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02.17
김홍국 회장 "해운社내 곡물사업부 둬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
"시카고시장 물량부터 확보… 미시시피 인근엔 저장창고, 이후 현지농장과 직접거래"
- 재계 30위권에 올라
4조원대 팬오션 편입으로 자산 규모 9조원 웃돌아
"길게 잡아도 10년 뒤면 세계 곡물 시장에서 카길(Cargill·세계 1위 곡물 메이저) 다음 가는 회사가 될 겁니다."
16일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NS홈쇼핑 8층 하림그룹 회장실. 지난 12일 국내 3위 해운업체인 팬오션(옛 STX팬오션)을 1조80억원에 인수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김 회장은 "카길이 세계 곡물시장을 장악한 배경엔 600여척에 이르는 벌크선(곡물·석탄 등을 실어나르는 선박)이 있다"며 "카길이 곡물회사로 해운업에 접근했다면, 우리는 해운회사 안에 곡물사업부를 만들고 관련 사업을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곡물 메이저들도 카길을 제외하고는 해운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곳이 없기 때문에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의지다.
▲ 지난해 11월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2각 모자를 26억원에 구매해 화제를 모았던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모자 구매 이유에 대해 ‘불가능이 없다는 나폴레옹의 도전 정신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주완중 기자
하림그룹은 일반인들에게 닭고기 가공업체로 잘 알려진 하림 외에 양돈(養豚)·사료 전문 기업인 선진과 팜스코, 홈쇼핑 업체인 NS홈쇼핑 등을 거느린 총자산 4조8000억원 규모 중견기업이다. 닭고기와 돼지고기 부문은 부동(不動)의 국내 1위이며, 사료 시장에서도 지난해 농협중앙회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자산이 4조3000억원대인 팬오션이 편입되면, 자산 규모가 9조원을 웃돌면서 재계 순위 30위권에 오르게 된다.
김 회장은 팬오션에 대해 '하림그룹의 기존 사업을 완전하게 만드는 반석(盤石)'이라고 표현했다. 팬오션을 인수함으로써 가축 사육, 식품 가공, 유통과 같은 기존 사업의 기반이 되는 곡물 분야에 본격 진출하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다.
그는 "경기(景氣)가 좋을 때는 곡물 가격의 반 이상이 운임(運賃)으로 나갈 정도로 곡물 사업에서 해운 비중은 크다"며 "사료 부문을 확대하면서 7~8년 전부터 해운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했는데 팬오션이 때마침 매물로 나와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팬오션은 2007년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500만t의 곡물을 실어나른 해운선사. 하림그룹의 입맛에 딱 맞는 매물이었다.
그는 "곡물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우선 시카고 상업거래소와 같은 공개된 시장에서 물량을 잡는 것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이어 3년쯤 뒤엔 미국 미시시피강 근처에 자체 저장창고를 마련하고, 이후엔 현지 농장과 직접 거래하는 수준까지 성장시키겠습니다."
김 회장은 "팬오션의 기존 인력에 해외 전문가를 더해 곡물사업부를 만드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림그룹의 사업구조가 팬오션과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하림그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곡물을 많이 사들이는 곳입니다. 공동 구매 물량 등 그동안 해외 메이저에서 사다 쓰던 수요만 해도 팬오션의 신규 사업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김 회장은 "작년 11월 경매에서 낙찰받은 나폴레옹 모자가 다음 달이면 국내에 들어온다"며 "1%의 가능성을 100%로 만들었던 나폴레옹처럼 곡물 같은 농업 분야에서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