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삼성생명과 하나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새로운 부동산 금융 수익모델 찾기에 나선 것은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 접어들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의 기초 수요를 구성하는 인구, 소득, 주택대출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돼 수요의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부동산 시장이 과거처럼 높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없는 저성장 시대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일반분양과 건설회사의 담보보증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의 기존방식만 갖고는 더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세하락 임박…구조적 저성장 시대
부동산 시장은 수요 둔화로 저성장 시대에 본격 진입했으며 대세하락이 임박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하나다올신탁 안태우 팀장은 16일 "올해 부동산시장 전망은 부정적이다. 약보합 정도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외국계 보고서를 보면 주택과 사무실 등에 거품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국토지신탁 박진수 팀장은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소득이 줄고 부채도 많아 부동산 수요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작년 9월말 현재 900조원에 육박했던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 추세대로라면 2013년에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정락 수석연구원은 "작년 초반만 해도 부동산 시장을 놓고 대세하락과 반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다시 강화되고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발표로 시장심리가 냉각되면서 대세 하락기의 시점에 논의의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도 "부동산시장은 작년과 다를 게 없다. 작년 10.27 대책 이후 시장은 더 얼어붙었다. 전체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012년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12년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경제불확실성 지속과 대출규제 강화로 약세가 예상된다. 오피스 건물은 경기침체의 영향과 과도한 공급으로 투자수익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은퇴계층의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구조와 고령화 진전으로 앞으로 부동산처분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주택수요 기반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 PF대출 잔액급감…수익기반도 사라져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어 은행권의 PF대출 잔액이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 국내 은행의 PF대출잔액은 32조1천억원으로 지난 3월말(36조5천억원)에 비해 4조4천억원 줄었다. PF대출이 가장 많았던 2008년말의 52조5천억원에 비하면 20조4천억원 감소했다. 이는 은행들이 신규 PF 대출을 거의 중단해서 사실상 만기 상환만 이뤄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극소수 대형 건설업체를 제외하고는 대출이 불가능해 부동산 침체를 가속화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결국 금융권에서 부동산 관련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그만큼 축소된다는 의미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이뤄져야 수익을 거둘 수 있는데 부동산 침체로 대출을 계속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토지신탁 박진수 팀장은 "매각이 가능한 PF 사업장은 많이 정리됐지만 나머지는 처리가 쉽지 않다. 국내 시공업체들도 국내보다 해외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땅값이 내려가기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이들 투자한 부동산을 처리할 조직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진단했다.
◇대형금융사 부동산관리 전문화ㆍ수직계열화 착수
삼성생명은 삼성자산운용의 부동산 부문을 분리해 부동산전문 자산운용사를 설립할 예정이다. 자체 부동산 투자규모가 작년 9월말 현재 3조7천억원에 달하는데다 국내외 부동산 투자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용하기 위해서다.
과거처럼 부동산을 보유하면 가격이 오르던 시대는 지나갔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의 부동산전문자산운용사 설립 추진이 보유중인 부동산 자산관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삼성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산업의 구조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김재언 부동산컨설팅팀장은 "삼성생명의 이런 움직임은 수익용 부동산의 대형화ㆍ복잡화와도 관련이 있다. 부동산이 그동안 기존의 단순 보유에서 관리ㆍ운영으로 바뀌고 있다. 아케이드와 같은 상업시설만 보더라도 콘텐츠가 중요하며 업종배치나 관리 등이 전문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은 시공사의 담보 보증에 의존하는 대출이 더는 수익을 창출할 수 없게 됐다는 판단 아래 부동산 운영사업에 직접 뛰어들어 시공부터 부동산 금융상품 개발, 관리, 운영까지 수직계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 개념은 금융기관이 건설-소유-운영에 처음부터 전방위로 관여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1천억원 짜리 개발사업을 한다고 하면 시공사에 1천억원의 크레디트라인을 설정해주고 200억∼300억원 정도를 투입하고 나머지 자금은 부동산 담보채권 유동화를 통해 조달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설립된 부동산 펀드는 가계나 기업을 대상으로 임대수입을 얻는다.
KB금융지주도 부동산종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작년 12월말 'KB부동산서비스산업단'을 신설했다. 최근 내부 인력 20여명을 충원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KB금융지주는 삼성생명이나 하나금융과는 달리 부동산 개발사업에 직접 참여하기보다 부동산관련 정보 제공이나 맞춤형 부동산금융상품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연초에 "올 하반기부터 엄청난 (부동산 관련) 상품이 나올 것"이라며 "주택은행 시절부터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동산을 금융상품화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손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부동산과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다. 금융기관이 처음부터 관여해야 부동산 개발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부동산과 금융은 동전의 양면이다. 일본의 경우 시공만 하던 건설사들은 거의 망했다. 시행, 분양, 관리, 금융상품 개발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jaehong@yna.co.kr
더벨]KB·하나금융, 부동산금융시장 격돌
저금리·부동산경기 침체 영향…일본式 부동산금융 비즈니스 출현 예고
KB금융은 '은행(IB부문)-증권-부동산신탁-자산운용사'를 잇는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형태의 매트릭스 체제 하에 본격적인 상품 개발 및 시스템 구축작업에 착수했다. 하나금융도 부동산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조사를 마치고 주요 계열사의 부동산 담당 실무진들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나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이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형 상품으로는 투자수익을 올리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부동산을 활용한 구조화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시공사 위주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리스크가 높아진 것도 부동산금융 비즈니스 출현의 촉매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의 부동산금융 비즈니스는 크게 △상품개발 △상품관리 △부동산 DB화 등 3개 부문이다. 상품개발은 은행 IB부문이 담당하게 되며 관리 및 운용은 KB부동산신탁과 KB자산운용이 하게 된다. 은행-부동산신탁-자산운용사-증권(판매) 등이 부동산금융 비즈니스를 위한 매트릭스 체제로 운영되는 셈이다.
