권이다. 바젤3 이전에는 보완자본인 후순위채가 은행의 주요한 자금 조달 수단이었지만 바젤3 체제에서는 후순위채가 은행의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맞추기 위해 후순위채를 대체하는 수단으로 코코본드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크레딧사이츠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지역 코코본드 발행액은 143억달러를 웃돌았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작년의 3배 수준인 440억달러까지 발행액이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4월 우리은행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10억달러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한 데 이어 JB금융지주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약 2000억원 규모의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코코본드는 형행 초저금리 환경에서 6~7%의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투자자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9년 코코본드를 최초로 발행한 영국의 로이드은행은 당시 낮은 채권 수익률과 예금금리 상환 하에서 개인투자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약 10%의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 바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금융시장감독청은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코코본드의 높은 수익률에 매력을 느끼고는 있으나, 이들이 코코본드가 갖는 내재위험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정가격을 설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손실위험에 일방적으로 노출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은행은 코코본드를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함에 있어 정보의 비대칭성 등으로 인해 발행금리 및 금리지급 정지조건의 결정, 주식전환요건 설정 등과 관련해 은행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건을 제시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
이규복 연구위원은 “감독당국은 코코본드가 은행들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경영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조달 수단이자 투자자들이 고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주식전환요건 설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객관적인 신용평가모델 마련 등 제도적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