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관투자자

대체투자 '필수'인데‥확 못 늘리는 '큰손'들의 고민 올해 '비중확대' 계획..인력·인프라·리스크 관리 등 관건

Bonjour Kwon 2015. 1. 8. 18:54

이 기사는 2015년 01월 08일 13:2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기금을 위시한 국내 '큰 손' 기관들은 너도나도 올해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거나 제반 여건을 갖춘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기본 속성으로 인해 과감한 투자를 망설이는 것도 사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급 투자인력 및 인프라 확충,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가 수반돼야 한다는 데 이견은 없었다.

 

7일 서울과학종합대학(aSSIST)과 한국대체투자연구원(KAIRI)이 주최하고 머니투데이 더벨이 후원한 '제1회 KAIRI 대토론회'엔 이윤표 국민연금 전략실장, 김희석 농협금융지주 CIO, 홍사찬 우정사업본부 예금대체과장, 서종군 한국산업은행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장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패널로 참석, 대체투자 전략과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7일 열린 '제1회 한국대체투자연구원(KAIRI) 대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국내 연기금, 공제회 및 기관들의 2015 대체투자 전략 및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윤표 국민연금 전략실장, 김희석 농협금융지주 CIO, 홍사찬 우정사업본부 예금대체과장.

 

이윤표 전략실장은 "국민연금이 대체투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집행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미 3~4년 전부터 포트폴리오 내 일정 비중을 유지해 오고 있다"며 △장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 △주식·채권 대비 고수익이 예상된다는 점 △정보 비대칭성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매력 요소로 들었다.

 

김희석 CIO도 "대부분 기관들이 약 10년 전부터 해외투자 및 대체투자 확대를 변함없는 테마로 여겨 왔다"며 "농협금융지주 또한 계열인 생명(50조 원)·손보(4조 원)·은행(10조 원)·자산운용(16조 원)·공제자금(20조 원) 등을 통해 총 '100조 원+α'의 운용 여력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는 해외·대체투자 비중을 얼마로 가져갈 것인지 정도의 문제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올해는 관련 인력과 인프라를 갖추는 데 중점을 두고,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 이후로 계획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체투자를 통한 타깃 수익률은 채권(2%대)보다 300~500bp 높은 5~6%가량으로 잡아 놓은 상태다.

 

홍사찬 예금대체과장 역시 "보유 중인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대체투자를 확대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예금자금과 보험자금을 통틀어 110조 원 규모, 이 중 구조화채권을 제외하고 4%대를 대체투자에 할애해 왔지만, 오는 2018년까지 비중을 점차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이나 자원은 물론 문화·영화 등 대체투자의 기회가 다각도로 열려 있어 리서치를 강화한다는 게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이다.

 

이처럼 국내 유수 기관들 사이에서 '대체투자 비중 확대'라는 기본 방향성은 대체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고위험 투자인 만큼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선행돼야 하는 가운데, 조직 내 인력 부족·인프라 미비 등 해결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것에도 의견은 크게 갈리지 않았다.

 

이윤표 실장은 "국민연금이 대체투자를 시작한지 10년이 넘었다 보니 이젠 노하우가 쌓여 해외로도 진출한 상태고, 올해는 헤지펀드 도입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라면서도 "그간 성과를 되짚어 볼 때 대체투자 비중이 언제나 목표치를 하회했다는 점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대체투자가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순 있지만 그만큼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오랜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거두는 게 대체투자의 특성인 만큼 시장에서 성급하게 성과를 평가하지 말아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김희석 CIO는 "뭇 기관들이 대체투자 확대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그렇게 되려면 충분한 내부 인프라 구축과 인력이 필요하다"며 "그 외에도 기본적으로 프라이빗 마켓인 만큼 조직 내 CEO(최고경영책임자) 및 CIO,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기타 감사 부서, 때로는 정부와 언론까지 모두 동의해 줘야 위험을 감수할 수 있어 무리해서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대체투자가 반드시 고위험·고수익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도 제기됐다. 국내 큰 손 기관 중 공무원 조직이 많다 보니 기본적으로 투자 성향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점을 짚은 것이다.

 

홍사찬 과장은 "투자 기관이나 자금의 성격에 따라 대체투자라 해도 적정선에서 안정성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다"며 "포트폴리오 내 자금 배정에 있어 위험도나 수익률을 골라서 투자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직접투자가 꼭 간접투자보다 우수한가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며 "기관이 운용할 자금이 한정된 가운데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간접투자가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략적 자산 배분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

 

대체투자 관련 데이터 취합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과거 히스토리에 대한 이해 없이는 벤치마크 대비 비교도 어려울 뿐더러, 투자 조직 내 리스크 심의를 통과하는 데도 난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종군 산업은행 성장사다리펀드 사무국장은 "현재 국내엔 대체투자와 관련된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정리, 관리하고 있는 기관이 전무하다"며 "지난 2004년부터 '부동산 투자 10년', '간접투자 10년' 등을 외치면서도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조직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리스크 매니지먼트에 앞서 과거 투자 사례 분석은 기본이라는 얘기다. 서 국장은 "지금부터라도 KAIRI 등 연구원이나 학계에서 대체투자 데이터 제공의 기능을 해준다면 향후 운용 측면의 의미가 클 것"이라고 조언했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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