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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는 다른 중동의 경제 운용.금융.서비스.쇼프트웨어.관광산업과 석유화학 제조업등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 인프라 투자 대규모 투자 가속화

Bonjour Kwon 2014. 12. 20. 10:07

[서정민 교수의 중동 오디세이] (12) 중동에선 왜 초고층 마천루를 짓고 있을까

 

2014.12.19

석유로부터 나온 오일머니를 펑펑 쓰는 중동의 이미지는 이제 과거 이야기다. 중동 국가들은 이미 1990년대부터 변화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에만 의존해서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것을 중동 정부와 국민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 중동 국가들은 산업다변화(Diversification)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비스업과 제조업에도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로 정치변동이 발생하면서 각국 정부는 더욱 지속성장 가능한 산업 인프라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동의 변신에 모델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두바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두바이의 개벽은 중동 다른 국가들에게 미래의 개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두바이 신드롬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둘로 나뉜다. “너무 뜨겁고, 물도 없는 이곳에 어떻게 살아. 빨리 벗어나야지.”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이런 생각은 수천 년 이 사막을 배경으로 살아온 중동의 유목민 정신에 남아 있다. 지난 40여 년간 석유를 팔아 모은 수십 조 달러의 오일머니를 가지고도 경제적 발전을 달성하지 못했다. 전용 비행기를 타고 뜨겁기만 하고 볼 것 없는 사막을 벗어나 시원한 유럽 등지에서 돈을 펑펑 써온 중동 산유국의 대부분 왕족이 이 부류에 속한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펼치는 사람들도 있다. “끝없이 펼쳐진 이곳에 꿈의 도시를 개발해볼까.” 사막이라는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리듯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는 두바이와 그 지도자가 이 부류에 속한다. 기적적인 두바이의 시발점은 여기에 있다. 두바이는 아랍 에미리트(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인 도시국가이다. 제주도의 두 배에 불과한 작은 면적. 낙타도 헉헉거리는 열사의 땅. 약간의 석유 외에는 자원도 거의 없는 작은 사막국가. 이런 악조건 속에서 두바이는 모래 바람이 날리는 하늘로 향해 치솟는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고, 바다에는 세계 최대의 인공 섬을 건설했다.

 

단순히 외형만 바꾼 것이 아니다. 석유자원 고갈이라는 예고된 재앙에 대비해 혁신적인 국가 생존 전략을 세웠다. 엄격한 이슬람 전통, 부패한 왕정 등의 중동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실리를 위해 전통도 포기하는 개혁을 단행한 것이다. 두바이를 벤치마킹한 개발 사업이 이미 중동 전역에서 잇따르고 있다. ‘두바이 신드롬’이다.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등 걸프 산유국들은 두바이가 이미 실행한 허브 건설을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또 실행하고 있다. 2013년 기준 중동 6개 산유국에서 진행 중인 것과 곧 착수할 프로젝트 규모는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상당수가 두바이에서 이미 진행된 사업들과 유사한 것들이다.

 

 

사우디 제다의 킹덤 타워

 

주변국의 두바이 따라잡기

 

두바이의 개벽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단연 주변 국가들이다. 대부분 산유국인 사우디나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애써 두바이의 발전을 평가절하하기까지 해왔다. ‘남의 돈으로 하는 개발’ 혹은 ‘분명한 한계가 있는 도시국가 모델’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더불어 중동 그리고 이슬람의 보수적인 전통을 서구적인 가치로 바꿔버린 두바이에 대해 ‘지나친 개방’이라며 비난을 보냈다. 그러나 이런 시기와 비난의 화살을 날리면서도 내심 부러움을 표했다. 그리고 두바이의 성장 노선을 조심스레 따라 하고 있다.

 

가장 먼저 그리고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두바이가 속한 UAE 내 아부다비다. 아부다비의 추격은 적극적이다. 아부다비 투자공사이자 국부펀드인 아디아(ADIA)는 수년 전부터 70~80%였던 해외 투자 비중을 60%대로 낮추고 나머지를 국내에 투자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두바이 모델을 아부다비에도 적용하기 위해서다. 27억달러를 투자해 8만평 규모의 해상 레저단지인 ‘사디야트(Sadiyat) 섬’ 개발을 진행 중이다. 10년 안에 호텔 100개를 짓는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아부다비는 두바이와의 차별화를 위해 제조업 투자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기간산업과 이와 관련한 인프라에 투입될 자본이 1000억달러에 달한다. 현재 신공항과 새 항만, 산업단지 30개를 건설하고 있다. 특히 석유화학과 중공업 중심의 대규모 산업단지에 아부다비는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주변의 다른 걸프 산유국인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그리고 바레인에서도 이미 두바이를 따라잡기 위한 본격적인 대형 프로젝트들이 진행 중이다. 카타르는 110억달러를 들여 두바이에 버금가는 관광 및 고급 주거 단지를 세울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공항 건설에만 50억달러를 쏟아붓고 있고, 인공섬 펄-카타르(Pearl-Qatar)도 25억달러를 들여 건설 중이다. 뿐만 아니라 카타르는 국제금융센터 조성을 추진하면서 두바이를 본떠 100% 외국인 지분과 무제한 외환송금을 허용키로 했다.

