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F

한국 사모펀드(PEF), 대기업 대출창구로 전락하나2012.01.26 인베스트조선

Bonjour Kwon 2012. 1. 27. 09:03

2011년 거래성사까지 단행한 곳 일부 그쳐…매각딜도 많지 않아
M&A시장에서 대기업 비해 경쟁력 떨어져…대기업, 투자파트너 '골라먹기'도

[본 컨텐츠는 1월26일 09:18에 인베스트조선의 유료고객 서비스 'Alert'를 통해 먼저 소개되었습니다.]

지난 2011년은 한국의 사모투자펀드(PEF)가 데뷔 7년차를 맞이했던 의미있는 해로 평가된다. PEF 평균 운용기한이 7년 내외임을 감안하면 한 사이클이 마무리 되는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지난 한 해 국내 PEF들의 움직임은 극히 저조했다. 자금을 투입해 인수를 단행한 딜 은미래에셋맵스와 우리-블랙스톤PE의 타이틀리스트 인수참여, 또 우리-블랙스톤 PE의 아이마켓코 리아(IMK) 투자, IBK투자증권 PE의 금호고속 등 금호산업 자산인수, 그리고 유진자산운용에서 분 사한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의 이니시스 인수참여 등 몇건에 그친다. 그렇다고 투자수익을 확정하 는 매각 딜이 넘쳐났던 것도 아니다. 보고펀드의 노비타 매각과 최근 진행 중인 동양생명 매각 정도가 눈에 띠는 정도였다.

PEF들의 투자 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정작 딜클로징까지 이어진 경우가 적었다. 우리금융 지주 매각에서는 3곳이나 되는 대형 PEF가 열띤 경쟁을 벌였지만 'PEF의 은행인수'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어느 면에서 보든 '외국자본에 대항한 국내 투자자본 육성'이라 든가 '바이아웃 딜을 통한 기업가치 개선'이라는 거창한 제도 도입의 취지는 찾기 어려웟다.

PEF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PEF들의 활동 부진으로 몇가지 내ㆍ외부요인을 꼽는다.

일단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에서 최근 유럽 재정위기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금융경색, 그리고 이에 따른 대체투자(AI)시장의 침체가 외부요인으로 작용했다. PEF 투자자들이 높은 리스크를 지 는 M&A관련 투자를 꺼리기 시작햇다는 것. 여기에 한국적 특수성도 가미됐다. 이른바 PEF들이 '풋옵션'과 '바이백'(Buy Back)조항을 통해 기초수익률을 보장받았던 투자 기조가 대우건설 풋옵션 사태의 '트라우마' 이후 시들해 졌다는 점이다.

매물의 수도 줄었다. 금융경색으로 인해 출몰할 줄 알았던 대기업 구조조정 관련 매물도 생각외 로 많지 않았다.

경쟁자들도 늘었다. 유도성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대형 M&A시장에 전면적으로 나섰다. 이들은 자 금력, 업종이해도, 기업가치 개선능력 모든 면에서 PEF들을 능가한 상황이었다. 추후 재매각을 단행해 몇년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 PEF와 달리 전략적 투자자(SI)인 대기업은 향후 시너지효과 에 따라 입찰에서 얼마든지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기관투자가(LP)들이 시중에 너무 많은 PEF 투자금을 풀어놨다는 점도 업계 전 반적로는 '악재'로 작용했다.

국민연금과 정책금융공사를 필두로 한 대형 투자자(LP)들이 매년 신성장동력 등의 테마로 수천억 원에서 조단위 자금을 PEF 시장에 배포했다. 비슷한 테마를 지닌 PEF들이 경쟁적으로 생겨낫고 유동성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났다. 상대적으로 매물은 줄어든 상황에서 투자시장은 '인수자' 가 아닌, '매각자'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됐다.

투자할 돈은 많은데 투자할 대상이 없다보니 자연스레 국내 PEF들은 대기업과의 조인트를 '대안' 으로 활용하게 됐다. 국민연금이 주도하는 '매칭펀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즉 대기업이 해외 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단행할 때 PEF가 참여해 '윈-윈'하는 투자사례다.

하지만 이런 투자에 대해서는 업계 내에서도 자조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애시당초 대기업이 딜소싱을 맡은 투자 건의 경우 거래성사 과정에서 PEF의 역할이 크지 않다. 매칭펀드의 경우는 자금조달 역시 국민연금이란 단일창구에서 한꺼번에 제공된다. 또 투자업종에 대한 이해도도 역시 동종업계에 있거나 유사업종을 영위해 본 대기업이 월등히 높다.

자연스레 투자한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개선작업에도 대기업이 담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PEF 가 수천억원의 자금을 대기업과 함께 투자하는 모양새를 띠고 있지만 펀드 사후관리 이외에는 할 일이 많지 않은 셈. 업계 관계자들은 "고작 50~100BP 안팎의 수수료를 받고 기껏해야 펀드관리나 담당한다"는 비관적인 시각을 내놓기도 한다.

이런 투자 건수조차도 귀하다보니 특정 대기업의 M&A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PEF들끼리 경쟁 을 붙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일례로 최근 일부 대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PEF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내놓으라며" 줄세우기를 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PEF들이 투자건수에 목마른 점을 활용, '줄세우기'를 단행해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을 내거는 PEF를 고르는 지경에 이 르렀다는 것.

PEF업계 관계자는 "어느새 한국의 PEF가 대기업의 또 다른 대출처가 된 것 아닌가 싶다"라는 우려를 내비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