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로펌4.0]④
기사입력 2015.02.21
2000년대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태평양∙광장∙세종∙화우∙율촌 등 로펌(law firm∙법률회사)이 대형화하자 중소형 로펌들도 합병을 통해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이른바 2000년대 후반 중형 로펌간 합병으로 4.0버전이 시작됐다.
중형 로펌들은 대형 로펌과 경쟁하기 위해 합병 전략을 택했다. 금융위기 전까지 기업 자문 시장이 확대되고 있었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대기업 자문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중형 로펌 대표주자 법무법인 지평과 지성이 2008년 합병하면서 중소형 로펌 합병 바람에 도화선이 됐다. 지평은 당시 한국변호사 47명∙외국변호사 14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성은 한국변호사 57명∙외국변호사 7명이었다. 규모 면에서 10위권 밖이었던 두 로펌은 합병으로 단숨에 7위권으로 올랐다.
당시 합병을 주도한 강성 변호사는 “지평과 지성은 출발 시기는 달랐지만 대형 로펌에 맞서기 위해 합병을 꾀했다. 합병 이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강 변호사는 “지평지성은 합병 후 대우조선해양 매각 불발로 발생한 산업은행과 한화그룹간 3300억원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을 수임하는 등 합병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법무법인 천고에서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천고는 기업자문, 인수합병(M&A), 국제거래 등을 특화한 부티크 펌(Boutique Firm∙전문로펌)이다.
국내 첫 미국식 로펌인 법무법인 김장리는 평산과 합병해 2008년 7월 양헌으로 새 단장했다.
법무법인 원은 이듬해 1월 법무법인 자하연∙한빛∙새길 합병으로 새출발했다. 원은 심재륜 전 고검장과 이훈규 전 검사장 등 특수통 거물을 영입했다. 원은 합병 이후 국제중재, 동아시아 투자, 자산관리 등 전문가들을 영입해 형사와 자문 분야에서 두각을 냈다.
같은해 3월 법무법인 대륙과 아주도 합병했다. 대륙아주는 한국변호사 73명과 외국변호사 23명 등 변호사가 96명이 되면서 국내 10위권으로 진입했다. 아주는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법률자문 경험이 많았다. 대륙은 에너지팀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등 자원개발사업 자문에 두각을 냈다. 이 두 로펌의 합병은 대형 부티크 펌의 등장으로 당시 주목받았다.
한 달 뒤 기업 자문 전문인 충정과 송무 중심의 한승도 합병 대열에 합류했다. 국내 변호사는 충정이 70명, 한승이 33명으로 합치면 103명이 된다. 변호사 수로만 국내 7위 규모다.
김진환 충정 대표변호사는 합병 당시 “충정은 외국기업을 위주로 국제 거래, 금융 분야에 강점이 있고 한승은 송무 분야에서 손꼽히는 로펌이라 합병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형 로펌 합병을 이끌었던 한 대표변호사는 “기업이 로펌에 자문 업무를 줄 때 규모를 우선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규모가 큰 자문과 송무 업무는 5위권 로펌에게 돌아갔다. 규모가 5~10위는 돼야 대기업 자문을 받을 수 있었다. 중형 로펌들이 몸집 키우기에 나선 이유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활발해지고 로펌의 일감도 많아 중형 로펌들은 대형화를 꾀했으나 금융위기 이후 PF 사업이 중단되고 기업 자문도 줄면서 합병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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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로펌 성공시대] 김익현·민경탁 변호사 "기업, 문제 생기기 전에 법률자문 구해야 비용 줄어"
기사입력 2015.02.23 오후 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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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법무법인 지석 대표변호사는 15년 이상 부동산 금융과 부동산 펀드, 부동산 투자신탁(리츠) 등의 전문 영역에서 활동해 온 전문 변호사다. 때문에 지석의 전체 수임 사건 가운데 70~80% 가량이 부동산 금융과 관련 있을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상당수의 부동산 금융이 해외 투자와 연결된 탓에 해외 관련 사건 비중도 높다.
실제로 미국발 금융위기 이전에는 전체 수임 사건 중 해외 관련 사건이 60~70%에 이를 정도로 지석은 해외 섭외 사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에는 2주에 한번 꼴로 해외출장을 다녀야 할 정도로 해외 사건 비율이 높았다"며 "당시에는 시차 때문에 밤 12시는 물론이고 새벽 6시에도 컨퍼런스콜이 잡히곤 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함께 지석을 설립한 민경탁 변호사는 해외 펀드는 물론 국내에서 펀드를 조성해 해외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등에 대한 자문을 10년 이상 수행해 온 전문가다. 해외 펀드와 해외 직간접 투자 외에 기업 인수합병(M&A) 등에 있어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 변호사답게 김 대표는 기업 법무 사건은 전문로펌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기업·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은 신규투자나 문제점 등에 실시간으로 대응해야 하는데 이때 로펌은 기업이 원하는 답을 신속하고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 법무에 있어 풍부한 전문성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로펌은 기업이 원하는 답을 바로바로 제공해줄 수 없어 기업의 발 빠른 대응에 방해만 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민 변호사도 기업의 사업내용과 경영구조, 목표 등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전문로펌이 기업 법무에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민 변호사는 "지석은 자문하는 기업의 일원으로서 사내변호사와 같이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자문기업이 무엇을 원하고 어떤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는지를 충분히 이해한 뒤 법률 자문과 비즈니스 자문을 수행한다"며 "비즈니스 감각을 갖춘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 전문로펌이 가지는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법률자문의 활성화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민 변호사는 "아직도 회사에 문제가 발생한 뒤 찾아오는 기업고객들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예방차원에서 법률자문을 구했더라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한 길을 택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사업을 전개한 뒤 뒤늦게 로펌을 찾는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