 

쿠웨이트는 석유 화학시설에 집중하고 있다. 중화학공업 육성으로 두바이와 약간의 차이점을 두고 있지만 ‘경쟁심’을 드러내고 있다. 오만은 물류시설과 부동산 개발에 엄청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동의 금융 중심지였던 바레인도 금융 인프라를 정비해 오일머니가 되돌아오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더불어 두바이처럼 30억달러를 투자해 해안에 13개의 인공 섬을 만들어 초호화 리조트단지를 꾸밀 계획이다.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부르즈 칼리파

 

이슬람 종주국의 변신 노력

 

두바이의 움직임에 걸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수십 년간 세계 최대 산유국이었던 사우디는 소비 성향의 정부 지출을 투자로 전환하는 중이다. 가장 엄격한 이슬람국가도 결국 미래를 위해 서서히 문을 열고 있는 것이다. 두바이 부동산 개발업체 이마르(Emaar)와 사우디 건설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2005년 12월 ‘킹 압둘라 경제도시’를 착공했다.

 

공사비 266억달러가 투입되는 사우디 사상 최대 프로젝트이다. 사우디 서부 홍해 연안 항구도시 제다에서 약 100km 북쪽에 위치한 이곳에는 최첨단 자유무역항과 산업도시가 곧 들어설 전망이다. 제2의 도시이자 최대 상업 도시인 제다에 약 100억달러를 투입하는 ‘제다 힐(Hill)’ 신도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고급 빌라 2만 채를 짓는다. 항구도시 제다를 관광도시화하겠다는 취지다.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사우디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세계 최고층 건물 건설도 제다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2019년 완공 목표로 현재 건설 중인 킹덤 타워(Kingdom Tower)다. 원래 1마일 타워를 구상했지만 기술 여건상 1km의 높이로 조정됐다. 1조3000억원이 투입된 이 공사가 완료되면 현재 세계 최고층인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Burj Khalifa)보다 173m 더 높은 건물이 등장한다.

 

사우디 정부는 또 수도 리야드에서 북쪽으로 약 700㎞ 떨어진 오아시스 지역인 하일(Hail)에 향후 10년에 걸쳐 80억달러를 투입해 경제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서북부의 메디나 인근지역에서는 지식경제도시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총사업비가 1100억달러가 넘는다. 15년 내에 완공되면 사우디가 추진 중인 6개 주요 산업센터 도시 중 하나가 된다. 2020년께 지식경제도시 6곳이 완공되면 50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이 들어서고 1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사우디는 이외에도 석유화학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이미 2004∼2009년까지 석유화학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약 900억달러를 투자했다. 정부가 투자를 책임지는 관행에서 벗어나 외국인 투자도 적극 유치하고 있다. 엑손모빌, 셸, 미쓰비시, 셰브론 등 외국기업과의 합작 사업이 총 투자액의 70%를 차지했다. 시장 개방과 계획적 투자를 통해 사우디 정부는 향후 전 세계 석유화학제품 공급시장의 15% 장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인 인적 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에도 사우디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외국인 노동자를 자국 인력으로 대체하기 위한 정책이다. 자국민의 기술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초교육과 직업훈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아랍권 최고의 기술 인력을 양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과학기술대학인 카우스트(KAUST: The King Abdullah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를 설립했다. 2008년 9월 문을 연 이 대학의 학생에게는 학비, 교재비는 물론 생활비까지 사우디 정부가 부담한다.

 

중동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원자재 수출에서 수입대체 산업육성으로 그리고 소비에서 생산 중심으로 경제체질도 바꿔 나가고 있다. 이제 시민사회도 점차 생기고 있고, 의회 제도를 도입하는 왕정국가들도 있다. 의사결정 과정도 점차 투명해지고 있다. 과거, 인맥을 통해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우리의 진출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기술과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고부가가치 플랜트에 집중할 시점이다.

 

중동 미니상식 험담은 날개 달린 말

 

중동은 가족 그리고 공동체 중심적 사회다. 기업 운영 혹은 비즈니스 전반에 가족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인척과 가문 혹은 부족의 구성원들이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협력적 사업에 참여한다. 더불어 동종업계에서 인맥이 촘촘히 얽혀 있다. 경쟁업체 간에도 의례적인 상호방문과 나름 소통의 장이 열려 있다. 소문이 빠르게 퍼진다. 특히, 좋지 않은 말은 바람처럼 퍼진다. 여기에 아랍 부족, 민족 그리고 국가로서 자부심도 강하다. 외국인이 자신들의 정치제도, 국가 혹은 종교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경우 심한 상처를 받기도 한다.

 

따라서 협상 시 혹은 친분을 쌓은 이후에라도 남을 헐뜯는 발언이나 부정적인 평가는 삼가야 한다.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인적 네트워크가 강한 곳이다. 우리의 ‘숟가락 몇 개인지 알 정도’보다 더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상대방의 경쟁업체라고 할지라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 그 말이 전해질 가능성이 크다. 말이 전해질 경우, 그 경쟁업체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하는 일도 있다. 자신의 명예가 먹칠이 되었을 경우, 중동 사람들은 최고 수준의 적개심을 갖는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