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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감산 없다!…美 '셰일오일'에 선전포고.WTI 7.5% 급락…4년 만에 70弗 붕괴 고비용 구조 美 셰일산업 견제.내년봄 35$?.60~80$유지전망

Bonjour Kwon 2014. 11. 28. 23:07

2014-11-28

"감산 안한다"…

러시아·노르웨이 등 산유국 통화가치 급락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총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빈AP연합뉴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대량 무(無)행동 무기(weapon of mass inaction)’를 휘둘렀다.”

 

OPEC이 27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 총회에서 산유량 한도를 하루 3000만배럴로 동결한 것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이 북한과 이라크 등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의 핵무기 등을 거론할 때 써온 ‘대량 살상 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는 용어에 빗댄 표현이다. 이번 결정이 그만큼 미국에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OPEC, 美 셰일 견제 위해 출혈 감수

 

‘원유 카르텔’로 불리는 산유국 조직 OPEC이 감산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사실상 유가 하락을 용인하겠다는 것이다. 압달라 엘 바드리 OPEC 사무총장은 감산 동결을 결정한 총회 직후 “가격 목표치는 없다”며 “배럴당 100달러든, 80달러든, 60달러든 어떤 시장 가격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

 

동결 소식에 북해산 브렌트유는 이날 6.9% 하락한 배럴당 71.46달러에 거래됐다. 4년여 만에 최저다. 브렌트유는 지난 6월만 해도 배럴당 112달러를 웃돌았다. 서부텍사스원유(WTI)도 배럴당 68.12달러로 7.56% 급락했다.

 

OPEC은 그동안 유가가 떨어지면 산유량 감축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이번엔 감산하지 않고 산유량 한도를 엄격하게 지키자는 데만 의견을 모았다. OPEC 회원국은 원유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느라 OPEC이 정한 한도 이상의 원유를 생산해왔다. WSJ는 “산유량 한도를 지키면 하루 30만배럴 정도 감산효과를 볼 수 있지만 국제유가 반등을 유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OPEC이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을 막으려면 산유량을 하루 100만~150만배럴은 줄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 OPEC 회원국이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미국의 ‘셰일오일’이 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던 미국이 셰일오일 덕분에 원유 수출국으로의 전환을 앞두게 되면서 OPEC 회원국의 독점적 지위는 크게 흔들렸다. OPEC 회원국은 원유 가격이 떨어지면 생산 단가가 비싼 미국 셰일오일산업이 산유국보다 먼저 무너질 것으로 보고 있다.

 

○BP 등 관련주 급락…러 피해 눈덩이

 

OPEC의 감산 동결 결정은 국제유가뿐 아니라 각국 경제와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같은 OPEC 회원국은 브렌트유 가격이 각각 배럴당 160달러, 130달러는 돼야 예산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연안 국가들은 유가 하락을 좀 더 용인할 수 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는 국제유가가 각각 배럴당 90달러, 50달러 선으로 떨어질 때까진 재정적자를 피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라파엘 라미레스 OPEC 대표는 “OPEC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모두 희생해야 했다”고 말했다.

 

국가 수입의 절반이 에너지 수출에서 나오는 러시아는 피해가 극심하다. 올 들어 30% 이상 하락한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는 발표 직후 3.6% 추가 하락해 달러당 48.66루블을 기록했다. 서유럽 최대 원유 생산국인 노르웨이 크로네화 가치도 5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캐나다달러 가치도 하락했다.

 

에너지 기업도 울상이다. 영국의 석유회사 BP와 로열더치셸 주가는 런던 증시에서 각각 2.7%, 3.73% 내렸다. 원유인프라 제작사 페트로팩의 주가도 6% 이상 하락했다. FT는 “유가 하락은 경기 부양 중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유가 내년 중순까지 60달러 밑으로”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OPEC이 내년 6월 다시 각료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감산 합의가 언제 이뤄질지는 불분명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중순까지 유가가 60달러 선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톰 클로저 수석 유가 분석가는 원유 감산 합의가 내년 봄까지 이뤄지지 않으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35달러로 추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는 “OPEC이 배럴당 60달러까지 유가를 끌어내렸다가 80달러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구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셰일오일 업체들에 타격을 입힌 뒤 다시 유가를 올리면 된다는 얘기다.

 

 

OPEC이 ‘유가 전쟁’에서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이 생산하는 셰일원유 가운데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80달러인 곳은 약 4%에 불과하다. 미국의 주요 셰일오일 생산지인 노스다코타주, 몬태나주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배럴당 42달러 이하에서도 수익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IEA는 “미국의 산유량이 내년에 하루 100만배럴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며 “OPEC이 산유량을 줄이지 않는 한 유가가 반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