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0-27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발전시설과 사회기반시설(SOC) 민자 시장에서 유난히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금융기관이다.
지난 1994년 ‘사회간접자본팀’을 신설한 이후 1995년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사업에서 국내 최초로 민간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주선을 담당했다. 1999년 인천공항 열병합발전소 사업에서는 처음으로 SOC채권을 발행했다. 같은 해에는 우리나라 첫 인프라 펀드를 설립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행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01년 천안~논산 고속도로 건설 과정에서 PF대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했으며, 2004년 민자발전사업(IPP) 프로젝트 대출 주선에 성공했다. 모두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금융주선이다.
홍기택 회장 이 같은 실적에 대해 산은 프로젝트금융본부를 이끌고 있는 김영식 본부장(부행장)은 “1994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이 도입된 이후 SOC 확충을 지원하고 금융수요 변화에 따른 자금공급 확대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이라는 점도 이 시장에서 산은을 ‘맏형’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배경이지만 경쟁사 대비 높은 실적도 산은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민자 시장이 열린 지 20년이 지난 지금, 산은의 누적 주선 건수(9월 말 기준)는 총 237건이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8조2595억원에 달한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1995년)를 시작으로 대구~부산 고속도로(2000년), 천안~논산 고속도로(2001년),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왕십리민자역사(2004년), 용인~서울 고속도로(2005년), 여수 집단에너지(2011년), 상주~영천 고속도로 리파이낸싱(자금재조달ㆍ2014년) 등이 산은의 금융주선 주요 실적이다.
작년에는 국대 최대 규모인 2조4500억원짜리 발전에너지펀드도 설정했다.
이 기간 동안 산은은 해외시장 공략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약 10년 전인 2003년 해외 PF시장 진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해외업무 담당 인력 확충과 함께 현지 PF데스크 설립을 구상했다. 그리고 은행 내에는 해외금융팀을 신설했다. 2009년에는 싱가포르에 PF데스크를 만들어 아시아 PF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으며, 얼마 전에는 런던에 있는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에 교류 인력을 파견했다.
김영식 본부장은 “EBRD와의 인력 교류는 해외에서 산은을 명실상부한 PF 금융주선 기관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하며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가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들 준비작업을 바탕으로 2010년에 멕시코 볼레오 동광개발에 참여했으며, 이듬해에는 불가리아 태양광 발전사업에 금융주선을 담당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분주히 움직인 산은에 대해 평가도 호의적이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딜로직(Dealogic)사는 2010년 산은을 글로벌 공공민간부문 협력(PPP)분야 금융주선 세계 1위 기관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PF 금융주선 아시아 6위, 세계 11위 실적이라고 발표했다.
PF 금융주선 분야에서 산은의 순위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발표에서 산은은 아시아에서 2위, 세계에서 9위를 차지했다. 아울러 작년에는 또다시 PPP 분야 1위에 오르면서 산은의 저력을 한 번 더 보여줬다.
다양한 실적과 더불어 국내외에서 시장을 이끌어 온 프로젝트금융본부의 규모는 커졌고, 위상은 높아졌다. 이 본부는 3부 13팀으로 구성돼 있으며, 79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한 상태다.
김 본부장은 “20년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앞으로는 선제적 마케팅을 통해 국내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며, 해외 PF시장 진출 확대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향후 중점 사업은
국내 PF시장의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산은의 내년 경영방침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통합산은 출범에 따른 정책금융 기능 강화’를 비롯해 ‘국내 PF시장 선도 지위 유지’와 ‘글로벌 PF 비즈니스 영업능력 강화’가 중점 추진과제다.
현재 산은의 최대 현안은 통합산은 출범이다. 정책금융공사와 다시 합병해 내년 1월 통합산은으로 재출범한다. 산은은 통합산은 출범을 계기로 정책금융 업무 범위 및 지원 영역을 더 넓힌다는 방침이다.
산은 관계자는 “창조금융을 위한 정책금융 지원기반 강화와 통일 대비 정책금융기관 역할 확대가 이 전략의 골자”라고 설명했다. 실제 산은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통일시대 준비’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고 올 초부터 조사분석부 내 동북아팀에서 북한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아울러 북한금융팀을 신설해 통일 이후 SOC 확충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도 고민할 계획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PF시장의 1등 자리를 지키기 위해 산은은 전략 분야를 국내 SOC PF 시장·국내 발전 PF 시장·지역개발 및 부동산 PF 시장, 이 세 가지로 설정했다.
우선 SOC PF에서는 신규사업 주선권 확보와 더불어 리파이낸싱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실제 SOC 사업에서 리파이낸싱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2012년 13.7%에 머물렀던 리파이낸싱 비율이 지난해 44.7%로 크게 오른 상태다.
발전 PF에서는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반영된 예상 사업을 대상으로 선제적 마케팅을 펼치고, 이 분야에서도 리파이낸싱 수요를 꼼꼼하게 찾아내겠다는 복안이다.
지역개발 및 부동산 PF에서는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재생 사업 및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를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해외시장 진출 활성화 의지도 분명히 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해외건설 및 플랜트 수주 지원을 위한 다양한 종합금융 서비스 제공과 해외인프라 펀드 및 글로벌 인프라 정책펀드를 통한 지원수단 강화, 해외 부동산 개발사업 확대 등이 해외 진출을 노리는 산은의 중요 과제”라고 설명했다.
최남영기자 hi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