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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캐피탈, 사업다각화 역풍, 건전·성장성 침체

Bonjour Kwon 2010. 3. 31. 08:56

아주캐피탈(옛 대우캐피탈)은 관리금융자산 4조원을 넘어선 국내 2위 캐피탈사다. 2005년 워크아웃 종료 후 아주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공격적 영업을 지속해 왔다.

그 결과 2008년말 5조7573억원에 달하는 상품자산을 보유하며 신한·산은캐피탈 등 2위권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침체 여파로 할부금융 시장이 위축되고 일반대출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성장성과 건전성에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신용도 하락에 따른 조달여건 악화로 유동성 위험 또한 커진 상태다.

연체율·고정이하여신비율 중형사 중 '최고'

아주캐피탈 (5,300원 상승20 0.4%)은 1994년 할부금융 전문회사(한국할부금융)로 설립된 이래 자동차구매와 관련한 영업에 주력해 왔다. 총 상품자산(08년 3분기 4조2964억원의)의 50% 이상이 자동차할부와 오토론으로 구성돼 있다.

아주캐피탈 할부금융자산 규모는 총 9755억원(총상품 대비 22%)으로 대부분 자동차할부와 연관을 맺고 있다. 가계대출(1조3930억원) 역시 오토론(9325억원)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자동차금융시장의 경우 최근 성장 한계에 직면하면서 업계 전체적으로 취급실적이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형 캡티브사 중심의 시장 재편으로 중소형사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아주캐피탈의 경우 주요 영업 기반이었던 쌍용차·GM대우의 할부금융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업 전망이 더욱 어두워진 상태다.

아주캐피탈은 이 같은 자동차할부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년간 기업·가계대출채권(2조3000억원선; 총 상품자산 대비 54%) 비중을 크게 늘려왔다. 하지만 최근 금융위기·경기침체·소득감소의 악재가 겹치면서 자산 부실화 속도가 빨라지는 역풍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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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08년 9월 말 1.2%에 불과하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년만(09년 9월말)에 7.16%로 급증했다. 1개월 이상 연체율 역시 2.22%에서 5.46%로 배 이상 늘어났다. 요주의이하여신 비중은 2007년말 3.0%에서 09년 3분기 13.4%까지 치솟아 중형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손충당금 부담 상승, 수익성 악화

가장 큰 원인은 2006년 이후 고위험·고수익 자산 중심으로 외형을 키웠기 때문이다. 개인 신용대출(내게론)은 자산 부실화의 주범이 됐고, 중소기업 중심의 주택담보·운전자금·부동산PF 확대도 위험자산 비중을 높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산 부실화는 대규모 충당금 설정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를 부른다. 최근 신용평가업계에서 아주캐피탈의 등급전망(Outlook)을 부정적(negative)으로 조정한 직접적인 원인 또한 여기에 있다.

아주캐피탈의 대손충당금 실 적립액은 08년 9월말 524억원에서 1년만(09년 9월말)에 1153억원으로 두배 가량 증가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685억원에서 147억원으로 급감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운용자산 포트폴리오상 가계부문 대출 비중이 높아 경기침체 지속시 추가적 대손비용 지출이 예상된다"며 "할부금융 시장 위축으로 성장성이 떨어진 상황에서 충당금 부담은 아주캐피탈의 수익성 개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ABS 발행 독보적, 대체조달 능력 '감소'

아주캐피탈은 자금조달구조측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취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수년간 크레딧물 발행보다 자산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위기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특히 은행계·대형사와 달리 대주주의 재무적 지원 가능성이 낮다는 점 역시 신용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회사채 발행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여전채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건전성이 우수한 대형사(카드사·현대캐피탈 등)를 제외한 중소 캐피탈사의 경우 신용우려와 함께 자금조달에 제약을 받았다.

아주캐피탈 (5,300원 상승20 0.4%)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자산 건전성이 떨어지면서 크레딧물 스프레드가 확대되는 등 조달 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아주캐피탈은 결국 채권·CP 발행보다 자산유동화에 크게 의존했고 이는 향후 대체조달능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됐다. ABS 발행은 자산 양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관리금융자산의 회수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경색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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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아주캐피탈의 ABS 발행액은 8760억원으로 채권성 조달액(4250억원)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이에 기반한 유동화자금조달 비중은 38.71%(08년 9월말 1조3255억원)로업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캐피탈사 중 유동화조달에 나선 곳은 현대캐피탈(17.83%)·우리캐피탈(34.54%) 정도뿐이다. 나머지는 거의 자산을 유동화하지 않거나 미미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채권 만기 집중, 상환 부담 가중

단기에 집중한 차입금 만기 구조 역시 부담스럽다. 5일 현재 아주캐피탈의 미상환 채권 규모는 1조2250억원. 이중 1/3 이상(4600억원; 37.55%)이 연내 만기 도래한다. 나머지 조달액 역시 대부분(1조350억원) 내년까지 상환해야 할 몫이다.

그동안 캐피탈 채권에 대한 불안감이 가시지 않으면서 2년물 이하 단기 채권 발행이 주를 이뤘기 때문. 실제로 아주캐피탈이 지난해 발행한 채권 4250억원 중 74.1%(3150억원)는 만기 2년 이하 물량으로 구성돼 있다.

향후에도 캐피탈 업종에 대한 신용우려가 가시지 않을 경우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채권으로 차환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단기채 발행, 상환 부담 가중의 악순환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아주캐피탈이 보유한 3262억원 규모의 기업어음 역시 적잖은 규모여서 단기적으로 유동성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업계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기업공개로 자기자본이 확충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건전성·성장성 측면에서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ABS 조달비중이 높아 위기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 은행계 캐피탈사와 달리 대주주(아주그룹)의 신인도와 재무적 지원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은 시장의 우려를 키우는 원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