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2月09.
지난해 손보사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공시된 손보사들의 2014년 영업실적을 보면 시장의 예상과 달리 한결같이 전년 대비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깜짝실적’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다분히 회계연도 기준 변경 효과와 투자영업 수익에 힘입은 것이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는 여전히 밑지는 장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손보업계는 연간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는 자동차보험이 정상화되지 않고선 손보사 수익구조 개선은 요원하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동부화재, LIG손보,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한화손보, 롯데손보 등 7개 손보사들의 2014년 매출액은 61조7230억원으로 전년 45조5668억원에 견줘 35.9%나 증가했다. 당기순익도 전년 1조135억원에서 지난해 1조5843억원으로 무려 49.0% 늘었다. 수치만 보면 손보사들은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극심한 경기불황에서도 빼어난 실적을 달성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깜짝실적의 이면에는 회계연도 기준 변경이라는 ‘1회성 요인’이 똬리를 틀고 있다. 2014년 회계기준은 1월부터 12월까지 12개월이었지만 2013년에는 회계연도가 4월부터 12월로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년대비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 것이다.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회계연도 기준 변경에 따른 착시현상으로 매출과 이익 증가분이 커보일 뿐 순익을 자세히 따져보면 손보사 대부분 자산운용 등의 투자영업에서 비롯된 것이다. 본업인 보험영업에서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요 9개 손보사의 보험영업 이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조8608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와달리 같은 기간 투자영업 이익은 3조7886억원의 흑자를 냈다. 손보사는 보험영업이 아니라 자산운용 등의 투자영업으로 먹고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 창출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다른 대형 손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2.0%로 내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향후 자산운용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이에 손보사들은 동남아시아 등 해외진출에 적극적 나서고 있으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보험업계 전문가들은 손보사의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왜곡된 수익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보험 때문이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는 1조원을 돌파했다. 손보사 적자의 대부분이 자동차보험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감독당국은 전체 손익에서 흑자를 내고 있으므로 자동차보험 보험료 인상은 안된다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는 “투자이익으로 보험영업 적자를 메우는 수익구조가 지속되면 국내 손보사의 경쟁력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보험영업 적자의 원인인 왜곡된 자동차보험시장의 정상화를 위해 당국이 기존 시각을 버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사별 실적을 보면 삼성화재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0조9891억원, 영업이익 1조1197억원, 순익 8412억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34.2%, 64.4%, 63.3% 늘었다. 동부화재도 매출액 40%(14조5030억원), 영업이익 40.1%(5381억원), 순익 61.3%(439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LIG손보의 영업이익은 1758억원으로 전년대비 9.9% 늘었다. 매출액과 순익도 10조8761억원과 1393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30%, 18.9% 증가했다. 실적악화를 이유로 지난 연말 임원들을 대거 내보낸 메리츠화재의 경우 매출액은 5조2102억원으로 전년대비 39.8% 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10.4% 감소한 1566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손보는 영업이익과 순익이 각각 277억원과 128억원으로 전년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매출액도 4조2863억원으로 36.7% 늘었다. 흥국화재는 영업이익 434억원으로 전년대비 31.7% 증가했다. 매출액과 순익도 3조8122억원과 320억원으로 각각 34.4%, 168% 늘었다. 롯데손보는 영업이익 69억8694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24.1% 증가했다. 매출액도 2조462억7571만원으로 35.9% 늘었다. 그러나 순익은 47억3802만원으로 전년대비 3.6%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