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1
론스타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먹튀'논란을 빚은 국제 사모펀드 론스타가 세금을 줄이려고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문준필)는 론스타의 자회사 LSF-KEB 홀딩스가 "면세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21일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단에 따르면 론스타 자회사는 3915억원 중 1772억원을 내지 않아도 된다.
50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을 사들이고 2012년 두차례에 걸쳐 하나금융지주에 팔았다. 2차 지분 매각 때 주식 51%를 팔았는데, 이 때 3915억원에 달하는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부과받았다.
하지만 론스타 측은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은 내지 않으려 면세 신청을 했다. 방법은 벨기에와 한국 간의 이중과세면제 조항을 활용하는 것. '한ㆍ벨' 조세조약은 주식을 판 사람의 소득에 대해 거주지국에서만 과세하도록 돼 있다. 벨기에는 주식양도차익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지분을 판 자회사가 벨기에 국적이기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올해 2월 서울 남대문 세무서는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결정 또는 경정하거나 결정 또는 경정하여야 할 이유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론스타가 이 차익을 얻었고, 벨기에 국적의 자회사는 탈세를 위한 창구라는 주장이다. "실질적으로 이익이 돌아가는 쪽에게 납세의무를 지운다"는 국세기본법이 그 근거다.
재판부는 론스타의 조세회피목적을 인정했다. "조세 부담이 없는 버뮤다에 상위투자자들을 설립한 점, 주식양도소득에 대한 조세조약상 혜택을 확인한 후 벨기에에 원고 에스씨에이를 설립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일부 상위투자자들 중 조세조약 혜택을 이유로 조세회피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론스타의 자회사가 소속직원이 없고, 자회사가 사업활동에 필수적인 급여와 임차료 등을 지출하지 않았다"면서 이 회사가 유령회사라고 봤다.
하지만 론스타의 자회사에게 부과한 세금은 부당하다고 봤다. 세무서의 입증이 부족하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세무서가 론스타 자회사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고, 다른 실질 이익자(론스타)가 있다 는 점에 관한 주장·입증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양도소득은 원고 에스씨에이에게 귀속되었으므로, 한ㆍ벨 조세조약을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버뮤다 국적의 최종투자자 일부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와 버뮤다 간에는 조세조약이 체결돼 있지 않아 원천징수가 정당하다고 봤다. 3876억원 가운데 2104억원 가량은 납부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외에도 론스타로부터 주식을 산 하나금융지주가 냈던 법인세 43억원 가운데 19억7000만원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