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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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도 안정적 실적, 사적연금활성화 등 수혜 / 우량 운용사 거느린 증권사 반사이익 기대감 커져
사적연금 활성화 등 굵직한 정책들이 잇따라 발표되며 자산운용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거래대금, 자기매매 등에 따라 실적이 출렁거리는 증권사와 달리 꾸준히 이익을 내는 것도 작용했다. 안전자산의의 위험자산이동의 물꼬를 튼 사적연금활성화 대책과 맞물리며 우량운용사를 거느린 증권사들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 지점, 거래대금 침체 등으로 증권사매력 둔화, 자산운용사 고효율구조 부각
자산운용사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최근 M&A시장에서 자산운용사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한때 현대증권의 인수후보로 거론된 DGB금융지주의 경우 현대자산운용인수를 타진했으나 매각방식이 패키지로 결정되자 인수를 접었다.
골든브릿지금융그룹도 경영개선명령이 떨어진 저축은행의 정상화방안으로 자산운용사 매각카드를 내놓았다. 정상화에 필요한 금액은 약 130억원 안팎. 계열사인 자산운용사를 저축은행에 증여하거나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 자산운용을 매각한 뒤 증자하는 방안이 핵심으로 자산운용사의 가치가 낮으면 실행자체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골든브릿지그룹 관계자는 “과거 2년 전 매각가격이 약 150억원으로 형성됐다”라며 “우리가 팔지 않아 매각이 중단됐는데, 그보다 헐값으로 팔 수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우량운용사 매각으로 쓴맛을 본 케이스도 있다. 이보다 앞서 자산운용사를 매각한 삼성증권은 삼성자산운용지분 매각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원’을 잃는다는 점에서 득보다 실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기업분석보고서를 통해 삼성운용의 지분매각을 △향후 금융업에서 위상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운용사의 순이익 기여도가 없어졌다는 점 △삼성자산운용의 ROE가 11~15%내외인 점을 감안할 때 처분이익 재투자시 기대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우려했다.
대신증권 강승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에는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중기적으로는 부정적”라며 “100% 자회사가 된 삼성선물은 삼성증권과 사업영역이 중복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시너지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실제 주인이 바뀐 뒤 서로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삼성생명으로 새주인을 맞은 삼성자산운용은 상반기 약 1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순수익 탑3에 랭크됐다. 반면 삼성증권은 394억원으로 5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거꾸로 우량운용사를 둔 증권사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대표적 예가 증권업불황에도 안정적 실적을 자랑하는 한국금융지주가 대표적이다. 특히 자회사인 운용사가 실적개선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올해 한국투신운용, 한국밸류자산운용의 순익은 각각 391억원, 116억원을 달성하고, 이들의 합산가치는 약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금융지주는 상반기 순익 1035억원으로 금융투자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1000억원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 우량운용사가 실적개선의 주역, 사적연금활성화 등 훈풍타고 재평가
운용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는 증권업침체가 장기화되며, 효율적 ‘비용구조’가 재조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는 지점, 인력 등에서 덩치가 크다. 반면 자산운용사는 소수운용전문인력으로도 트렉레코드에 따라 수탁고를 늘릴 수 있다. 최근 거래대금 부진으로 증권사가 덩치값을 못하며 운용사의 ‘저비용 고효율’ 사업구조가 재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사 인수를 추진중인 DGB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비은행부분 M&A 추진을 검토중이며 증권보다 운용사가 더 적합하다”라며 “특히 운용사가 투자비용도 많지 않고 고객예탁자산의 일부를 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효율적 비용구조는 운용사의 ROE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ROE의 경우 증권사가 3~5%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헐떡거리는 반면 운용사 ROE는 평균 11.8%에 달한다. 상위 10사 운용사 ROE는 13.9%로 영업규모가 클수록 수익성도 좋아지는 규모의 효과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사업리스크가 낮은 것도 매력으로 꼽힌다. 업게 관계자는 “장치산업도 아니고 점포가 필요치 않고 수탁·고유자산분리로 리스크도 떠안는 사업도 아니다”라며 “채권으로 이자를 벌고, 펀드운용보수를 받는 단순한 사업구조로 욕심을 내지 않으면 크게 벌지는 못하지만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단 프리미엄상승의 수혜는 우량운용사로 돌아갈 전망이다. 꾸준히 트랙레코드를 바탕으로 브랜드파워를 쌓은 운용사들이 사적연금활성화 등 정책수혜로 실적이 좋아지며 몸값도 더 상향된다는 것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들이 86개로 난립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은 적자를 입고 있다”라며 “노력과 시간을 들여서 시장을 만들고, 마켓리더로 자리잡은 우량운용사들은 사적연금확대 등 정책에 힘입어 더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