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3
<초대석>배기범 신한은행 IB본부장
흔히 투자은행(IB)을 ‘금융시장의 꽃’이라 부른다. 기업이 원하는 금융을 자문•주선해주고 투자도 하면서 고수익을 올린다.
요즘의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IB의 역할이 더욱 강조된다. 금융권 경쟁 심화와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라는 은행업의 전통적 비즈니스모델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IB본부는 지난 2012년 배기범 본부장이 취임한 이후 소리 없이 강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프로젝트금융부와 부동산금융팀, 투자금융부, 구조화금융실 등 4개 부서는 지난 2012년 부터 매년 일천억원 이상의 수익을 시현하였다. 발전분야에 있어서는 고성 신삼천포 석탄화력(4조5000원), 삼척SNG(합성천연가스)플랜트 및 세종 열병합2단계(2조원) 사업에 주간사로 선정되었으며, SOC사업분야에서는 지하철9호선 리파이낸싱(9000억원), 상주영천 고속도로 리파이낸싱(1조 3000억원)에 주간사로 선정됨으로써 시장 지위를 드높였다.
배기범 IB본부장은 22일 <건설경제>와 인터뷰에서 "저마진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창조적 자산운용을 위한 대체 투자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신한은행 IB본부는 투자와 융자를 결합한 ‘투융자복합금융’과 각종 펀드 비즈니스를 선보이고 있다. 대체투자 활성화는 신한금융그룹의 슬로건인 ‘따뜻한 금융’의 실천과도 맥락을 함께한다는 것이 배 본부장의 설명이다. 배 본부장을 만나 신한 IB만의 차별화된 역량과 주요 활동을 들어봤다.
-창조적 금융의 일환으로 펀드 비즈니스를 강조하고 있다. 소개한다면.
△ 올 상반기 국내 금융계 중 처음으로 인수금융 관련 선순위 대출펀드(Private Debt Fund)인 ‘신한시니어론 펀드’의 설립을 지원했다.
총 규모는 5650억원이며 운용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맡는다. 14개 금융사가 펀드 출자자(LP)로 참여하며 신한은행은 핵심(앵커) 투자자로서 1000억원을 약정했다. 이렇게 펀드를 설립해 놓으면 적시에 신속하게 M&A관련 인수금융 대출을 지원할 수 있다. 금융 수요자인 기업 입장에서도 펀드를 활용하면 안정적으로 자금 조달할 수 있고 M&A 딜을 신속히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더불어 2000억원 규모의 태양광펀드(자산운용사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도 이달 중 모집이 완료된다. 이 펀드는 일본 태양광 발전에 특화하여 지분투자와 후순위 대출에 참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대체에너지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 20년 운영기간 마진이 보장돼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동 펀드는 일본에 진출하는 국내 태양광 시공업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창조적 금융의 또 다른 축인 ‘투융자 복합금융’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투융자 복합금융이란 선순위 대출과 후순위 대출, 지분 투자를 아우르는 패키지상품이다.
말 그대로단일 프로젝트에 투자와 융자를 동시 실행해 고객 니즈에 적극 부합하며 은행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민간투자 사업자가 비용 절감을 위해 추진중인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이 대표적인 적용 사례다. 지난해 이미 서울시 지하철 9호선 리파이낸싱을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투융자 복합금융을 선보인바 있다. 교보생명과 공동 주선한 제2영동 고속도로 리파이낸싱 사업에서 투자와 융자를 겸했고, 현재 금융 주선중인 경기고속도로(서수원~오산~평택 민자도로)리파이낸싱 사업에서도 투•융자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IB사업으로 어떻게 ‘따뜻한 금융’을 실천할 수 있는가.
△IB딜이라고 하면 사업 규모가 크고 참여자간 첨예한 이해 관계로 인해 따뜻한 금융을 실천•적용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IB야말로 창조적 금융기법을 적용해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기에 안성맞춤인 분야다. 따뜻한 금융의 기본 정신은 고객 가치의 증대를 통하여 은행가치를 상승시키는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우선 기업 고객에게는 창조적 금융기법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자금을 적기에 조달해 줌으로써 따뜻한 금융을 실천할 수 있다. 개인 고객에게는 IB투자자산 상품을 판매하여 고객의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따뜻한 금융이 가능하다. 현재 정기예금 금리 1~2%대로 개인고객들은 금리에 목말라있다. 최근 한 기업의 대출채권을 유동화해 시중금리 보다 높은 3% 중반의 금융상품을 퇴직연금 가입고객에게 판매한 사례가 있다. 고객들도 만족하고 상품을 판매한 IB본부도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 여력이 추가로 생겨 Win-Win 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신한은행이 금융의 본업을 통해 고객과 은행, 더 나아가 사회의 가치를 높여 상생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는 전형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발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국가 전력예비율이 하락해 발전 에너지 분야에서 민간자본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전력수요 급증과 국가재정 한계, 원전 고장 등의 복합적 원인에 따른 결과이다.
신한은행은 이러한 국가 전력난 해소에 기여하고 신사업을 개척하고자 발전•에너지 전담팀을 만들어 자문 및 주선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고성 신삼천포 석탄화력발전사업, 삼척 SNG및 세종 열병합2단계사업, 영남복합화혁발전사업 등 대규모 화력발전 및 에너지사업의 금융자문·주선을 수행 중이다. 뿐만아니라 국내외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발전사업도 적극 발굴·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신한은행에서 부동산PF 대출이 쉽지 않다고 한다.
△’신한은행에서 PF대출을 받으려면 대형 시공사가 아니면 명함도 못 꺼낸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던데 이는 큰 오해다. 프로젝트를 검토할 때 철저히 분석하고 다양한 정보를 수집한 후 접근하니까 그런 소문이 나온 것 같다. 신규 딜 한 건을 진행하기 위해 수많은 프로세스와 관련 부서 협의를 한다. 그렇지만 이런 체계적인 접근은 리스크 회피를 위해서가 아니라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올해 아파트개발사업 PF대출의 경우 전체 사업장의 60% 가량이 대형 시공사가 아닌 중견 시공사가 진행하는 사업장이다.
시중은행 중 매년 가장 많은 신규 딜을 취급하는 곳 중 하나가 신한은행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신규 취급한 건수 이상을 취급하였다. 오피스와 비즈니스호텔 등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였고, 특히 사업성이 양호한 수도권 및 지방혁신도시 아파트 사업에 참여했다. 이 중 다수의 사업에 우량 중견시공사가 참여했음은 물론이다.
-해외 IB시장 진출 상황은 어떤가.
△금융권이 글로벌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나 해외는 원한다고 곧바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거리적 제한, 시장에 대한 이해 부족, 사후관리의 어려움 등, 리스크의 정도가 국내시장에 비해 훨씬 높아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프랑스계 은행인 BNP파리바은행이 신한은행의 대주주인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작년부터 해외 인프라사업 금융 지원할 때 공동 협력하고 올해부터는 기업 금융으로 영역을 넓혔다.
BNP파리바은행, 신한은행 홍콩IB센터 및 IB본부, 3자가 협력하고 있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해외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과 스터디를 병행하면서 글로벌 IB인력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 IB본부의 자부심이라면.
△‘수익과 안정’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바로 신한 IB이다. 신한은행이 금융 주선(주간)하는 딜은 다른 금융기관도 믿고 참여하는 분위기로, 금융기관간의 참여 및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IB업계에 ‘신한 스탠다드’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가 보수적인 투자를 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시장의 흐름과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분석이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한다. 글로벌 마켓에서도 신한이 투자하면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는 것이 신한 IB본부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