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13
롯데그룹이 올 상반기 M&A(인수·합병) 시장의 최대 격전지로 손꼽히는 LIG손해보험 (22,150원 ▲50 +0.2%) 인수전에 출격하기로 했다. 이 그룹은 잇단 M&A로 잔뼈가 굵지만 금융업에서만은 실패를 거듭해온 터라 이번을 만회 계기로 삼겠단 의지가 강하다.
12일 M&A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주말 LIG손해보험 인수를 위한 금융 자문사로 글로벌 IB(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를, 회계 자문사로 E&Y한영을, 계리 자문사로 밀리만코리아를 각각 선정했다. 인수단의 규모나 위상, 실력이 일류급이라고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롯데는 그동안 LIG손해보험 딜이 진성 매각인지를 파악하는데 주력하면서 인수전 참가를 저울질해왔다. LIG그룹 오너일가가 매각을 발표했지만 범(汎) LG그룹 일가에 회사를 사실상 가매각하는 게 아니냐는 소문이 돌면서 헛된 수고를 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매각을 앞두고 구자원 LIG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재차 거래의사를 밝혔고 매각 자문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임해 수십억원의 자문료를 지불하기로 하자 곧바로 참전을 결심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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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는 현재 어떤 경쟁자보다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다. 한화그룹이나 동양생명보험-보고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등이 IB들에 용역제안서(RFP)를 돌리고 있는 중에 시장의 선두 어드바이저들을 선점했다. 특히 최근 시장에서 연이은 인수자문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레디트스위스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체 입찰이나 프리젠테이션 평가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선임을 끝마쳤다.
대기업이 글로벌 IB에 수의계약을 내주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M&A 분야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롯데가 그랬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경쟁자들을 미리 제압하겠다는 입도선매의 의미가 담겨 있다.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 이하 국제실의 이충익 상무가 이끄는 롯데그룹의 M&A팀은 웬만한 M&A 거래는 자문사 없이 자체 능력만으로 딜을 수행할 실력을 갖췄다. 지난 7년 여간 100건이 넘는 거래를 치루면서 IB들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쌓아서다. 이런 이유로 롯데는 크로스보더 딜이나 특별한 이종사업 인수가 아닌 한 글로벌 IB들에 수십억원씩 수수료를 주면서 거래를 맡기지 않는다. 자문역을 맡기더라도 까다로운 경쟁 PT를 진행해서 수수료를 박하게 대우한다.
이런 이유로 롯데의 이례적 행보는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경쟁자들을 위축시키기에 충분하다. 롯데와 팀은 이룬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NH농협금융지주를 자문해 KB금융지주를 눌렀고, 경남은행 인수전에서도 BS금융지주의 리드 자문사를 맡아 승률을 높인 시장의 강자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이천기 한국대표와 임병일 지점장 외에 새롭게 노무라증권에서 영입된 이경인 상무의 팀워크가 탄탄하다는 평을 듣는다. E&Y한영은 크레디트스위스와 함께 BS금융을 자문해 경남은행 인수를 성사시켜 금융사 거래에서 꼼꼼한 실사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보험 계리시장의 절대강자인 밀리만을 롯데가 선점한 건 이들의 인수 의지를 보여주는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최근 국세청의 세무조사 등으로 잔뜩 위축됐던 롯데가 주위의 시선을 마다하고 다시 M&A에 나선 까닭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롯데는 2008년 2월 대한화재해상보험을 3500억원대에 인수해 손해보험업에 뛰어들었지만 6년간 쓰디쓴 실패의 교훈을 맛봐야 했다. 롯데가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면 리테일 그룹의 유통망과 계열사들의 보험물량 인수 등으로 시너지가 강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오히려 2010년부터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후폭풍이 만만찮다.
롯데손해보험은 건전성이 하락하면서 2012년 12월 1237억원의 자본 확충을 단행했으나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해 구원투수로 부임한 이봉철 사장은 부진한 실적으로 인해 다시 위기를 맞고 있다. 회사는 2012 회계연도에 188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고 지난해 반기에도 43억원의 순손실을 면치 못했다.
롯데그룹은 자체역량만으로 롯데손해보험의 실적을 개선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M&A를 계획했다.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3.06%(2013년 반기 말 기준)로 외국계를 제외한 전업 보험사 중 사실상 꼴찌에 해당된다. 하지만 점유율 4위인 LIG손해보험(13.81%)을 인수할 경우 현대해상보험(16.33%)을 제치고 업계 2위로 뛰어오를 수 있다. 1위인 삼성화재보험(26.58%)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수위권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거래 관계자는 "현재 인수전에서 롯데가 경쟁자인 한화손해보험(6.4%)이나 메리츠화재(7.56%)를 이기기 위해선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며 "7~8년 전 롯데가 M&A에 경험이 없던 당시 코스모자산운용이나 대한화재를 인수한 이후 금융업에서 실패한 결과를 만회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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