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벤처펀드.벤처기업.신기술금융

"스틱의 DNA는 끈질김."현재3.6조.5년래 10조원 운용자산 목표"…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 해외5개사무소.

Bonjour Kwon 2015. 4. 13. 07:24

…살아남아 강해졌다"

기사입력 2015.04.13

[머니투데이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투자는 모 아니면 도(all or nothing)가 아닙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스틱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도용환 스틱 회장의 투자 철학이다. 16년전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던 벤처캐피털(VC)이 세계가 주목하는 사모펀드(PEF)로 탈바꿈한 비결이기도 하다.

 

도 회장이 스틱IT벤처투자라는 사명의 VC를 설립한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 기관투자자들은 벤처투자시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벤처투자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던 때였다. 스틱은 대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금을 모집했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당시 4대 대기업 자금을 모두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일본 미쯔비시상사의 자금을 운용하는 회사로도 낙점 받았다.

 

해외에도 이름이 잘 알려진 대기업 자금을 운용하자 2003년에는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스틱에 손을 내밀었다. 2007년에는 운용자산이 1조원을 돌파했다. 자산 규모가 늘면서 투자 대상도 자연스레 더 큰 기업으로 확장됐다. 당시 한국 중견기업은 취약했다. 한국 시장에서 중견기업이 돈을 끌어올 곳이 없었다. 이때 스틱이 나서 ‘돈맥’을 뚫어줬다. 은행이 중견기업에 대해 갖던 의심은, 스틱이 투자하는 순간 사라졌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에는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받았다.

 

지난 16년간 350개 국내외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해온 스틱의 눈은 해외로 향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해외 사무소를 열어 5개국에 진출했고 국내 토종운용사로는 드물게 중동의 오일머니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도 회장은 “앞으로 해외투자는 숙명”이라며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수익률을 높이려면 해외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스틱의 운용자산은 3조6000억원 수준이다. 5년 후 목표는 운용자산 10조원 돌파다. 도 회장은 “좋은 인력을 뽑고 이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려면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며 “스틱에 일하는 동안 운용자산을 10조원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대담=권성희 증권부장, 정리=김평화, 박준식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VC에서 시작해 PEF로 성장해오면서 특별한 투자 철학이 있습니까.

▶운용자산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벤처기업에서 더 큰 기업 쪽으로 투자 대상이 넓어졌습니다. 상황 변화에 맞게 적응해온 거죠. 투자할 때 ‘올 오어 낫씽(all or nothing)’ 스타일로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아닙니다. 투자가 실패하는 것에 대해 무서움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티끌 모아 태산’ 방식으로 투자합니다. 잘해 오다가 투자 하나 잘못하면 회사가 흔들릴 수 있으니 작게 시작해서 크게 모아가자는 생각입니다. 진화론에서도 나오지만 저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죠. 스틱의 16년은 티끌을 쌓아온 과정이었습니다.

 

-레버리지 없이 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겁이 많아서요(웃음). 운용자산이 늘어나 바이아웃 투자를 시작했는데 바이아웃은 레버리지를 많이 쓰잖아요. 그래서 전문가한테 물어봤습니다. 예상대로 시장이 흘러가면 좋은데 거꾸로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답이 그렇습디다. 거꾸로 가면 그냥 두 손 털고 떠나는 거라고. 그건 무책임하지요. 벤처투자는 규모가 작은 기업에 여러 개 나눠 투자하니까 몇 곳에서 실패해도 다른 곳에서 성공하면 만회가 됩니다. 그런데 바이아웃은 규모가 커서 벤처투자만큼 리스크 분산이 잘 안 됩니다. 시장의 주목도 많이 받아서 하나가 실패하면 타격이 너무 큽니다. 하나 실패한 것만 보고 마치 망한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도 있고요. 그러니 레버리지는 되도록 안 쓰려 하는 거죠. 바이아웃은 지금 작은 기업 두 세개만 하고 있어요. 겁이 많아서 늘 작은 것부터 연습해 규모를 키워 가는 스타일이라 공부하면서 봐야죠.

 

-PEF들이 레버리지를 쓰는 건 수익률을 높이려는 목적도 있는데요.