상품이 개발 출시(펀드 또는 리츠)되면 사후관리 및 리테일, PB고객에 대한 자산관리가 이뤄지게 된다. 옛 주택은행이 쌓아온 방대한 부동산 관련 DB도 전산화해 사업화한다는 목표다. 오는 6월 말까지 SI업체를 통한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KB금융은 현재 전략기획부 주도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조직개편을 통해 신설된 국민은행 부동산서비스사업단(신성장사업그룹)에서 계열사들과 함께 세부적인 업무를 추진 중이다.
이상원 국민은행 신성장사업그룹 부행장은 "일본의 경우 금리수준이 제로수준이지만 수익형부동산 수익률은 연 5∼6%를 기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저금리기조가 지속되고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수익형부동산금융 비즈니스가 각광받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11월부터 계열사인 하나은행(기업금융그룹), 하나다올신탁, 하나다올자산운용, 하나대투증권, 하나금융경연구소 등의 부동산 담당 실무진으로 구성된 실무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해외 부동산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연구를 마친 상태며 중장기적인 시장상황에 맞는 탄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부동산 금융의 특성상 단일 상품으로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단순 개발 형태의 부동산 PF 시장에서 임대 및 운영까지 염두에 둔 순환형 시장으로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부동산 관련 토탈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계열사별로 취급 가능한 업무 범위 내에서 부동산금융 비즈니스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본격적인 부동산금융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신한지주, 우리금융 등도 가세할 경우 일본과 같은 수익형부동산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막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아직 지주사 차원에서 부동산금융 비즈니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경쟁사에 뒤쳐질 수는 없다"며 "시대적 흐름에 맞는 비즈니스라면 적극 검토,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노진호 연구위원은 "부동산경기침체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는 일본의 경우 금융회사가 부동산 펀드를 조성하고 유동화 등의 주간사 영업을 통해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도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일본의 부동산금융 비즈니스는?
일본의 경우 부동산 버블이 장기화되면서 부동산의 중장기 투자와 이용, 부동산금융 등이 빠르게 발달했다.
금융회사들은 부동산 공모, 사모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위험을 분산하고 있으며 단순한 부동산 관리와 이에 수반되는 단순 부동산신탁 업무는 과감하게 아웃소싱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신 부동산 유동화를 포함한 주간사(arranger) 업무, 부동산 매매 및 자산관리 업무 등을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부동산 금융업무, 부동산 유동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신탁회사들은 주간사 업무를 주요 업무로 하고 있다. 주간사 업무란 부동산의 취득 뿐 아니라 개인 및 기관투자자로부터의 자금모집(출자), 금융기관으로부터의 대출 등을 통해 부동산의 유동화를 촉진하는 업무를 의미한다.
이 같은 주간사 업무는 기존의 부동산(주거용 및 상업용)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느냐, 아니면 부동산을 직접 개발하고 임대 등으로 운용하느냐, 임대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가치를 높여 처분이익까지 얻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금융 3개사 ‘부동산 금융’서 금맥 찾는다
대형 금융회사들이 ‘부동산금융’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을 결합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특히 은행과 보험업계를 대표하는 선두주자인 KB금융과 삼성생명이 맞붙어 관심이 집중된다. 여기에 하나금융그룹도 가세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이르면 설 연휴 직후, 늦어도 새달 초에 금융감독원에 ‘삼성부동산자산운용사’(가칭) 설립 인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부동산을 전문으로 관리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다. 보험사가 부동산 자산운용사를 설립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삼성생명 측은 “지금까지는 부동산과 (보험 등) 유가증권이 철저하게 칸막이 돼 있었으나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이 저수익화돼 있는 만큼 전문 운용사를 설립해 (부동산을) 특화할 전략”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부동산은 3조원어치가 넘는다. 업계는 삼성이 자체 보유 중인 부동산의 자산관리를 전문화하려는 측면도 있지만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산업의 구조 변화에 대처하려는 포석이라고 풀이한다.
따라서 신생사는 일단 삼성생명 인력 20여명으로 출발하지만 궁극적으로 삼성화재, 삼성자산운용, 삼성물산 등 계열사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융산업 전체에서 부동산 운용사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소규모로 해서는 안 된다.”는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의 말은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엄청난 상품’을 예고했던 KB금융그룹은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 ‘KB부동산서비스사업단’을 신설한 KB금융은 ‘은행-증권-부동산신탁-자산운용사’를 잇는 CIB(Corporate Investment Banking) 형태의 매트릭스 체제 아래 본격적인 상품 개발 및 시스템 구축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신년 인사회에서 “올 하반기부터 엄청난 (부동산 관련) 상품이 나올 것”이라고 공언한 것은 그래서다.
하나금융그룹도 지분 참여 등을 통해 직접 부동산 산업에 뛰어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소유-운영·관리 등 전 단계를 수직 계열화한다는 구상이다. 하나은행 기업금융, 하나다올신탁, 하나대투증권 등으로 구성된 부동산금융 대안모델 개발 특별팀(TF)에서 세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르면 상반기에 구체적인 ‘그림’을 내놓겠다는 목표다.
이렇듯 금융사들이 부동산금융 융합모델에 눈을 돌리는 것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형 상품으로는 투자수익을 기대하기 어렵고,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기존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는 역시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 등으로 풀이된다.
일본만 하더라도 금리는 제로 수준이지만 수익형 부동산 수익률은 연 5~6%를 기록하고 있다. 손정락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앞으로 갈수록 부동산과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수익형 부동산금융 비즈니스가 주목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