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사

농협 신규 사업 잇따라.비료(남해화학), 농약(농협케미컬)에 이어 농우바이오를 인수 .우투증권.NH-글랜우드 PEF로.동양매직인수.택배업진출등

Bonjour Kwon 2014. 10. 6. 21:10

[CEO LOUNGE] 2014.10.06

 

1946년생/ 위덕대 경영학과/ 경주 안강청년회의소 회장

농협RPC운영 전국협의회장/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현)

 

“농협이 농우바이오를 인수함으로써 종자 주권 수호는 물론 농업인에 대한 종합 서비스 제공 역량을 더욱 공고히 했다는 데 인수 의의가 있다.”

 

최원병 회장(68)이 최근 농우바이오 계열사 편입 기념식 때 축사한 대목이다. 기대감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임기 4년, 연임 후 장기플랜 마련

 

정보유출·지배구조 갈등으로 홍역

 

농협은 이번 국내 대표 종자회사 인수를 통해 채소종자 1억달러 수출 시대의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물론 인수까지는 험난한 고비를 여럿 넘겼다. 그나마 몇 안 되는 국내 기업인 농우바이오가 매물로 나오자 국내외 업체들은 물론 사모펀드까지 가세한 탓이다. 최원병 회장은 “농협이 비료(남해화학), 농약(농협케미컬), 종자 등 3대 농자재 중 종자회사만 없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꼭 인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바람대로 인수에 성공했다.

 

농협은 이 밖에도 인수합병 시장에서 왕성한 식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중앙회 산하 농협금융지주는 우리금융지주로부터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보험 등 5개 사의 지분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사모투자전문회사 NH-글랜우드제일호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서는 최근 동양매직을 인수했다. 동양매직은 조만간 전국 농협하나로마트를 판매망 삼아 정수기, 비데 등 농촌 구석구석까지 제품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농협PE단 관계자는 “최원병 회장은 농민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설립 취지를 늘 강조해 왔다. 신경분리가 됐다고 하지만 금융 부문과 경제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사안에 대해선 늘 조직 내 소통할 수 있도록 채널을 만들어놔 차후 인수 대상 기업을 검토할 때도 협력 효과를 염두에 두고 인수전에 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여기에 더해 농협은 택배 사업 진출도 검토 중이라고 해서 또 한 번 눈길을 끌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안성물류센터가 본격 가동해 기존 4~6단계의 복잡한 농산물 유통구조를 3단계로 줄였다. 이로써 유통비용을 약 14.6%가량 절감했다. 택배업 진출은 이런 비용을 더욱 낮춰줄 것이고 농민 소득 향상은 물론 소비자 편의도 그만큼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단위 브랜드 교통정리도 최 회장이 요즘 공들이는 부분이다.

 

국내외 홍삼 시장에서 KT&G의 정관장 브랜드에, 농협은 ‘한삼인’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인삼을 생산하는 11개 단위 농협 역시 자체 브랜드를 내놔 혼선을 빚어 왔다. 최 회장은 이래선 강력한 ‘농협’ 브랜드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생각해 올해 8월 법인명 농협홍삼, 브랜드명 한삼인으로 통일하도록 조정력을 발휘했다. 국내 최대 체험형 놀이목장인 안성팜랜드를 개장하고, 소포장 완제품 축산물을 농협으로부터 공급받아 마트, 슈퍼마켓 쇼케이스에 진열·판매하는 신개념 유통 채널 ‘칼 없는 정육점’을 선보인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잇따른 농협의 변화는 이처럼 조용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최원병 회장이 있기에 가능하다는 평이다. 그 비결엔 뼛속부터 농협인 출신에다 재선으로 다져진 조직 장악력 덕이 크다.

 

최 회장은 경주 안강농협조합장과 경북도의회 의장, 농협RPC운영 전국협의회장, 경주시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운영위원 등을 역임했다. 중앙 무대에 나선 것은 2007년 12월 회장 선거에 당선된 후다. 게다가 2011년엔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러다 보니 중장기 계획을 잡고 농협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농협 관계자는 “비상임직인 최 회장은 회사에 출근해 큰 목소리를 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늘 전국 곳곳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애로사항을 듣고 특히 최근엔 수익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보니 농협 조직 역시 이런 방향에 부합하도록 체질을 바꾸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의 리더십이 처음부터 안착한 건 아니었다.