▶스틱은 레버리지 한 푼 안 쓰고도 높은 수익률을 내왔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꼼꼼하게 기업을 보겠습니까. 제가 돈을 다룬 세월이 33년입니다. 투자는 통찰력도 필요한데 그만한 세월이면 통찰력, 말하자면 ‘감’도 있다고 할 수 있겠죠. 그런데도 저는 직원들이 딜 추진할 때 못하게 막는 입장입니다. ‘감’이 많이 작용하는 ‘탑다운’ 방식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니 저부터 더 치밀하게 보려는 거죠. 기업 하나하나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바텀업’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산업계에서 오래 근무한 원로들을 채용해 자문도 구하고 있습니다. 각 산업의 전문가인데 저보다 나이 많은 분들도 있습니다. 이 분들 일부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에 파견 나가서 경영을 돕고 있어요. 기업에 투자를 때는 그 산업을 잘 아는 분이 의견을 주고 투자한 다음에는 그 기업의 가치를 키우는데 도움을 주는 거죠.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투자할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뭔가요.

▶일단 상식으로 접근합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사업인지 보는 거죠. 가장 중요한 거는 투자할 회사의 업이 본질상 무엇이냐 따져 보는 겁니다. 이 회사의 전방과 후방, 산업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 등을 점검합니다. 벤처 투자할 때부터 저는 기술을 모르니 기술은 직원들에게 맡겨 뒀습니다. 대신 저는 사람을 주로 봅니다. 경영자를 직접 만나 그 때까지 조사한 내용을 치밀하게 물어봅니다. 심층적으로 물어보면 거짓말이나 허술한 거는 다 드러나게 돼 있어요. 경영진이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봅니다. 저는 늘 원판불편의 법칙을 강조합니다. 한 번 사고 친 사람은 또 치게 돼 있다는 겁니다. 벤처 시절부터 쌓아온 노하우인데 잘 맞습니다. 당연히 스틱만의 투자 매뉴얼이 있고요. 또 하나, 투자를 결정할 때 견제를 중시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따져보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의견으로 투자가 결정되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중국 자본, PEF들이 한국에 많이 들어오는데 어떤 영향이 있나요.

▶한마디로 약간 무섭습니다. 자금력이 어마어마하니까요. 이미 국내 자금력이 달리는 분야가 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 게임 같이 한류가 강한 분야는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고요. 앞으로 투자할 기업을 두고도 중국 자본과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중국이 국내 투자회사도 인수할 거고요. 이미 국내 PEF 투자는 비딩(입찰)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비딩 방식에선 아무래도 기업 가격이 올라가게 됩니다. 투자란 것이 좋은 기업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 이익을 남기는 건데 비딩이 되면 기업을 싸게 사기 어렵죠. 스틱은 기업을 발굴해 투자해왔는데 자금이 풍부해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면 아무래도 투자할 기업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겠죠.

 

-해외 투자도 적극적으로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외에 총 2억5000만달러를 투자했습니다. 중국과 대만, 베트남에 총 2억달러, 미국에 5000만달러 규모입니다. 대만, 중국 상하이, 베트남에는 투자사무소가 있고 홍콩에도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1년에 해외사무소를 유지하는데만 35억원 정도 드는데 평균 8년 정도 운영했으니 해외 사업에 공을 많이 들인 거죠. 일찍부터 한국에서만 자금 조달을 하고 투자해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해외 펀드레이징과 투자를 준비해왔습니다. 대만에서는 스틱이 ‘큰 손’으로 유명합니다. 대만과 연계된 중국쪽 딜이 있으면 항상 우리한테 먼저 연락이 옵니다. 스틱이 투자하면 나머지를 대만 VC들이 들어오는 식입니다.

 

-5년 뒤 스틱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스틱에는 뚜렷한 미래 비전이 없습니다. 환경이 워낙 빨리 변하니 거기 적응해 살아남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스틱은 늘 변화에 재빨리 적응하는 카멜레온 경영을 해왔습니다. 다만 제가 스틱을 경영하면서 늘 강조하는게 있다면 세상에 떳떳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상에 부끄러운 회사가 되면 안 된다는 거죠. 스틱의 사시도 ‘투자보국’입니다. 투자를 잘 해서 국가에 보답하자는 거죠. 앞으로 스틱에서 일하는 동안 바라는게 있다면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자는 겁니다. 그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돼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일하는 동안 운용자산을 10조원으로 키워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