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

[‘설 곳 잃은 캐피탈업’ 금융시장에서 존재감 사라지나 … (上)] 캐피탈사들 금융시장서 입지 좁아져

Bonjour Kwon 2014. 9. 29. 00:12

2014-09-28

각종 규제강화 정책과 내수 경기 부진 등 경영환경 악화 / 이익률 갈수록 떨어지면서 기업계 캐피탈 매물 쏟아져 / 설상가상으로 업계 현실 반영 못한 여전법 개정안도 골치

 

캐피탈사로 알려진 여신전문금융업은 말 그대로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지 않고 여신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금융회사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 또는 설비리스와 자동차금융 등 은행권과 차별화된 상품을 이용하고자 하는 서민과 중소기업이다.

 

그런데 이런 캐피탈업계가 최근 몸살을 앓고 있다. 경기 부진 장기화로 수익성은 날로 악화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규제일변도 정책을 고수하면서 이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는 형국이다. 게다가 지난 8월 26일 입법 예고를 마치고 정부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은 캐피탈업계 종사자들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한다. 왜냐하면 업계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캐피탈업계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원인과 대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최근 국내 금융시장에서 한 축을 차지해 온 캐피탈업계의 추락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의 입지는 더욱 흔들리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에 비해 자산구조가 취약한 일부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는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정책에 사업 포트폴리오가 흔들리자 철수를 준비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당국은 비카드 여신전문금융사(이하 여전사)의 업무를 기업금융 중심으로 재편키로 하면서 일부 업체는 존립을 위협받게 되는 등 이들 캐피탈사의 고충은 커져만 간다.

 

◇ 캐피탈업계 이익률 10분기 연속 하락에 신용등급까지 떨어져

 

캐피탈업계가 영업시장 환경 악화로 울상을 짓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캐피탈사의 몰락, 무엇이 신용도를 차별화 하는가’란 스페셜리포트를 통해 최근 캐피탈사들이 금융당국의 규제강화에다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지난 1분기 주요 캐피탈사 25곳의 운용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직전 분기에 비해 0.2%p 하락한 9.1%를 기록했다. 이는 10분기 연속 운용수익률 하락이라는 불명예로 이어졌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그대로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졌으며, 특히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가 많았다. 〈표 참조〉

 

예컨대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8월말까지 자사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25곳의 캐피탈사의 신용등급 변화 추이를 살펴보며 등급이 하락한 5곳 가운데 4곳이 대기업 계열이었다. 먼저 지난 8월에 두산캐피탈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 에서 ‘A-/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두산캐피탈에 대해 중단기적으로 경기침체 장기화와 가계부채 증가 등으로 차주의 전반적인 상환능력이 저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대손비용 부담 등 자산건전성 관련 위험은 증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KT캐피탈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했다. KT캐피탈의 신용등급은 ‘AA-/하향검토’ 에서 ‘A+/안정적’으로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모회사인 KT가 영업적으로 긴밀한 KT ENS의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지 않아 계열 전체의 평판이 훼손됐고 다른 계열사에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 즉각 지원이 가능하다는 확신을 제공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KT의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지원 의지는 현저히 약해졌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들 대기업 계열 캐피탈사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떨어지면서 자금조달 비용 증가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등급 하락으로 조달금리가 올라가면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있을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이들 캐피탈사의 운용자산 감소와 수익성 악화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 쏟아지는 캐피탈 매물…하지만 M&A시장에선 시큰둥한 반응

 

여기에 정부의 규제강화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일부 대기업들은 아예 캐피탈업을 떠날 차비를 하고 있다. 다만 일부를 제외하고 아직까지 시큰둥한 편이다. 현재 매물로 나온 캐피탈사는 두산캐피탈, KT캐피탈, SC캐피탈, 아주캐피탈 등 5~6개사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법 개정안으로 이들 회사의 매물 가치는 크게 떨어졌다. 현재 가장 주목받은 매물은 아주산업이 씨티증권을 매각주관사로 고용해 매각을 진행해온 아주캐피탈. 이런저런 후보들의 참여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최종 입찰에 참여한 곳은 제이트러스트와 러시앤캐시 2곳에 그쳤다. 두 곳 다 대부업 계열에 일본계 금융회사다. 동시에 기존 대부업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주류권 금융회사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곳이다. 더 나은 가격을 써낸 곳이 인수자가 될 전망이다.

 

아직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우리투자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한 KT캐피탈도 주요 매물중 하나다. KT그룹의 우산에서 벗어나 어느 회사가 인수할 것이냐가 관건.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거나 영역을 확대하려는 기존 금융회사가 인수후보로 꼽힌다. 물론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인수의사를 보일지는 두고 봐야 할 일.

 

두산캐피탈은 오랫동안 매각을 진행해왔으나 이렇다 할 결과를 내놓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다. 캐피탈 매물이 소화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주력 인수후보인 금융지주사들이 모두 관련회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따져보면 캐피탈 회사를 살만한 곳은 비은행(Non-Banking) 부문 영역확대를 노리는 금융지주사가 가장 적절한 인수후보다. 아주캐피탈 매각이 추진될 당시 저축은행을 비롯한 다른 금융계열사를 떼어낸 것도 금융지주사들을 노린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를 비롯하여, 대다수는 캐피탈사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캐피탈 시장 상황이 어렵다보니 추가로 인수할 수요가 없다. 설사가상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면에 처한 캐피탈사들에게 ‘여신전문금융법 체계 개편’이 추진되면서 캐피탈사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현행 여전법은 대상이 기업이든 가계든 할부·리스·신기술사업금융을 모두 본업으로 분류하지만 개편안이 통과되면 고객 기준으로 본업과 겸영업무를 구분한다. 기업 대상은 본업이 되고, 가계 대상은 겸영업무가 되는 것이다.

 

서울소재 대형 캐피탈사 CEO는 “금융업권의 겸영업무는 해당 업권이 아닌 다른 금융업권이 본업으로 영위하는 것을 허용하는 경우”라며 “여전업의 기존 고유 업무를 겸영업무로 분류하면서 저축은행 등 타 금융업권의 할부금융업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은 금융업권간 업무규제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 한 관계자도 “금융법에서 업무 범위를 기업과 개인이라는 대상에 따라 분류하는 것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해외 주요국에서도 업무구분과 범위에 대한 규제보다는 이용자 보호 차원의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의석 기자 eskim@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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