 

 

중앙회장 선거 때마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같은 동지상고 출신이란 점 때문에 정치적인 인물로 분류돼 상대 후보와 매번 적잖은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회장 재직 중 신용(금융) 부문과 경제(유통) 부문 분리, 즉 신경분리 초반(2012년) 내홍에 휘말리기도 했다. 당시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장기 전략, 인사권 등에서 중앙회와 갈등을 빚다 중도 사임을 선언할 때가 지배구조상 갈등의 정점이었다. 신 전 회장은 물러나면서 ‘제갈량이 와도 안 된다’는 발언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이후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선임하고 1년여 만에 조직을 안정시키며 최 회장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정보 유출 건도 쓰라린 상처다. 농협금융지주에서 터진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건 때문에 최 회장은 국정감사에 불려 갔는가 하면 매번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을 넘기고서야 이제 ‘일 좀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게 농협을 바라보는 요즘의 세간 시선이다.

 

황의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협이 중장기적으로 고부가가치 사업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는 방향성을 잘 정했다고 할 수 있다. 집권 2기의 최 회장이 지금부터는 신경분리 후속 작업을 완성하고 세부 사안은 교통정리하는 식의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말했다.

 

최근 최 회장이 주안점을 두는 건 해외 사업. 올해 농산물 수출목표 4억달러, 2017년까지 농식품 수출 10억달러 달성이 1차 목표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최근의 한류 붐과 연계, 수출 공동 브랜드 ‘K-시리즈’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NH무역의 자본금 증자를 통해 미국, 중국 등 해외 현지 영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선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신경분리 사후 관리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다. 정부는 농협 신경분리를 위해 필요한 자본금 5조원 중 4조원은 농금채에 대한 이자보전으로, 나머지는 정책금융공사가 가진 도로공사 주식 5000억원, 산업은행 주식 5000억원을 현물출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정책금융공사로부터 받기로 한 도로공사 주식은 비상장이라 현금화하기 쉽지 않고 배당률도 떨어져 실익이 적다고 본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자본금을 받아야 안살림을 좀 더 살찌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이 어떻게 정부와 협상해 결론을 내느냐에 농협조합원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상황이다.

 

중소상인들과의 상생도 시험대에 올랐다. 당장 택배업 진출을 타진하자 중소 택배회사들의 반대 목소리가 비등하다. 농협하나로마트의 추가 출점 역시 지역 중소상공인들의 반대에 부딪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농협조합원들의 복지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상조업 등도 논란의 대상이다.

 

황의식 선임연구위원은 “농민의 이익 운운하다 상생 가치를 놓치면 자칫 거대한 이익집단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또 일련의 변화에도 불구, 생산성, 효율성이 떨어지는 조직문화 역시 성과 중심의 인사제도를 통해 단계적 개혁을 일궈내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 이후 판매량·자산 모두 늘어

 

농협중앙회는 2012년 전과 후 체제가 다르다. 농협중앙회 내에 유통, 금융 등이 한곳에 모여 있었지만 농협법에 따라 신용·경제분리라는 대규모 사업구조 개편이 이뤄졌다. 2012년 이후에는 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의 ‘1중앙회, 2지주사’가 됐다. 농협중앙회는 신경분리 후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청과, 양곡 판매량의 경우 2011년 1조826억원이었던 것이 2013년 1조5728억원으로 2년 새 4902억원(45%) 늘었다. 농협금융지주도 2년 새 총자산은 233조6000억원에서 255조원으로 9.2% 늘었고 총여신(150조1000억원 → 157조9000억원)과 총수신(135조7000억원 → 142조2000억원)도 각각 늘어났다.

 

농협중앙회장은 지역조합장 1000여명이 선출한 대의원 288명이 선거로 뽑는다.

 

임기는 4년이다. 최 회장은 2011년 말 연임에 성공했다. 최근 국회는 조합장의 권력 비대화, 선거 과열 등을 막기 위해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개정, 내년 3월 11일 지역농협(1012개), 축협(142개) 등 총 1400개 협동조합의 조합장 동시선거를 치르고 법률로 이를 관리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