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국내 금융자산은 연평균 10% 증가한 반면 자산운용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0.7%로 심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침체된 국내 자산운용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펀드를 구조조정하고 대형화 해야 한다. 국내 자산운용사들은 고객 요구라는 미명하에 수없이 많은 펀드를 설정해 왔다. 미국 자산운용협회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펀드 수는 조사 대상 국가 중 두 번째로 많은 수준으로, 1위인 룩셈부르크가 전 세계 펀드들이 등록하는 조세회피 지역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우리나라가 가장 많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는 비슷한 펀드가 너무 많아 어떤 펀드를 골라야 하는지 모르고, 판매 직원도 수천 개 펀드를 판매하고 있어 시스템에서 해당 펀드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산운용사도 수백 개 펀드를 운용하고 있어 이렇게 많은 펀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IT시스템의 지원이 필요하다. 공시, 점검, 보고, 가치평가 등 펀드 관련 제반 업무는 펀드 규모에 상관없이 거의 일정하기 때문에 펀드 수 증가는 펀드 관리비용 증가를 초래하고, 감독기관으로서도 펀드에 대한 관리 감독이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비용 증가와 관리상 어려움은 펀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음으로 운용사별 차별성을 확보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들은 규모나 능력에 관계없이 대부분 다른 자산운용사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주식형, 채권형, MMF, 파생형, 부동산, 실물자산 펀드 등 거의 모든 유형을 다 운용하고 있다. 이같이 다양성이 결여된 일반적 운용으로는 운용사 간이나 타 금융권과 차별화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적다. 물론 국내 운용 대상 자산의 다양성과 규모 부족, 장기금리 리스크 헤지 수단 부재 등 운용을 차별화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각 자산운용사는, 특히 규모가 작을수록 인력의 전문성을 고려해 자신 있는 분야를 선택해 집중하고 그에 맞는 투자자 수요를 찾아야 한다. 차별화 전략이 없는 질적 성장은 요원한 일이다.
세 번째로 펀드 매니저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허용된 각종 대안투자펀드가 도입되었을 때 운용업계는 상품 출시와 자금 확보만 우선시해 전문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고 상품을 출시한 사례가 많았다. 예를 들어 부동산펀드 도입 시 사업용지도 확보하지 않은 채 부동산펀드를 설정했다 해산하는 해프닝을 벌인 적도 있고, 소송 중인 국외 부동산을 승소할 것이라는 법률 자문만을 참고로 투자했다가 패소해 펀드 전액이 손실 위험에 처한 사례도 발생했다. 투자에 관해 최고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자산운용업에서 이런 미숙함은 산업의 성장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건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도입 중인 헤지펀드 또한 충분한 전문인력과 경험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는 만큼 자산운용사의 신중한 접근과 적절한 전문성 확보가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자산운용사 영세성 극복이다. 지난해 1분기 81개 자산운용사 전체 자기자본이 3조원, 당기순이익이 995억원인 데 비해 대형 증권 1개사 자기자본이 2조8000억원, 당기순이익이 939억원일 정도로 위상은 초라하다. 자산운용업은 특성상 규모의 경제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으로 회사를 대형화해야 하며, 양적 확대가 질적 성장을 견인하고 다시 규모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 최대 운용사도 세계 기준으로 보면 100위권에도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운용사들도 국내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외국 운용사 인수를 통해 외형을 키우고 글로벌화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한규선 삼성자산운용 전무]
'자산운용사경영(CEO 인터브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개인투자자도 가치주에 적립을"…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 (0) | 2012.01.10 |
---|---|
SOC·인프라펀드운용시장 `키암코·KB자산운용' 2강 체제 2012-01-10 (0) | 2012.01.10 |
자산운용업계, '진정한 1위'는 없다?2011.12.22 (0) | 2011.12.26 |
아듀 2011 자산운용업계(4)] “새술은 새부대에 담자! 재도약 파도 거세” (0) | 2011.12.22 |
2012년 펀드시장 좌우할 5대 키워드는? (0) | 2011.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