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CIO에게 듣는다]
2014.10.09
“선진국의 주요 도시에 위치한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서울 광화문의 파이낸스센터처럼 임대 수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으면서도 투자 위험이 크지 않은 실물자산 투자는 국내외 상관없이 검토를 하고 있다.”
경기도 오산에 위치한 한 복합물류센터. 5년 간 연평균 10%에 가까운 배당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되자 2012년 국내 기관 투자자들이 부동산펀드를 통해 1000억원 정도를 투자했다. 여기에 최근 공무원연금이 새로운 투자자로 합류했다. 기존 투자자 중 한 곳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기 위해 발을 뺐는데, 그 자리에 들어간 것.
서울 강남 공무원연금에서 만난 최영권 자금운용단장(CIO)은 "실물자산에 초기 투자하기보다는 중간에 엑싯(exit·투자회수)이 발생하면 그 빈 자리에 들어가는 방식을 선호한다"면서 "투자 위험을 줄이고 중위험 중수익을 노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CIO는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때는 중심가에 위치한 랜드마크 빌딩 위주로 검토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중심부에 위치한 건물이나 선진국이 아니어도 그 나라의 랜드마크인 건물, 이른바 코어-코어(core core) 자산에만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보험사와 함께 독일 중심가에 위치한 빌딩에 투자하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공무원연금은 지난 2009~2012년 투자 수익률이 평균 5.2%를 기록했는데, 벤치마크 대비 부진한 성과였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를 묻자, 최 CIO는 해외 투자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작년 한 해는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했고 해외 주식 투자 성과가 괜찮았다"면서 "다른 연기금과 달리 공무원연금은 작년에 투자 프로세스 구축이 늦어지면서 해외 주식 투자 시기가 지연된 것이 수익률 부진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수립한 2015~2019년 중장기 자산배분 계획에 따르면 중장기 목표수익률은 5.1%로 설정했다. 최 CIO는 “금리, 환율 등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대체투자를 확대해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해외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라면서 “해외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선진국, 신흥국 투자를 하고 있으며 해외 운용사의 재간접펀드도 포트폴리오에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요즘 공무원연금은 국내 주요 연기금 중에서 가장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금 개편을 앞두고 있는데다 작년에 해외 주식, 채권 투자를 처음으로 시작하면서 외부 전문가를 많이 채용해 내부 분위기도 바뀌었다. 최 CIO도 지난 7월 새롭게 합류한 바깥 사람이다. 2011년 외부 출신은 3명 뿐이었지만 올해 11명으로 늘어, 순수 운용인력(25명)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최 CIO는 "2월에 신설된 해외투자팀, 전략팀을 모두 외부 출신 전문가들이 총괄하고 있다"면서 "기금 운용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는 "현재 규정상 투자가 가능한 자산에 해외 헤지펀드가 포함돼있지 않다"면서 "내년에는 투자가 가능한 쪽으로 규정을 개정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 CIO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이 발생하면, 이를 위험자산(주식) 투자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확정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 주식시장에 충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시장이 미리 예상하고 있는 이벤트이고 미국 경제가 회복됐다는 신호이기 때문에 충격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면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많이 떨어진 국내 대형 우량주를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사학연금과 기금의 성격이 약간 다르다는 점을 최 CIO는 강조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에 이미 기금에서 적자가 났고 2001년부터는 고갈이 됐다. 운용자산의 20% 정도는 지불준비금 성격으로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해서 머니마켓펀드(MMF)나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단기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수익률이 낮은 단기 투자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연기금에 비해 높은 편이다. 최 CIO는 “다른 연기금에 비해 장기 투자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낸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대한 투자 위험을 줄이면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산운용사 출신인 최 CIO는 업계의 잘못된 운용 관행을 개선하려는 시도도 하고 있다. 그는 “운용사들이 기관 투자자와 처음 계약을 할 때는 열심히 하지만, 투자 회수를 할 때까지 책임을 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면서 “계약을 끝낸 건에 대해 운용사가 끝까지 팔로업을 할 수 있도록 운용보수를 선취가 아닌 후취로 받는 방안을 제안하는 등 운용 관행을 바꿔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의 운용자산 규모는 4조3595억원이다. 주식 비중은 2015년 33.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19년 34.1%로 소폭 늘릴 계획이다. 채권은 47.8%에서 45.9%로 축소하고 대체투자는 18.7%에서 20%로 확대할 예정이다.
최영권 CIO는 1989년 한국투자신탁에 입사해 동양투자신탁, 국민은행 등을 거쳐 플러스자산운용 전무로 재직했다. 지난 7월 공무원연금에 합류했다.
[이현승 기자 nalh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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