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7일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손에 넣을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한 가운데, 성공적인 M&A를 위해선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7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전날 치러진 팬오션 매각 본입찰에 단독 응찰했다.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하림그룹은 팬오션 매각 측이 사전에 제시한 '유상증자 8500억 원 이상'이라는 최소 입찰기준을 상회하는 인수제안서를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 시장 예상처럼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고 계획대로 8500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게 되면,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팬오션은 회사에 유입될 증자자금을 통해 1조 1000억 원 규모의 채무를 조기상환하고 법정관리를 졸업하게 된다.
이 경우 하림그룹은 지분 48%가량을 보유한 대주주로서 팬오션 경영에 관한 전권을 손에 쥐게 된다. 하림그룹은 팬오션 인수를 통해 국제 곡물유통사업 진출을 추진할 계획임을 줄곧 천명해 왔다.
문제는 하림그룹이 그린 청사진 만으론 팬오션의 경영 정상화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림그룹의 계육사업과 연계해 곡물 유통사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더라도 팬오션의 장기운송계약비율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관련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75척가량의 선박을 보유한 팬오션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수익성을 갖춘) 장기운송계약의 비중은 전체 운송능력의 40% 정도"라며 "하림그룹에 인수돼 곡물 유통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더라도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당장에 크게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곡물 유통사업을 팬오션에 몰아주더라도 장기운송계약의 증가폭은 1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운송능력의 나머지 50%를 수익성 계약으로 채우기 위해선 신규 거래처 확보가 필수적인 셈이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서는 하림그룹이 신규 거래처를 확보하기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벌크선을 이용하는 화주들은 대부분 중요한 원자재 운송을 맡겨야 해 오랜 업력과 신뢰성을 갖춘 파트너를 선호한다"며 "해운업 경험이 일천한 하림그룹으로서는 화주들의 신뢰를 얻는데 꽤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운업 시황이 좋지 못한 점도 하림그룹 입장에선 고민스런 부분이다. 10월 초 970포인트 대를 기록했던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11월 들어 상승세를 타기 시작해 1000, 1500포인트를 잇따라 돌파했다. 하지만 11월 중순 이후 다시 급격한 하락세를 나타내 이달 들어 1000선이 깨졌고, 15일(현지시간) 기준 845포인트까지 주저앉았다.
M&A업계 관계자는 "하림그룹이 팬오션 인수를 눈 앞에 뒀지만 M&A 성공은 회사 인수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기업 인수 후 제대로 된 시너지 효과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비로소 'M&A 성공'을 거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림그룹은 이제 막 큰 숙제를 시작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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