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따라 1위 '제각각'

[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자산운용업계의 '빛바랜' 1위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내년부터 일임자산이 포함되는 'AUM'방식이 도입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순이익으로 순위를 메기는 업계 '룰'도 순위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설정액은 33조3200억원으로 1위로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2조8600억원으로 2위지만 최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과 합병을 결정해 두 운용사를 합산할경우 41조4700억원으로 1위로 올라선다.

이 같이 순자산 규모로 1위를 산정하는 방식은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순자산은 설정액에 운용수익을 합친 금액으로 곧 실적과 연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UM(운용자산)이 도입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삼성생명이 맡기게 되는 70억원 일임자산을 포함하게 되면 자산이 100억원을 넘겨 더 이상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강자'로 군림한다.

순위 싸움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실적'이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들이 하고 있는 매출방식으로 집계하면 순위는 다시 크게 뒤바뀐다.

지난 9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1회계연도 1분기(4월_6월) 자산운용사 순이익으로 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94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이 뒤를 이었는데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65억원으로 5위권으로 밀려난다.

당기순이익으로 실적이 바뀌는 것은 일단 운용보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례로 대형 운용사의 1강체제로 굳힌 ETF같은 경우 수수료 면에서 주식형보다는 낮고 채권보다 조금 높은 정도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업계에서 잘한다고 평가받는 운용사들은 얼마나 많은 자금을 유치했느냐에 달렸지, 이를 통해 많은 수익을 남겼느냐로 보면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 관계자는 "순자산인가, 당기순이익인가 자산운용계의 실적 순위는 판단하기 나름"이라며 "하지만 MMF의 운용보수는 0.05%인 반면 펀드의 운용보수는 0.5%로 10배 이상 차이가 나듯이 자산이 많이 모였어도 순이익 변수가 크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각 상품 수익률로도 순위가 또 다시 바뀐다는 점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ETF국내주식형 펀드의 경우 삼성KODEX자동차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은 연초대비 22.9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미래맵스자산운용의 ETF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미래에셋맵스TIGER미드캡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은 -6.67%로 나타났다.

자산운용사들이 순위에 민감한 것은 운용사들의 '밥줄'인 고객 유치 때문이다. 1위라는 업계타이틀이 곧 높은 수익률을 안겨줄 수 있는 능력으로 인식하는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결국 '무의미한' 순위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