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4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경찰공제회의 신임 이사장으로 또 다시 경찰 출신 인사가 내정될 전망이다. 경찰 10만명의 노후를 준비하는 기금 1조7000억원을 굴리는 경찰공제회는 이사장은 물론 최고투자책임자(CIO)까지 경찰 출신이 꿰차고 있다.
4일 경찰공제회에 따르면 다음 주 신임 이사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회를 앞두고 전날인 3일 오후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사장 후보자 3명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지만 단수 후보를 추천하는데 실패했다.
경찰청과 각 지방청, 경찰대학 등을 대표하는 공제회 대의원회는 다음 주중 후보자 3명 중 1명을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할 예정이다. 내정자는 경찰청장 승인을 받아 현 이성규 이사장의 임기가 끝나는 오는 13일 이후 취임할 예정이다.
이번 이사장 후보에 응모한 강경량 전 경기청장,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 이인선 전 경찰청 차장 등 3명 전원은 경찰 출신으로 기금 운용 관련 전문성이 전무하다. 경찰공제회는 역대 이사장 모두가 경찰 출신으로 채워져 온 바 있다.
투자와 감사 직책을 맡는 임원들도 대부분 경찰 출신이다. 금융투자를 총괄하는 김윤환 사업관리이사(CIO)는 경찰청 수사과장과 수사기획관, 인천청장 등을 거쳐 퇴직 후 지난해 9월 취임했다.
최경식 감사 역시 경남청 차장, 경찰청 교통국장,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부동산 투자 등을 담당하는 이승영 사업개발이사만 자산운용사 부동산운용본부장 등을 거친 전문가다.
교직원공제회, 군인공제회, 행정공제회,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기금 규모가 큰 공제회의 CIO는 대부분 투자전문가가 맡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10만 경찰이 은퇴 이후 삶을 준비하기 위해 믿고 맡긴 경찰공제회 기금을 경찰 출신 비전문가가 관리하는 데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하지만 운용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공제회 임원 자리가 경찰 고위급 인사들의 '퇴직 후 보직'으로 인식되면서 전문성과 무관한 인사 경쟁은 반복되고 있다.
경찰공제회 기금운용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적자에 그쳤다. 2011년에는 3.6%, 2012년에는 5.3%의 운용성과를 거둬 6%가 넘는 회원지급률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로 인해 각각 265억원, 13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기금운용 수익률은 3.4%로 지급률(5.7%)을 또 다시 밑돌아 323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지급률은 회원들이 매월 납입한 급여저축금에 대해 적용하는 일종의 이자율로 기금운용 수익률이 지급률을 웃돌지 못하면 적자를 면하기 힘들다.
경찰공제회의 운용성과는 교직원공제회(4.1%), 군인공제회(4.3%), 행정공제회(4.0%), 과학기술인공제회(5.9%) 등 주요 공제회들의 수익률과 비교해도 떨어지는 수준이다.
경찰공제회 관계자는 "일부 대체투자 진행과정에서 구조적인 적자가 발생했으나 올해 연간 기준으로는 순익이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경찰공제회의 수익률 제고와 위기관리력 강화를 위해선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CIO는 시장이 완만한 평상시에는 전문가, 비전문가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위기가 왔을 때 손절매 결단력이나 손실에 대한 인내 등 중요한 판단에서 경험의 차이가 난다"며 "이럴 때 초보투자자들이 저지를 만한 실수가 나올 수 있는데 그런 실수를 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자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