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주택(유료노인복지주택등)

실버주택 애물단지 전락하나 /"건설사도 실버주택을 짓는 메리트가 없어 사실상 사업에 손을 뗐다"

Bonjour Kwon 2014. 11. 1. 22:33

 

실버주택 애물단지 전락하나 노인 입주율 떨어져 불꺼진 집 늘어…매매가도 약세

 

매일경제 | 입력 2013.11.19 17:11

↑ 젊은 전세가구가 더 많이 사는 마포구 상암동 카아저팰리스 전경. <박상선 기자>

60세 이상 노인들의 주거ㆍ복지 공간으로 도입된 실버주택(노인복지주택)이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실버주택은 1990~2000년대 중반 급속한 고령화로 중장년층 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부자와 은퇴자들의 '세컨드 하우스'나 수익형 부동산으로 손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입주율이 떨어지고 운영ㆍ관리 부실 등으로 실버주택을 떠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19일 부동산 업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버주택은 현재 전국 23곳 4128가구가 분양ㆍ임대됐다.

실버주택이 '죽을 쑤는' 이유는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미분양이 발생해 입주율이 낮다보니 복지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고 다시 이탈자가 생기는 악순환에 빠져 있어서다.

용인시에 있는 실버주택에 전세로 살았던 이 모씨(66)는 "주택이 절반 가까이 비어 유령 단지처럼 썰렁했다"며 "서비스가 대부분 입주민이 내는 실비로 운영되는데 주민이 줄어드니 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인들이 떠난 자리는 젊은 '전세 난민'들이 메우고 있다. 서울 중계동 중앙하이츠아쿠아와 상암동 카이저팰리스, 경기 하남시 벽산블루밍더클래식 등은 실버주택이지만 입주민 대부분이 젊은 층이다. 하남시 신장동 S공인 관계자는 "전세난으로 젊은 층이 늘어나고 고령자는 10명 중 2~3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버주택의 수난은 여러 차례 바뀐 노인복지법과도 연관이 있다. 실버주택은 1997년부터 일반 분양이 허용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 하지만 2008년 60세 이상만 거주와 매매를 하도록 규정이 강화돼 거래가 사실상 끊겼다가 2011년 나이 제한이 풀리면서 매수 범위가 넓어졌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이 커뮤니티 시설을 고급화하고 단지 내 세탁ㆍ청소ㆍ식사 등 호텔식 서비스와 헬스케어를 도입한 아파트를 내놓으면서 실버주택의 설자리가 더욱 좁아졌다.

분양 업체 관계자는 "도심에서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 바라는 노인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집값도 약세다. 상암동 카이저팰리스 전용 84㎡는 7억~7억5000만원 수준으로 분양가를 밑돌고 있으며 분당구 정자동에 있는 정원속궁전도 일부 평형이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설사도 실버주택을 짓는 메리트가 없어 사실상 사업에 손을 뗐다"며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지만 거래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