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06.
좋은 종목을 매입한 후 끈기있게 기다려야
고객 수요 몰려 국내 최고 자기자본이익률
【서울=뉴시스】대담 정문재 경제부장/정리 강세훈 기자 = 흔히 삼성전자를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꼽는다. 신영자산운용은 삼성전자보다도 좋은 회사다. 적어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렇다. 신영자산운용의 ROE는 50%를 웃돈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과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운용보수는 해외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많은 자산운용사들이 적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영자산운용은 군계일학(群鷄一鶴)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펀드 운용 성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신영자산운용은 가치투자를 운용 원칙으로 삼는다. 이런 운용 원칙은 전혀 흔들림이 없다. 가치투자는 높은 가치를 갖고 있지만 이런 가치가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증시는 이따금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그야말로 잠깐일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회사가 좋으면 주가도 오르기 마련이다.
신영자산운용은 주가가 비정상적인 흐름을 보일 때 상당히 고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운용 철학과 원칙을 지켰기에 지금은 빛나는 성과를 유지하고 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사장은 가치투자를 낚시질에 비유한다. 큰 물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골라 낚싯대를 드리우고 기다리면 월척을 낚는 것처럼 좋은 회사에 투자한 후 기다리면 큰 투자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이 사장과의 일문일답.
-국내에서 가치투자로 널리 알려진 자산운용사가 3~4곳에 달한다. 신영자산운용의 가치투자 원칙과 철학을 설명해 달라.
"가치투자는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기업을 사는 것이다. 작년 코스피 100대 기업 자기자본이익률 (ROE)가 7.6% 였다. 정기예금 금리는 1.8% 정도 된다. 예금을 맡겨서는 연간 1.8%의 수익이 나오는데 기업들은 지금과 같은 낮은 성장률 속에서도 7%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니 이런 기업들에게 돈을 맡겨 놓자는 것이다. 내가 돈을 못 벌기 때문에 돈을 잘버는 사람을 따라다니면서 그 사람 회사에 숟가락 한 개 더 얹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회사는 어떻게 선택하나. 오랫동안 많은 기업을 탐방하다 보면 나름대로쌓은 노하우가 있을텐데.
"회사를 찾아가면 오와 열을 많이 본다. 나름대로의 질서와 규율을 갖춘 곳이 좋은 회사다. 사장실이 엄청나게 넓고 화려한 회사는 좋지 않다. 사장 비서가 예쁜 회사도 바람직하지 않다.
IR(Investor Relation)팀을 만들어놓고 수시로 증권사나 언론사 접촉하려는 회사를 싫어한다. 반면 사장이 직접 “주가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까 제발 찾아오지 말라”고 말하는 곳이 정말 좋은 회사다.”
-가치투자라고 하면 사놓고 무작정 기다리는 이른바 '바이 앤 홀드(Buy and Hold)' 전략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언젠가는 주식을 처분할 때도 있을 텐데 무엇을 기준으로 삼나.
"낚시를 할 때 2시간쯤 하다가 안 된다고 접고 가면 그걸로 끝이다.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해질 무렵 월척을 낚게 된다. 가치 투자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인내심이 없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없다. 완만하게 올라가는 주식이 있는가 하면 10년 동안 움직임이 없다가 갑자기 마그마가 치솟듯이 단기간에 10배씩 올라가는 주식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투자패턴은 거래가 전혀 안돼서 도저히 사기 힘든 종목들을 꾸준히 1년 이상 사뒀다가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른 뒤 2•3배 올라갔을 때 파는 것이다. 거래가 안 되는 종목 중에 부채가 높지 않으면서 이익잉여금이 쌓여있는 회사를 눈 여겨 봐야 한다. 이런 종목일수록 거래가 없다. 따라서 주식을 사 모으려면 매우 힘들다. 그래도 꾸준히 사모아야 한다. 인내심이 없으면 돈 벌 생각을 하지 말아야한다."
-5년 이상 성과가 없는 종목을 계속 가져갈 수는 없는것 아니냐. 투자를 하는데 목표로 하는 기간이 없나.
"어떤 종목은 10년 이상 보유하기도 한다. 3~5년을 ‘장기’로 보기는 힘들다. 좋은 종목은 끝까지 들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장을 담근다'는 표현을 쓴다. 장을 50개 담가 놓고 잘 익는 것부터 먹는다. 덜 익은 것은 좀 더 놔두고, 빨리 익는 것 먼저 먹는 식으로 이익을 실현한다.."
