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30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편집자주] 선진국 경기 회복 지연과 원화 강세, 중국 기업들의 급부상에 직면한 한국 대표기업들의 고민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엔저를 앞세운 일본 기업들도 글로벌 시장에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로 대표되는 전차군단은 물론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산업,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3각 편대를 앞세운 조선산업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한민국 수출 최고 효자 품목인 정유업계를 이끌고 있는 SK와 GS, 한화를 중심으로 한 태양광과 신재생에너지 기업들도 ‘3중고’의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위기를 기회로 서서히 바꿔 나가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12척의 배’로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모습을 한번 들여다보자.
[[기획]다시 뛰는 기업 다시 뛰는 대한민국…②다시 젊어져라, 한국 '중후장대' 산업]
2000년대 들어 주요국 제조업 성장세 둔화에 따른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시름중인 철강업계와 수주 가뭄에 타격 받는 조선업계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원가경쟁력 확보와 맞춤형 마케팅, 마진율 향상으로 불황을 뚫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원가를 낮춰라, 고객을 잡아라"
장기화된 철강 불경기 속 업계 키워드는 '원가절감'이다. 동국제강은 자체 고로 확보를 위해 7억3000만달러(약 7700억원)를 투자해 브라질 세아라주 뻬셍 지역에 CSP제철소를 건설 중이다. 이 제철소에서는 2016년초부터 연산 300만톤 쇳물을 쏟아낼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이 중 절반을 국내로 들여 '품질+원가' 경쟁력을 모두 갖춘 일관제철소로 거듭나게 된다.
동부제철은 지난 5월 2100만달러(약 220억원)를 들여 베트남 딘부스틸 선철공장을 인수했다. 선철은 전기로에 들어가는 스크랩(고철) 대체제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하나 수급이 불안정하다. 이에 고급선철 조달처를 확보해 안정적 가격경쟁력을 가져간다는 계획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3월 취임 직후부터 '제품 위주'에서 '현장기술 적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솔루션 마케팅을 혁신 어젠다로 내걸었다. 불황 타개대책을 고객사와의 소통에서 찾겠다는 의미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3'를 연이어 방문해 전방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에 대해 직접 듣는 자리도 가졌다.
권 회장은 솔루션 마케팅에 대해 "고객이 쓰기 가장 좋고 원하는 형태로 '패키지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8월 국제선급협회의 대형컨테이너선 안전규정 개정에 맞춰 새 규정에 부합하는 강재와 이용기술을 한발 앞서 개발한 것, 지난해 현대중공업이 UAE 원전 4호기를 수주한 뒤 곧바로 수입산소재를 대체할 원전용 복수기 국산화에 착수해 올해 기술확보를 한 것 등이 대표적 솔루션 마케팅 사례다.
현대중공업이 제작해 호주 해상에서 시운전 중인 '노스랜킨(North Rankin)2' 플랫폼. 조선3사는 해양플랜트 설계역량 강화를 위해 R&D인력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현대중공업
◇조선업계 "해양플랜트 설계역량 강화해 수익↑"
2011년 이후 포트폴리오 절반 이상을 해양플랜트로 채우기 시작한 '조선 빅3'는 기본설계 등 원천기술을 확보해 수익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상선과 달리 설계 변경이 잦은 해양플랜트 시공시 추가비용을 떠안으며 늘어나는 손실규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자체 설계역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설계 변경요인이 발생할 경우 수주업체에서 비용을 떠안게 된다. 현재 국내업체들의 해양플랜트 자체기술 제작능력은 30~4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경기도 판교에 설계인력 1500여명을 수용할 R&D(연구개발)센터를 올해 연말 완공 목표로 짓고 있다. 해외 우수인력에 대한 스카우트 역시 병행하고 있다. on·Off shore(해상·육상플랜트) 상세설계 및 프로젝트 역량 강화 시너지를 내기 위해 지난 1일에는 계열사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할 방침을 세웠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7000억원을 투자해 30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수용할 건물을 짓고 있다. 오는 2018년 입주가 시작될 이 센터에는 다목적 예인수조 등 첨단 설비가 들어서게 된다.
현대중공업 역시 지난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으로 해양엔지니어링센터를 이전했다. 2016년까지 500여명이 들어서 시공 및 기본설계의 국산화를 맡는다.
중견업체들은 동일 선형 반복수주로 건조기간 단축 및 수익성 향상을 꾀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케이프사이즈 벌크선과 수에즈막스급 탱커에 집중해 올해 수주 선종 중 이들은 70%가 넘는다. STX조선해양은 진해에서 중형 탱커선 및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고성에서 대형LNG선 위주로 생산할 계획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 3사가 그동안 겪은 손실은 해양플랜트 경험이 부족했기에 치른 학습비용인 셈"이라며 "건조 경험이 쌓이면서 원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 하에 수주금액을 높여간다면 차차 형편은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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