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캐피탈·저축은행 우선협상자에 제이트러스트..대부업 '맞수' 러시앤캐시 꺾어
11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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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계 맞수 러시앤캐시와 제이트러스트의 격돌로 관심을 모았던 아주캐피탈 인수전에서 제이트러스트가 승리했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주주인 아주산업과 매각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아주캐피탈의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제이트러스트를 선정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제이트러스트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아주캐피탈과 아주캐피탈의 계열사인 아주저축은행(100%)까지 인수하게 된다.
제이트러스트는 아주산업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아주캐피탈 지분 74.16%를 사들이는데 주당 9000원 이상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액으로 4000억원 안팎이다.
지난 4일 본입찰에는 러시앤캐시와 제이트러스트 두곳이 참여했다. 아주그룹이 올 상반기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아주캐피탈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놨을 때만 하더라도 인수가격은 지분 100%를 기준으로 4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러시앤캐시와 제이트러스트 모두 예비입찰에서부터 5000억원이 넘는 가격을 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같은 일본계이면서 오랜 라이벌 관계라는 점이 인수전을 더욱 치열하게 만든 요인으로 IB업계는 보고 있다. 러시앤캐시는 아홉 차례에 걸쳐 저축은행 인수를 시도했지만 금융당국의 반대로 번번이 좌절됐다. 그 사이 제이트러스트는 미래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하며 저축은행 업계에 먼저 발을 디뎠다.
인수전의 승패는 인수대상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트러스트는 아주저축은행 등 금융 계열사를 모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반면 러시앤캐시는 아주캐피탈만 인수하기를 희망하면서 아주그룹이 제이트러스트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전해진다.
제이트러스트는 한국시장에서 친애저축은행과 하이캐피탈, 대부업 계열사인 KJI, 네오라인크레딧 등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 등을 인수함에 따라 단숨에 업계 상위권 여신전문금융회사로 발돋움하게 됐다.
또한 러시앤캐시와 라이벌 관계에서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게 됐다. 작년 9월말 현재 러시앤캐시의 자산은 2조2070억원, 제이트러스트는 1조3800억원이다. 올 상반기 기준 6조4189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면 제이트러스트는 단숨에 러시앤캐시 자산의 네배가 넘는 금융그룹이 된다.
아주캐피탈의 새 주인이 가려짐에 따라 2대주주인 신한은행도 보유지분을 팔 수 있게 됐다. 신한은행은 2005년 아주산업이 아주캐피탈(당시 대우캐피탈)을 인수할때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370억원을 투자해 지분 12.85%를 갖고 있다. 보유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과 아주산업이 파는 것과 동일한 조건으로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권(태그얼롱)을 동시에 갖고 있다.
풋백옵션은 주당 5000원인 반면 동반매도권을 행사하면 주당 9000원 이상에 팔 수 있어 IB업계에선 신한은행이 당연히 동반매도권을 행사해 보유지분을 처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