-특정 회사의 주식이 충분한 가치를 갖고 있다고 판단해서 사들였지만 나중에 잘못된 의사 결정을 내린 것으로 드러날 때도 있을 것이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자신의 과오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나.
"프로야구단에서 3할대 타자는 그리 많지 않다.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다. 보통 10개 종목을 고르면 ‘대박’을 터뜨리는 게 3개 정도다. 나머지 4개 정도는 코스피 평균 수익률과 비슷하게 움직이고 나머지 3개는 손해를 본다. 다만 손해를 덜 보는 종목을 사고 대박 나는 종목에서 크게 터트려서 수익을 많이 내겠다는 것이다."
-신영자산운용이 높은 성과를 올리자 신영에서 운영하는 펀드로 돈이 많이 몰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펀드 규모가 커지면 효율적인 운영을 방해할 수 있다. 펀드를 어떻게 관리하나.
"적정한 규모라는 게 없는 것 같다. 어느 정도가 관리가 가능할지에 대해선 펀드매니저의 손에 맡길 수밖에 없다. 본인이 힘이 부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담당하는 매니저가 전혀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운영한다."
-시스템에 의해 펀드 규모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란 얘긴가.
"한 나라의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어느 정도가 적정한 지에 대해서 는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일본처럼 부채가 GDP의 220%를 웃돌아도 문제를 삼지 않는 경우가 있는 반면 100%에도 못 미치는 러시아는 위험하다고 난리 아닌가.
이런 문제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 분명한 것은 배가 클수록 방향 전환이 힘들다. 우리는 급하게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펀드가 거의 없다. 주식을 자주 사고팔고 하는 게 아니기에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신영자산운용은 자본금 320억 원에 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ROE가 무려 62.5%에 이른다. 대한민국 최고의 우량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나.
"우리의 장점은 비용이 적게 든다는 것이다. 수탁고가 13조원 정도 되는데 주식형과 주식혼합형이 99.9%다. 다른 회사의 경우 부동산, 파생상품, 채권형, 해외투자 등 펀드 종류가 많다. 우리는 펀드 종류가 그리 많지 않다. 생산 과정이 단순화됐으니까 단가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국내 10대 자산운용사 중에 경비가 제일 적게 든다. 분식집은 20개 요리를 하려면 많은 재료를 보관해야 하지만 된장찌개 하나만 하는 가게는 재료가 일정하게 들어가고 다른 잡다한 비용이 들지 않는다. 자산운용시장도 마찬가지다.."
-확실한 운용 철학을 갖고 있어도 성과가 좋지 않았을 때는 회의가 들었을 것인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나.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밑바닥에서 2년 정도 헤맬 때도 있었다. 그럴 때 가치투자가 한 물 간 게 아닌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현장을 한 번 더 나가보자고 독려 했다. 우리가 특정 회사를 잘못 본 게 아닌지 다시 가 봤다. 기업은 멀쩡하고 시장이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이 설 때는 오히려 주식을 더 샀다.
신영자산운용은 국내에서 우선주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회사다. 다른 회사들은 작년부터 우선주를 편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우선주를 10년 가까이 들고 있었다. 이게 우리 회사의 대표적인 가치주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약 10년 전에 우선주 가격이 계속 떨어져 보통주 가격의 30% 수준에 불과할 때가 있었다. 의결권이 없다는 이유인데 사실 소액주주 가운데 누가 의결권을 행사하나. 주가가 70%나 차이를 보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도 50% 수준이었다. 이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판단해서 우선주를 사기 시작했다. 그 후에도 자꾸 가격이 떨어져서 내부적으로 잘못 판단한 게 아니냐는 고민을 하기도 헸다. 하지만 내부 회의에서 '아닌 건 아니다'라는 판단을 내렸다. "
-대주주와 생각이 다르면 어떻게 설득하는가.
"대주주가 지난 19년 동안 회사를 찾은 적이 없다. 알아서 하라고 한다. 다만 회사 설립당시 합의했던 가치주 장기투자 원칙을 깨지 말라고 주문한다.
장기 투자는 중요 하다. 우선주가 바닥에서 헤맬 때 우선주 보고서를 낸 애널리스트는 별로 없었다. 우선주 가격이 많이 올라온 뒤에야 애널리스트들이 우선주 좋다고 떠들더라. 애널리스트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면 안 된다. "
kangs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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